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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파업’ 국민부담으로 막아야 했나?] 1. 버스노조, 왜 파업 카드 꺼냈나?
SBSCNBC | 2019-05-18 08:56:25
■ 취재파일

▶[신현상 / 앵커]
파업을 예고했던 버스 노조가 사측과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피했습니다.

파업 카드를 꺼내든 배경과 핵심 쟁점은 뭐였는지 기자들과 얘길 나눠보겠습니다.

황인표 기자, 버스 노조가 파업을 볼모로 여러 가지를 주장했는데요.

핵심은 결국 임금을 올려 달라였던 거죠?

▷[황인표 / 기자]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버스업체는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못합니다. 

특히, 버스기사들은 하루에 12시간 넘게 운전하는 회사가 많다보니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으로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버스기사들의 평균임금 346만 원 가운데 휴일이나 심야, 주말 근무 수당이
1/3을 차지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본급의 1.5배인 수당이 줄어들어 평균 월급이 최대 100만원까지 줄어든다는 게 버스노조 측 주장입니다.

따라서 52시간 근무제로 줄어드는 임금을 보전해달라는 것이 노조 측 요구였습니다.

▶[신현상 / 앵커]
결국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때문에 임금이 줄었다는 건데요.

하지만 정부는 이번 파업 명분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단 말이에요?

▷[황인표 / 기자]
네, 실제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와 이번 버스노조 파업은 큰 상관이 없었는데요.

이번에 파업에 나서겠다고 한 250여개 버스 노조 상황을 국토부가 확인해본 결과 이미 200여개 노조의 근로시간은 주 52시간 이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 버스 노조들인데 지난해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발표 후 추가로 필요한 기사들을 뽑아놓았고 준공영제, 즉 서울시가 적자를 대신 메워주는 구조입니다.

나머지 회사들의 경우는 직원이 300명 이하라서 내년부터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받습니다.

▶[신현상 / 앵커]
버스 노조가 내건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어떤 것들 이었나요?

▷[황인표 / 기자]
대부분이 임금인상과 정년연장, 복지제도 개선 등이었습니다.

경기도 버스 노조의 경우 시급을 서울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30%나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대부분 만 60세인 정년을 최고 65세까지 연장해달라거나 복지기금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노사협상을 시작하지 않은 버스회사들도 많고 회사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어서 실제 노동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크게 줄어드는 회사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파업을 예고한 업체들은 노동시간 단축과는 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현상 / 앵커]
서울시 버스의 경우 노사 협상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는데요.

다른 지역의 타결 소식이 오히려 협상에 걸림돌이 됐다던데, 이건 무슨 말인가요?

▷[김정연 / 기자]
서울시는 임금인상폭을 2%대로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인천이나 광주 등이 6~8% 수준에서 타결된 것을 고려해 수용하기 힘들다고 맞섰습니다.
                                  
지난 14일 밤 11시경 노조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협상이 결렬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았는데요.

결국 15일 새벽 2시, 공익 위원이 내놓은 3.6% 인상 조정안에 노사가 합의를 하면서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협상 시작 때 노조는 5.98% 인상을, 사측은 동결을 주장했던 걸 감안하면 노사가 양보한 결과라고 할 수 있죠.
                    
▶[신현상 / 앵커]
서울 버스는 일찍부터 주52시간 근무에 대비해 왔는데요.

그래서 이번 버스 파업 명분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약하다.. 이런 지적도 나왔어요?

▷[황인표 / 기자]
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서울시는 지난 2004년부터 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도입했습니다.

서민의 발인 버스가 안정적으로 운행되도록 적자를 메워주고 있는데요.

지난 15년 동안 들어간 돈만 3조7천억 원이나 됩니다.
      
서울시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비해 작년에 기사 300명을 미리 뽑았고 운행 횟수도 미리 줄여서 주당 근로시간이 47.5시간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신현상 / 앵커]
이번 협상 타결로 서울시가 떠안아야 할 부담도 커졌는데 어느 정돈가요?

▷[김정연 / 기자]
물론 버스 파업도, 버스 요금 인상도 막았지만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서울시는 임금 3.6% 인상으로 연간 200억 원가량의 세금을 더 투입하게 됐는데요.

