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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알바 전성시대]下. "원할 때 일한다"…법적 보호는 숙제
비즈니스워치 | 2020-08-11 14:31:02

[비즈니스워치] 나원식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일반인 배달 아르바이트 전성시대다. 배송이나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인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배송에 참여하는 이들이다. 쿠팡 플렉스와 배민 커넥트에 이어 최근에는 편의점 업체까지 나서면서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 해석은 엇갈린다.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니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인 배달 알바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





쿠팡플렉스와 배민커넥트 등 일반인 배송·배달 알바의 가장 큰 장점은 근무 시간이나 형태의 '유연성'이다. 업체들도 이를 앞세워 '알바'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투잡을 원하는 이들이나 주부, 학생, 은퇴자 등의 경우 이런 근무 방식을 선호한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런 일자리 종사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또 플랫폼 노동으로 분류되는 일반인 배송·배달 일자리가 계속 증가할 경우 기존 정규직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노동 형태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유연하고 진입 장벽 낮아…"취약층에 기회"



"날씨 좋은 날 소풍 다니듯, 드라이브하듯이 그렇게 일하고 있어요". 쿠팡이 홍보를 위해 만든 '뉴스룸'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쿠팡 플렉스를 함께 하는 한 부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부는 최근 대학에 입학한 첫째 등록금에 보태기 위해 쿠팡플렉스를 시작했지만 예상외로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쿠팡 플렉스를 여유 시간에 돈도 벌고, 운동도 하면서 부부 사이도 좋아질 수 있는 좋은 부업이라고 말한다.



쿠팡 플렉스나 배민 커넥트 등 일반인 배송·배달 업체들이 '알바'를 모집하면서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바로 이런 '유연함'이다. 정해진 시간에 약속된 업무를 해야 하는 일반 아르바이트와 달리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배민 커넥트 역시 '운동 삼아 한두 시간 가볍게', '퇴근길에 한두 시간 가볍게'라는 문구로 배달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배민커넥트 홈페이지.



이런 점은 유튜브 등 SNS나 블로그에 올라오는 체험기에서도 자주 눈에 띈다. 가벼운 마음으로, 혹은 운동 삼아 일반인 배송·배달 알바를 한 뒤 후기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간혹 업무에 적응하기가 힘들다거나 받는 돈이 적다며 불평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본인과 잘 맞을 때만 하면 되는만큼 대체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일자리의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가 없어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장기 실업자나 등 취업이 어려운 취약 계층에게는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다. 최근에는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는 물론 도보로도 할 수 있게 되면서 일자리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고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 등 정부 기관도 다양한 계층의 노동 참여를 가능케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노동자 아닌 '사업자'…"기존 법체계 변혁 필요" 



하지만 한쪽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일반인 배송·배달 알바와 같은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편의점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를 구해서 하는 노동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들은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현행법상으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기존 정규직이나 비정규직과는 다른 대우를 받는다. 이에 따라 '부당 해고'에 대응할 방안이 없고, 4대 보험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배송·배달을 하다가 사고가 나더라도 업체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이런 일자리의 경우 규모가 커질수록 임금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막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는 단계여서 업체들이 더 많은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점차 수수료 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실제 미국의 경우 지난 2018년 30개 업체 기준 플랫폼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 평균은 21.6달러였다. 이는 서비스업 전체 평균인 27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내 사정도 비슷하다. 쿠팡은 쿠팡플렉스를 론칭시 배달인력을 모집하면서 배달 건당 2000원 지급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건당 700~800원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주문량은 적은데 배달하려는 인력이 넘쳐나면 수수료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향후 이런 형태의 일자리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책 마련 등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대로 된 법적 체계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기업들이 이런 일자리만 우후죽순 늘려 기존 정규직·비정규직의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와 관련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올해부터 AB5라는 관련 법을 시행하면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개입을 시작했다. 프랑스도 2016년 플랫폼 노동 관련 법을 제정했다. 기업이 재화와 서비스의 성격과 가격을 결정할 경우,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플랫폼 노동은 단순히 비정규직 노동의 일부가 아닌 새로운 유형의 경제 제도"라면서 "그간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로 나누는 이분법 체계로 운영돼 온 노동법과 사회보장체계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 대변혁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임금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노동 관련 법과 사회보험제도의 적용 확대 가능성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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