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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스파크·티볼리 "100개월·10년 할부"…솔깃한데?
비즈니스워치 | 2019-07-19 13:41:02

[비즈니스워치] 윤도진 기자 spoon504@bizwatch.co.kr

경기도 용인 수지에 사는 30대 회사원 뚜벅이씨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으로 출퇴근 해요. 전철 신분당선과 버스를 갈아타고 다니는데, 이렇게만 다녀도 하루 왕복 교통비가 5000원이 넘어요. 콩나물 시루같은 열차 속에서 하루 두 번씩 이리저리 치이며 다니는 데도 한 달 교통비는 10만원을 훌쩍 넘고요.



그러다 매달 10만원 남짓한 돈만 내면 내 차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요즘 자동차 업체들이 속속 내놓는 초장기 할부프로그램 이래요. 대중교통 요금도 만만치 않고 출퇴근 피로도 점점 쌓이는 와중에 꽤 솔깃한 제안이에요. 그런데 이거 덥썩 물어도 되는 걸까요? 궁금해서 함께 따져봤어요.





요새 젊은 자동차 수요층에 뜨거웠던 소식이 '모닝'을 100개월 할부로 살 수 있다는 거였어요. 경차 가운데 국내판매 1위 차종이죠. 사실 뚜벅이 씨도 전부터 모닝을 눈여겨 보고 있었대요. 기아자동차는 '제로백'이라는 이름을 붙여 100개월의 할부 기간 동안 연 4.9%의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구매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내놨어요.



제로백 구매 프로그램으로 차값이 965만원인 '모닝 1.0 가솔린 베이직 플러스(수동변속기)'를 구입하면 50개월 동안은 매월 약 13만원, 그 뒤 50개월은 달마다 약 11만원을 납입하면 된대요.



전반과 후반이 다른 건 월 납입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예형 할부과 일반형 할부를 결합했기 때문이에요. 1~50개월차 동안은 차량가의 50%를 유예한 뒤 50%의 할부원리금과 유예금 이자만 납입(매월 12만6580원)하고, 나머지 51~100개월차에는 남은 유예금 50%를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으로 납입(10만6880원)하는 거죠.



보통 월 납입금이 적은 장기할부는 상품가격의 일부를 먼저 내는(선수금) 경우가 많은데, 이 프로그램은 먼저 목돈을 들일 필요도 없대요. 할부가 너무 길다 싶으면 50개월 이후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할부를 끝낼 수도 있고요.



한국GM도 이보다 더 길고, 월 납입 부담이 적은 할부 프로그램을 '스파크'에 적용하겠다고 나섰어요. '10 X 10 초장기 할부'라는 프로그램이에요. 10년간 매월 10만원 남짓한 납입금으로 이 경차를 구매하는 거래요. 사실 한국GM은 수년 전부터 이따금 이런 초장기 할부 판촉을 벌이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스파크를 10년, 120개월짜리 할부로 살 수 있다는 건데요. 이 프로그램으로 979만원짜리 '더 뉴 스파크 LS 베이직(수동변속기)'를 사면 월 할부금으로 10만3360원만 내면 된대요. 역시 연 4.9%의 금리가 적용되고 선수금도 없어요. 다시 말하자면 연 4.9%로 979만원을 대출 받아 차를 사 매월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으로 대출금을 갚는 것과 같아요.



쌍용자동차는 경차를 만들지 않지만 진작부터 판촉을 위해 일부 모델에 한해 10년 할부 프로그램을 가동하곤 했어요. 요즘은 '티볼리 에어'만 이 120개월짜리 할부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어요.



차값이 1963만원인 '티볼리 에어 1.6 디젤 AX(자동변속기)'를 120개월 할부로 사면 10년 동안 매달 21만6950원을 내면 된대요. 경차가 아니지만 초장기 할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에요. 다만 기본 차값만큼 월 납입금이 큰 건 부담일 수밖에 없어요. 할부금리가 연 5.9%로 앞선 두 회사보다 높기도 하고요.





자동차 업체들은 왜 이런 초장기 할부를 내놓는 걸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차를 팔기 위해서에요. 초기 차량 구매부담을 줄여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거죠. 특히 경차가 잘 안팔리다보니 경차에 이런 할부가 많아요. 모닝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2만4094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6% 감소했어요. 스파크는 6.6% 줄어든 1만5776대에요.



경차에 장기할부가 많은 다른 이유는 운영이 안정적이라는 점도 뺄 수 없어요. 실용적인 경차를 타는 사람은 씀씀이가 헤프지 않아 할부금을 밀릴 리스크가 적다고 해요. 경차 수요층의 지갑이 얇기 때문에 할부 판촉 수요가 충분하기도 하고요.



특히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이자수입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도 할부 판촉의 매력이에요. 자동차 제조사와 연결된 금융사가 할부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죠. 현대·기아차를 살 때 현대카드나, 현대캐피탈이 연결되는 것처럼요. 이 금융사들은 할부금융 자산을 확보할 수 있고, 또 기간이 긴 만큼 이자수입도 많아요.



하지만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부금융사가 가져가는 만큼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 거에요. 긴 기간 나눠내서 언뜻 보면 큰 부담이 아니지만 뜯어보면 차값의 20~30%를 할부 이자로 내야하는 거죠.



기아차 모닝의 경우 제로백 할부 프로그램으로 살 때 100개월간 내야하는 이자가 203만원이에요. 한국GM 스파크는 10년 할부로 살 때 드는 이자가 261만원이고요. 쌍용차 티볼리 에어의 경우 10년 할부 이자가 640만원이네요. 이건 차값의 3분의 1에 가까워요.



그러니까 당장 월 납입금이 적다고 덜컥 초장기 할부를 선택했다가는 괜히 이자만 더 내야하는 꼴이 될 수 있어요. 목돈이 어느 정도 있다면 선수금을 일부 내고 중장기 48~72개월 할부를 이용하면 할부금리가 훨씬 낮죠. 자동차만큼 할부가 다채로운 상품이 또 없잖아요. 물론 모아둔 돈이 없고 당장 월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요.



참, 요즘은 1금융권인 은행에서도 '오토론' 등의 이름을 붙여 차량구입 때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상품이 있어요. 할부처럼 쓸 수 있는 데다 자동차등록세, 옵션 등의 비용까지 포함해 할부로 결제할 수 있게 만든 상품이에요. 선수금도 없고 금리도 자동차 할부 프로그램보다 비교적 낮아요.



다만 이런 대출상품은 변동금리인 경우가 많아요. 금리가 오르내려 생기는 비용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에요. 또 다른 대출을 쓰고 있는 경우(카드 현금서비스 포함) 대출에 제한이 생길 수 있대요. 그러니 차를 살 때도 자금계획에 맞춰 여러 방법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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