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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가격 하락 정부가 막는다…"초과 생산량 매입"
한국경제 | 2020-07-09 13:45:43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초과 생산되는 쌀을 매입하기로 했다. 공급증가로 가
격이 폭락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농민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쌀 재고
가 이미 많은 상황에서 초과공급량을 매입하면 시장 왜곡이 심해져 소비자 피해
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쌀 초과생산량 정부가 매입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초과 생산되는 쌀을 매입할 수 있는 근거 등을 담은 
9;양곡수급안정대책 수립·시행 등에 관한 규정'을 행정예고 했다.
올해 1월 양곡관리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쌀 수요량과 생산량의 차이인 초과생산량이 전체 생산량의
3%를 초과할 경우 초과된 범위 내에서 이를 매입하기로 했다. 단경기(7~9월) 또
는 수확기(10~12월) 가격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는 경우에도 초과생산량
범위 내에서 정부 매입이 이뤄진다. 공급과잉이 지속돼 민간에서 재고 누적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초과생산량보다 많은 물량도 매입할 수 있다.

정부는 매년 10월15일 미곡 수급안정대책을 수립할 때 해당 연도의 신곡 예상
생산량과 예상 수요량을 추정해 초과생산량을 계산하고 이를 근거로 쌀을 매입
하기로 했다. "가격 지지방안 마련해달라", 농민 요구 수용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쌀 초과생산량 매입 기준을 마련한 것은 올해부
터 변동직불금이 폐지된 것과 관련이 깊다. 변동직불제는 수확기 쌀 가격이 국
회가 정한 목표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의 85%를 현금으로 보조하는 제도
다. 가격에 연동된 보조금이라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과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올해 공익형 직불제가 도입되면서 폐지됐다.

농민들은 이 과정에서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을 추가로 마련해달라고 주장했고
, 정부가 초과 공급을 받아주는 식으로 시장에 개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같
은 결정에는 농민들의 생산 기반이 안정돼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식량 전쟁 등
에 대비할 수 있다는 논리 등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생산자단체, 전문가 등 관계자 의견 수렴, 관계 부처 협의, 과거 쌀
시장 분석 등을 바탕으로 수급안정제도 운영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구체화해
양곡관리법 시행령 개정안과 고시(양곡수급안정대책 수립 $시행 등에 관한 규정
) 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발표한 시행령에는 미곡 매입의 일반적
기준과 재배면적 조정 절차에 대해 정하고, 이날 발표한 고시에는 미곡 매입
및 판매의 세부 기준, 생산량과 수요량 추정 방식, 협의기구 운영 등 수급안정
대책 수립에 필요한 사항을 구체화했다. 농식품부는 고시 제정안에 대한 행정예
고를 이달 28일까지 진행해 의견을 수렴한 후 확정할 방침이다.쌀 남아도는데
공급량 늘리는 정책 쓰는 정부
문제는 국내 쌀 생산이 지속적으로 과잉 상태였다는 점이다. 국제연합(UN) 세계
식량기구(FAO)가 정한 쌀 적정 재고량은 소비량의 약 17%로 한국의 경우 80만톤
정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재고량은 정부 110만톤,
민간 89만톤에 달했다. 정부가 공식 기준으로 삼는 지난해 10월말 기준 재고량
도 87만톤으로 이를 초과했다. 해외에서 매년 의무 수입해야하는 쌀 물량도 41
만톤에 이른다. 정부의 초과공급량 매입이 공급 과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
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정부 재고량 중 가공용 쌀을 제외한 재고량은 지난해 10
월말 기준 60만톤 정도에 불과해 FAO 기준보다 재고가 적은 수준이라고 해명했
다. 가격 상승시 매입한 쌀을 시장에 푸는 기준도 이번에 함께 마련했다고도 했
다. 민간 재고 부족으로 쌀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정부 비축 물량을 판
해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 재고 부족&rsquo
;과 ‘지속적으로’ 등의 기준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농식
품부는 추가 조항으로 10일마다 발표되는 쌀 평균 가격이 3차례 연속 1% 넘게
상승할 경우엔 매입한 쌀을 의무적으로 방출하기로 하는 내용을 넣었지만 이같
은 일이 벌어졌던 것은 지금까지 2010년과 2017년 두차례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는 정부가 초과 공급량을 매입하는 것이 시장경제 기본인 수요 공급
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르면 수요가 일
정한 상황에서 공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지고, 이를 견디지 못하는 생산자들이
생산을 포기하면서 공급이 줄어드는 순환이 일어난다. 하지만 정부가 공급이 늘
어날 때 매입을 해주는 식으로 개입하면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공급도 유지되거
나 오히려 늘어난다. 소비자 입장에선 쌀이 남아도는데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쌀을 구매해야하는 것이다. 김홍상 농촌경제연구원장은 과거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는 시그널을 주면 농민은 생산을 일
단 늘리고 본다"며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생산자조직의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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