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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은퇴③] 자네 늙어봤나? 나는 젊어봤네···쿨한 어르신들의 한수
뉴스핌 | 2017-05-27 09:02:00

[뉴스핌=황유미 기자] # 지난해 환갑을 맞았던 성미자(가명·여·61)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벨리댄스를 취미로 시작하고부터다. '남사스럽다'는 남편의 타박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친구들도 만날 때마다 '자식보기 민망하지 않냐' '의상이 너무 야하지 않냐'라고 한마디씩 거들지만 흘려듣는다.

<사진=shutterstock>

성씨는 "인생 한번인데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아야겠더라"며 "나이를 먹어보니 다른 사람들의 한마디에 신경 쓰기보다는 내 자신에 집중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했다.

지천명(知天命) 그리고 이순(耳順). 하늘의 명을 알고, 귀가 순해진다. 공자는 논어-위정편에서 나이 50세와 60세에 대해 각각 이렇게 얘기했다. 세상 이치를 깨닫고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지혜의 경지에 이른다는 말이다.

나이 들면 늙고 병들어서 서럽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공자의 말처럼 한해 한해가 지날수록 얻어지는 삶의 지혜를 즐기는 시니어들도 많다. 세상의 흐름을 이해함으로써 만사에 '쿨'해지는 것은 어쩌면 젊은이들보다 한수 위다.

어르신들은 쿨함의 이유로 삶에서 축적된 경험치가 꼽힌다. 좋지 못한 일이 닥쳐도 비슷한 경험을 한 번쯤 겪어봤기 때문에 감정소모가 덜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빨리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젊었을 적 중국에서 간판 사업을 했다는 박원대(71) 할아버지는 "아무래도 이런 일 저런 일 안 겪어본 게 없는 나이니까 결정할 때 젊은 사람보다 빠르다"며 "그러다보니 갑작스럽게 일이 터져도 덜 당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축적된 경험들은 신경 써야 할 것과 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 대한 판단도 빠르게 한다. 섬세하고 에너지가 넘쳐 작은 감정 조짐에도 민감해지는 젊은이들과 다르게 '감정 흘려보내기'가 가능한 이유다.

노래교실 우등생이며 얼마 전 동네 노래자랑에도 출전했다는 전모(71) 할머니는 "나이가 들면 뻔뻔해진다"며 크게 웃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너는 그래라, 나는 이거 할테니'라고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강모(74) 할아버지 역시 "젊었을 때 회사 후배들의 작은 실수까지 잡아냈다. '독사'라고 불렸다"며 "굳이 그럴 필요 없었는데 왜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은 웬만한 건 다 넘기게 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나이 들면서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망각 현상도 감정 흘려보내기를 돕는 것 중 하나다. 설령 싫은 일이나 성가신 일이 있어도 다른 곳에 집중하다보면 금방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언어학자이자 평론가인 도야마 시케히코는 자신의 저서 '자네 늙어봤나, 나는 젊어 봤네'에서 "하룻밤 푹 자는 사이에 망각의 선택 기능이 발동해서 싫은 일만 기억 속에서 지워져 이튿날 아침에는 기분이 상쾌해진다"며 "이런 정신적 케어가 가능한 것도 노년의 특기"라고 설파했다.

쉰의 나이를 '지천명'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시니어들의 깨달음은 세상 이치다. 삶이라는 길을 먼저 걸어온 시니어들은 자신들이 얻은 이 이치를 전하려고 했다.

아직까지 건축업계에서 일하시는 오모(80) 할아버지는 "여행을 가면 세상 처음 보는 골목을 궁금해 하며 막 돌아다니는 것처럼 인생도 호기심을 갖고 살아야 한다"며 "불평·불만보다는 '오늘 내게는 어떤 좋은 일이 생길까'라는 마음으로 호기심을 갖고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고 했다.

박대우 할아버지는 "무언가를 선택했던 경험들과 판단하는 과정에서 삶의 경험치는 쌓이기 마련이다"며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사고를 하기보다는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어서 걱정은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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