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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파월의 수모…文 정부에 주는 시사점은?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경제 | 2021-02-28 19:02:56
[ 한상춘 기자 ] 작년 3월 중순 이후 전통적인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을 만큼
급등했던 주가가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불거진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
션 우려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미국의 양대 경제수장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긴급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약발이 종전
만 못하다.

Fed 설립 이후 가장 ‘시장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양대 경제수
장이 이번에는 잘 통하지 않은 것은 시장을 잘못 읽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 사태 1년을 맞은 증시는 유동성 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세로 넘
어온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융완화’보다 ‘트리
플 Re’에 대한 확신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트리플 Re는 reflation(경기 회복), revenge consumption(보복 소비), restock
ing(재고 축적)의 접두어를 딴 용어다. 정책 처방 측면에서 리플레이션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경기 국면을 말한다. 너무 뜨거우면 &
lsquo;테이퍼링’ 우려가, 너무 차가우면 ‘통화정책의 무력화&rsqu
o; 명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소비 측면에서는 보복 소비가 나타날지 여부가 큰 관심사다. 코로나 이후 각종
지원금에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저축이 늘어났다. 코로나 백신이 보
급되면서 짓눌렸던 소비심리가 살아나 저축분이 소비로 연결된다면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설 수 있다. 총수요 항목별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에서 민간소비
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웃돌기 때문이다.

생산 측면에서 재고 축적은 가장 확실한 경기 회복 판단지표다. 경기 순환상 저
점을 통과한 국면에서 기업은 재고를 충분히 쌓아 놓아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자급자족 성격이 강해지면서 ‘아웃소싱&rs
quo;보다 ‘인소싱’이 중시되는 기업 생존전략에 있어서는 더욱 그
렇다.

트리플 Re에 대한 확신이 선다면 최근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국채 금리 상승 우려를 극복하고 주가는 추가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양
대 경제수장이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고용 창출’ 목표만 중시
해 대규모 부양책과 금융완화 정책을 고집하다 보면 시장에서 반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트리플 Re 관점에서 파월 의장이 가장 강조했던 “물가 목표는 3년 이후에
나 가능하다”는 발언을 평가해 보면 코로나 이후 무제한으로 공급된 유동
성이 실물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금융과 실물 간 따로 노
는 이분법 경제에서 금융완화를 지속해 나간다면 인플레이션 우려는 해소되기
힘들다.

시장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 추진된 금융완화로 인플
레이션 우려가 상존하는 여건에서 비용(공급) 면에서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
재 가격이 뛰고 있다. 수요 면에서도 Fed가 내다보는 올해 성장률과 잠재 성장
률을 기준으로 한다면 오쿤의 법칙상 2∼3%포인트의 ‘인플레 갭&rsqu
o;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는 정책과 공급, 수요 요인이
겹친 다중 복합 공선형 성격을 띠고 있어 지속성이 높고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도 어렵다. 속도 면에서도 경기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리플레이션 성격이 짙지
만 금융완화가 지속될 경우 어느 순간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돌변할 가능성
도 높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문제도 그렇다. 이미 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것
이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단기 국채를 매각해 그 재원으로 장기 국채를 매입해
장기 금리를 안정시키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와 같은 보완책 없
이 대규모 부양책을 추진한다면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우려가 줄어들기는 힘들
다.

오히려 19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민주당 정부 시절에 추진됐던 ‘페이고&
rsquo;가 대규모 부양책보다 시장에서 바라는 재정정책이다. 페이고란 재정지출
총량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부양 효과가 작은 일반 경직성 항목을 줄이
고 그 삭감분을 경기부양 효과가 큰 투자성 항목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말한다.


모든 경제 정책과 정책 당국자의 발언은 ‘시장 친화적’이어야 효과
를 볼 수 있다. 특히 절실할수록 더 그렇게 해야 한다. ‘월가의 반란&rs
quo;이라 하는 미국 양대 경제수장의 수모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컨대 부동산 대책을 25차례나 내놓았는데도 여전히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
는 이유를 정부 당국은 알아차려야 한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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