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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승 신기록 달성한 김영관 경마 조교사의 새로운 꿈
한국경제 | 2017-06-28 18:03:53
“이제 전 세계에 한국 경마의 우수성 알리고파…더욱 강한 말 길러
낼 것”

‘경마계의 명장’ 김영관 조교사(57)가 데뷔 14년 만에 한국경마
최단기 1000승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23일 1경주에 출전한 ‘엑톤블
레이드’의 우승으로 999승을 기록한 김영관 조교사는 8경주에서 ‘
삼정어게인’의 우승으로 역사적인 1000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이어 25일
에는 ‘보너스II’의 우승으로 통산 2000승을 향한 첫 시작을 알렸다
.

경마는 흔히 '마칠기삼(馬七騎三)'이라고 한다. 기수보다 말의 능력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경주마를 육성하고, 어떤 말에 어
느 기수를 태울지 등 전술을 짜는 게 모두 조교사의 몫이다. 조교사는 말과 기
수를 선수로 부리는 '경마 감독'인 셈이다.

한국에선 경마를 ‘스포츠’가 아닌 ‘도박’으로 바라보
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하지만, 영국, 싱가폴, 홍콩 등지에서 경마는 하나의
‘프로 스포츠’로 여겨진다. 감독 격인 조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
은 당연지사다. 경마 전문가들은 “김연아 선수로 인해 온 국민이 &lsquo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스포츠를 알게 되었듯, 김영관 조교사야말로 국내
는 물론 전 세계 경마 시행국에 ‘한국 경마’를 알릴 최적의 인물&
rdquo;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김 조교사는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얻은 뒤 1976년
부터 서울 뚝섬경마장에서 기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달리는 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50㎏을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 80년에 기수를 그만두고
식당을 했으나 잘되지 않았다고 했다. 기수 시절 알고 지내던 조교사의 권유로
86년에 마필관리사로 경마에 복귀했다. 17년간 뚝섬과 과천경마장에서 말과 함
께 잠을 자며 말의 습성을 익혔다. 2003년 조교사 면허를 획득한 그는 한창 개
장을 준비하던 레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2004년 꿈에 그리던 조교사로 데뷔했다
.

김 조교사 앞엔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들이 줄을 서 있다. 보통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들에게 조교사들이 위탁을 부탁하는 형국이지만,그는 반대다. “내
말을 받아 훈련시켜서 경주에 출전시켜 달라”는 마주들이 김 조교사를 모
셔가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다. 워낙 많은 승리를 이끌어내다 보니 생긴 일이
다.

하지만, 그는 아무나 받지 않는다. 마주를 고른다는 뜻이 아니다. 말의 관상을
본다. ‘루나’가 그랬다. 태어나면서부터 인대염으로 두 뒷다리를
저는 말이었다. 그는 “비록 다리를 절었지만 얼굴이 작고 눈이 초롱초롱
했다”며 “심폐기능이 뛰어난 말의 특징인 넓은 어깨를 지니고 있어
다리가 불편하다는 결점을 충분히 커버할 것 같았다”고 했다.

루나는 지금까지 역대 최저가로 기록되고 있는 970만원에 낙찰됐다. 김 조교사
는 다리를 수술하는 대신 훈련 방법을 달리했다. 허리를 강하게 하는 방식으로
스피드를 올린 뒤 경주에 투입했다. 루나는 2005년 경남도지사배를 시작으로
2008년 오너스컵 등 큰 대회를 석권하면서 2009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7억5700
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몸값의 78배다. 루나를 소재로 차태현 주연의 영화 &ls
quo;챔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누구를 기수로 태
울까 생각할 때 마주가 간섭하면 “말 도로 가져가라”고 쏘아버릴
만큼 권위를 얻게 됐다.

14년간 그가 경주마 관상으로 벌어들인 순위상금만 총 111억원에 이른다. 주요
기록으로는 국내 최다 연승마 배출(‘미스터파크’,2007.3.7.~2012
.6.3), 조교사 부문 첫 시즌 100승 달성(2013년 104승, 2015년 108승, 2016년
116승), 9년 연속 다승왕(2008~2016), 국내 첫 통합 3관마 배출(2016년 &lsqu
o;파워블레이드’) 등이 있다. 이외에도 2017년에는 두바이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트리플나인’을 배출하는 등 한국경마의 굵직한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김 조교사는 다시한번 한국 경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역사적인 기록
은 조교사 부문 역대 최단기간 통산 1000승 달성이다. 한국마사회가 공식적인
자료 수집 후 집계된 조교사 부문(서러브렛) 통산 1000승은 서울의 신우철 조교
사에 이어 국내 두 번째다. 신우철 조교사가 1000승을 달성하기까지는 28년이라
는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다. 김 조교사는 이 기록을 14년이나 앞당기며 데뷔 1
4년 만에 1000승 대위업을 달성,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1000승을 달성한 김 조교사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세계 최고의 명마
들이 출전하는 큰 국제대회에는 한국 경주마가 출전권을 부여받는 것조차 힘든
일입니다.올해 처음으로 세계 4대 경마대회인 두바이 월드컵에 3두의 경주마를
출전시켜 애마 ‘트리플나인’이 당당히 결승전에 출전했고 &lsquo
;파워블레이드’는 두바이 현지 경마팬들 사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뽑히기도 했죠. 분명히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반드시 한
국산 경주마로 세계최고의 대회를 우승하는 첫 번째 조교사가 되겠습니다.&quo
t;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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