이 액수는 올해 서울시가 버스업체에 지원하기로 한 2915억원의 약 7%에 해당합니다.

이번에도 적지 않은 돈이 추가로 들어가게 되면서 오히려 세금 부담을 늘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현상 / 앵커]
결국, 서울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이 문제는 잠시 후에 다시 짚어보기로 하고요.

경기도의 경우 다른 지자체에 비해 주 52시간 근무에 따른 타격이 가장 컸다면서요?

▷[황인표 / 기자]
경기도는 광역버스와 이번에 파업을 예고했던 6개 지역 회사만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예산 문제 때문에 모든 버스회사에 준공영제를 하지 못하고 있는 건데요.

지자체 지원도 못 받는 버스회사도 많은데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버스 기사는 더 뽑아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버스기사들이 월급도 더 많이 주고 복지제도 좋은 서울로 직장을 옮기는 이탈현상으로 그야말로 기사 구인난을 겪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이번에 “서울과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을 맞춰 달라”며 임금인상 30%를 사측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신현상 / 앵커]
결국, 경기도는 요금인상으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처음엔 수도권이 함께 버스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왜 이런 주장을 한 겁니까?

▷[김정연 / 기자]
현재 버스 요금 환승 할인 제도는 수도권 통합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경기도민에게 경기도만 요금을 올리는 이유를 납득시키기 힘들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정부도, 버스 요금이 동결된 지 4-5년이 됐다며 “버스 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밝혔고요.

이런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은 버스 요금을 올릴 필요가 없다”며 동반 인상론에 선을 그었습니다.

▶[신현상 / 앵커]
동반인상을 주장하던 이재명 지사가 갑자기 경기도만 요금인상으로 입장을 바꿨어요?

▷[황인표 / 기자]
네, 지난 14일, 국회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만난 후 바로 인상을 결정했는데요.

이 지사는 경기도민들에게 사과의 말과 함께 요금 인상을 이유를 밝혔는데요.

이 지사의 얘길 들어보시죠. 

[이재명 / 경기도지사 : 대규모 감차 운행, 또 배차 축소로 인한 도민들의 교통 불편이 극심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또 사회적으로도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이 예상되기 때문에….]

사실 경기도 내 버스회사들은 적자를 보는 회사가 많은 상황인데도 이 지사가 요금 인상을 망설이면서 이번 버스 파업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홍남기 부총리가 광역 급행버스 지원 등 간접 지원책을 내놓았고 수도권 환승할인제에 따라 서울 버스회사에 돌아가는 환승할인 손실분 가운데 요금 인상분은 회수해서 경기도에 되돌려 주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파업 현실화로 경기도민들이 겪을 불편에 대한 우려가 요금인상카드를 빼든 배경으로 보입니다.

▶[신현상 / 앵커]
그런데 요금인상을 결정했는데도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경기도는 노사 협상 타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파업은 유보하고 협상 시한을 연기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네요? 

▷[김정연 / 기자]
경기도 버스 기사들 월급은 서울시 기사들보다 80만원이 적은데요.

이런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노조는 임금을 30% 가까이 올려달라고 요구했고 사 측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노사가 조정회의 직전 사전미팅까지 했지만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는데요.

결국 경기도가 버스요금 인상을 발표하면서 협상 시한을 28일까지 연기했고, 파업을 유보했습니다.

▶[신현상 / 앵커]
그런데 버스 요금인상이 버스 노사의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될 것이란 얘기도 들리는데 왜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겁니까?

▷[황인표 / 기자]
앞서 말씀 드린 대로 경기도를 비롯해 강원, 충남 등 일부지역 버스회사 노조는 협상 타결이 아닌 파업 유보 결정을 내렸습니다.

경기지역의 경우 28일부터 재협상에 나설 예정인데요.

경기도가 요금을 200원에서 400원까지 올리기로 했지만 요금 인상에 따른 버스 기사들의 임금 인상폭을 놓고 사측과 막판 줄다리기 협상이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

노조는 30%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데 사측이 노조를 달랠만한 인상률을 갖고 오지 못할 경우 노조는 30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충청남도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 시내버스 요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한 만큼 조만간 사측이 임금 인상폭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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