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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1인당GDP 아시아 1위…식목일, 다시 쉬면 안될까
프라임경제 | 2020-04-05 04:44:40
[프라임경제] 2010년 4월5일은 역대 가장 우울한 식목일이었습니다. 당시 일주일 전 발생한 천안함사건으로 정국이 온통 뒤숭숭했던데다, 법정공휴일이었던 한글날과 식목일, 제헌절 등이 차례로 공휴일에서 취소되면서 남은 주중휴일이라고는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 추석연휴 등 5일이 전부였기 때문이죠.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해제된 것은 2005년 공공기관 주 40시간·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근로일수 감소에 따른 생산성 저하 우려에 따름이었습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논의됐던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결실을 맺어가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가 내놓은 협상용 카드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이유로 제헌절도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는데요.

그렇다 보니 2010년은, 법정 공휴일은 14일이었지만 이 중 6일이 일요일과 토요일에 겹치며 주중 휴일수가 겨우 8일에 불과할 정도로 유난히 출근을 많이 해야 했던 해였습니다.

시계를 앞으로 좀 더 돌려보면, 경제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의식이 뒷받침 됐지만, 무리한 노동이 당연하게 여져지던 시절은 정부의 경재개발계획과 함께 수십년을 지속해 왔습니다.

1970년 11월13일, 후일 열사로 추서된 재단사 청년 전태일의 분신으로 '근로기준법'에 대한 화형식이 있기 전까지 '일요일'이 공휴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나요?

'나는 재봉틀이 아니다'는 희생의 외침은 노동자들에게 '정기 건강 진단'과 '일요일 휴무'를 가져다 줬습니다. 그것보다 큰 선물은 물론 노동3권의 존중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지요.

하지만 전태일 열사의 사망 30년이 지나도록 우리나라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였습니다.

2007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노동 시간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조사한 결과(2007년 기준), 연평균 2316시간으로 '세계 최장 시간'을 자랑(?)했습니다.

당시 OECD평균 근로 시간 1768시간으로 우리는 같은 시기 500여 시간이상을 더 일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과도한 업무량은 생산성 악화로 이어지며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의 65%에 불과하다는 오명도 함께 받던 시절입니다.

특히 2010년은 유난히 휴일이 적어 노동자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습니다. 이에 국회는 대체 휴일제 도입을 검토하기에 이릅니다.

우선 2008년 윤상현 전 한나라당 의원 , 강기정 전 민주당 의원 등 7명의 국회의원이 관련 법안 7건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였고, 임시국회 상정에 앞서 공개 청문회도 열었던 터라 국회 통과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습니다.

마침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었던 시기라 표심을 얻기 위해서도 적절한 카드였지요.

이를 정면으로 막아선 것은 재계입니다. 총대는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매었지요. 경총은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 없이 그냥 휴일 수만 늘리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총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경총은 대체 휴일제 도입에 따른 기업의 직접 손실 합계는 12조에 육박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정부의 입장은 대체휴일에 찬성하는 쪽과 아닌 쪽으로 나뉘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국무총리와 지식경제부 장관 사이의 힘겨루기가 벌어졌지요.

정확하게 10년 전 오늘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은 '현행 휴일을 정비한 뒤 대체 공휴일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법정 공휴일이 많기 때문에 대채공휴일의 도입을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반면 정운찬 전 총리는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대체휴일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당시 정권의 뜻을 정확하게 짚은 건 최경환 전 장관이었습니다. 정부는 재계를 설득하지 않았고, 국회 또한 한나라당의 반대로 2013년이 돼서야 대체휴일은 국회를 통화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박근혜 정권 당시 경제부총리에 오른 뒤 대체휴일에 보인 행보입니다.

최 전 부총리는 2014년 9월10일 대체휴일에 굳이 쉬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을 찾아가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명박 정부가 근로시간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던지를 잘 드러낸 사례지요.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8년이 되서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과 △경기 침체로 인한 제조업 구조조정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와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회피 등 부정적 요인에 의해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우리나라가 구매력(PPP·Purchasing-Power Parity)을 기준으로 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1인당 GDP가 2017년 기준, 4만1001달러(약 4890만원)를 기록했습니다. 일본은 4만827달러죠. 이는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50년만의 일로, 한국은 드디어 아시아 1위를 차지합니다.

반면, 2018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993시간으로 일본(1680시간)보다 313시간 더 많았습니다. 2000시간 밑으로 내려왔지만, 평균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기대해 볼만한 사실은 식목일 공휴일 재지정 논의가 조금씩 생겨난다는 사실입니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도시숲 확충'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목일의 공휴일 재지정, 이름만 남은 식목일로 보여주기식 식수행사만 할 것이 아니라는 의견과 평균 노동시간의 감축을 목표로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아이디어가 아닐까요.

강경식 기자 kks@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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