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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혁신]LG 휴대용 공기청정기의 비밀
비즈니스워치 | 2019-05-24 15:21:02

[비즈니스워치] 이학선 기자 naemal@bizwatch.co.kr

"경쟁상대는 500㎖ 생수병이었습니다. 생수 한병 크기와 무게에 최고 성능의 공기청정 기능을 담자는 목표였죠."



가정용 대형 공기청정기가 손에 들고다닐 만한 제품으로 재탄생하기까지 꼬박 2년4개월이 걸렸다. LG전자가 올해 3월 내놓은 '퓨리케어 미니' 얘기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퓨리케어 미니를 디자인한 전종건 LG전자 H&A상품기획담당 책임을 만났다. 전 책임은 15년 경력의 산업디자이너다. 그는 "수많은 실험과 소비자 조사 등 각종 데이터의 결정체가 퓨리케어 미니"라고 소개했다.




전종건 LG전자 H&A상품기획담당 책임은 "퓨리케어 미니가 가전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한 제품"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퓨리케어 미니는 차량이나 유모차, 사무실 책상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공기청정기다. 성인이 한손으로 잡을 수 있는 크기(가로 6.9㎝· 세로 20㎝·두께 6.4㎝)와 500㎖ 생수병과 비슷한 무게(530g)를 구현했다.



지난 2016년 11월 LG전자가 선보인 가정용 공기청정기중 가장 큰 제품인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모델명 AS281DAW)'와 비교하면 부피는 150분의 1, 무게는 30분의 1로 줄였다. 작게 만들면 될 것 같은 공기청정기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2년여의 시간이 걸린 이유를 물었다.



전 책임은 "쉬워 보여도 목숨 걸듯 개발한 제품"이라며 웃었다. 퓨리케어 미니는 맑은 공기가 나오는 정면 덮개의 구멍이 빗금(/) 모양으로 돼있다. 스피커망처럼 구멍을 촘촘히 뚫어보고 가로 방향이나 회오리 모양의 구멍도 제작해봤지만, 공기가 잘 빠져나오면서도 내부의 팬을 가리는 용도로는 지금의 빗금 모양이 최적이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공기청정기의 핵심인 센서의 경우 극초미세먼지까지 감지할 수 있는 PM1.0 센서가 탑재돼있다. LG전자의 가정용 퓨리케어 공기청정기와 동일한 성능을 갖춘 센서다. 전 책임은 "센서도 기존의 가정용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게 아니라 작으면서도 강하도록 모듈 형태로 새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직육면체형 디자인도 숱한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휴대용 공기청정기는 대체로 원통형 모양을 하고 있다. 차 내부의 컵홀더에 두고 쓰기에 적합하다. LG전자 내부에서도 제품 개발 초기 원통형 디자인을 채택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도 직육면체라는 튀는 결정을 한 건 이동 중이거나 열린 공간에서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휴대용 선풍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시원함을 느끼려면 선풍기 날개가 하늘이 아닌 얼굴을 향해야 한다. 퓨리케어 미니는 직육면체형 구조로 세우거나 눕혀도 되고 사용자의 얼굴 방향으로 비스듬히 기울여 사용할 수도 있다.



"원통형은 몸통에서 공기를 흡입해 위로 뿜어내는 식입니다.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선 유용하지만 사람의 호흡기 방향으로 직접 공기를 내보내는 것보다는 청정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제품은 뒤에서 흡입해 정면에서 공기가 나옵니다. 최대한 호흡기 쪽으로 맑은 공기를 내보내기 위해서였죠."




LG전자 '퓨리케어 미니'의 전면은 빗금 모양으로 돼있다. 수많은 실험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상단에는 스트랩(끈)을 달아 휴대용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몸통 재질을 플라스틱 대신 알루미늄으로 택한 것도 단지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하려는 의도만은 아니었다.



전 책임은 "가지고 다니다가 부딪치거나 떨어져도 손상이 덜하도록 해야 했다"며 "플라스틱이 가볍고 제작하기 수월하다는 걸 알지만 진정한 휴대용 제품을 만들고 싶어 충격에도 강한 스틸 재질을 썼다"고 말했다. 차량 컵홀더에 두는 용도로 국한했다면 굳이 스틸을 고수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LG전자는 휴대용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제품 상단에 스트랩(끈)도 달아놨다. 공기청정기보다는 휴대용 스피커에 가까운 디자인이다.



또한 별도의 전원을 연결해야 하는 시중의 휴대용 공기청정기와 달리 자체 배터리로 한번 충전하면 야외에서 선 없이 8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재 퓨리케어 미니는 30만원이 넘는 가격(출하가 기준 30만9000원)에도 불구하고 많을 땐 하루 2000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단순 계산하면 연간 수십만대의 판매고를 노려볼 수 있는 히트작이다.



내부에서도 고무된 반응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가전 카테고리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동안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 등 몇몇 제품에 국한된  휴대용 제품의 범위가 공기청정기까지 넓어졌다.



전 책임은 "상품기획과 개발, 디자인 분야의 협업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작은 스펙에서도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노력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성과로 이어져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퓨리케어 미니 = LG전자가 개발한 휴대용 공기청정기. 극초미세먼지를 감지할 수 있는 PM1.0 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한국공기청정협회(KACA·Korea Air Cleaning Association)로부터 국내 소형 공기청정기로는 처음으로 성능을 인증받은 제품이다. 내부에 두개의 팬이 돌아간다. 약풍으로 작동할 경우 30dB로 도서관 수준의 소음이 발생한다. 필터수명은 약 2000시간으로 6개월에 한번씩 갈아주면 된다. 필터비용은 1개당 1만원이다. 시중 제품의 필터수명이 1개월 안팎이고, 개당 1만5000~2만원인 것과 비교해 유지비가 적게 들어간다. 내부에 자체 배터리가 있어 한 번 충전하면 최대 8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혁신(革新). 묵은 제도나 관습, 조직이나 방식 등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왔고,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공식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외 '혁신의 현장'을 찾아 나선 이유다. 산업의 변화부터 기업 내부의 작은 움직임까지 혁신의 영감을 주는 기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 그 시작은 '혁신의 실천'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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