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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문턱 낮아진 "신혼부부 특공"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비즈니스워치 | 2020-10-20 15:32:03

[비즈니스워치] 노명현 기자 kidman04@bizwatch.co.kr

내 집 마련의 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던 2년 전, 당시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기준 완화 소식에 희망을 품었던 기억이 벌써 오래다. 정부는 2017년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신혼부부 특공 물량을 이전보다 두 배 늘리고 소득기준도 낮췄다.



희망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특공 물량을 늘렸음에도 문턱이 낮아지면서 당첨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까닭이다. 소득기준 완화로 기회는 생겼지만 그만큼 당첨 바늘구멍은 더 좁아졌고, 신혼부부 특공은 여전히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정부는 신혼부부 특공 확대를 통해 분양 당첨된 신혼부부가 늘었고,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신혼부부 역시 증가했다고 자평했다. 특공물량을 늘렸으니 당첨자가 이전보다 많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기에 특공 당첨에 접근하지 못하는 많은 신혼부부들은 쓴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내 집을 마련한 신혼부부가 증가한 것도 온전히 정책 효과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 여건은 이전보다 더 팍팍해졌다. 2년이 사이 집값은 폭등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2년 전만 해도 수도권 분양단지 분양가격은 5억~6억원 선이었지만 이제 7억원을 훌쩍 넘는다.



그래서인지 정부도 또 한 번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내 집 마련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공급 소득기준을 낮췄다.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집값이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자 3040세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온 대출)을 통해서라도 집을 사는 행렬에 동참했다. 이는 곧 '패닉바잉'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들에게 좀 더 내 집 마련 기회를 부여한다는 목적 아래 추가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무주택 신혼가구의 약 92%가 특별공급 청약자격을 갖는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존 신혼부부 자격대상 가구 대비 공공분양은 8만1000가구, 민영은 6만3000가구에 특별공급 기회가 신규로 부여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그동안 줄곧 강조했듯 3040세대에게 분양 기회가 있으니 무리하게 집을 사지 말라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집값 안정화를 기대하는 속내도 담겨있을 터다.



문제는 소득기준만 낮추는 조치는 2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다. 신혼부부 대다수가 특공 대상이 됐으니 좋을 법도 하지만 문턱은 더욱 낮아진 까닭에 경쟁률이 얼마나 오를지는 예측 자체가 쉽지 않다.



최근 분양한 단지 중 수색?증산 뉴타운 분양단지들의 신혼부부 특공 경쟁률은 최고 308.8대 1(DMC SK뷰 아이파크포레) 에 달했다. 특공 대상 확대와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 새 아파트 선호현상 등으로 향후 당첨 경쟁은 지금보다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신혼부부들이 소득기준 완화에도 마냥 웃지 못하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소득기준 완화가 실질적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로 다가오려면 전체적인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특별공급 물량 자체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8.4 대책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기로 했지만 여전히 3040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실제 공급이 이뤄질지, 시점은 언제가 될지 등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게 되면 내 집마련을 하지 못한 이들은 또 다시 세입자가 되거나 무리한 주택 매입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집값에 언제든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정책이 정부가 기대했던 선의의 효과만을 낳지는 않는다. 정책의 기대효과 뿐 아니라 부작용까지도 세밀하게 파악하고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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