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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모니모가 내다버린 "삼성스러움"
비즈니스워치 | 2022-05-26 08:02:02

[비즈니스워치] 윤도진 기자 spoon504@bizwatch.co.kr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모니모' 광고를 만났다. 모니모는 보험·카드·증권·자산운용 등을 지닌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의 통합 플랫폼으로 삼성카드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이다. 모니모 광고는 삼성의 '본진' 격인 강남역의 역사안, 지하철 환승 통로에 설치된 거대한 입체 디스플레이에서 영화, 게임, 가상자산 거래소 등의 다른 광고들과 함께 현란하게 돌고 있었다. 




/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15초 남짓 동안 나오는 모니모 광고는 요샛말로 힙했다. 쏟아지는 젤리와 통통 튀는 음향, 거기에 모니모(monimo)라는 이름과 아이콘, 그리고 '안녕 난 젤리야 넌 모니?'라는 문구가 전부였다. 모르는 사람이면 그저 새로운 핀테크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겠다 싶은 티저 광고였다. 



특히 광고에 '삼성'이 전혀 비치지 않아 더 신선했다. 세계 5위인 글로벌 브랜드도 MZ세대(20~30대 젊은 층)를 모으는 데는 거추장스럽다는 듯한 패기도 엿보였다. 커다란 입체 디스플레이의 강렬한 영상과 거기서 내뿜어져 나오는 열기 탓에 다소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선을 끄는 데는 제법 성공한 듯했다.



그런데 퇴근길에 또 모니모 광고를 마주쳤다. 역시 강남역 2호선 승강장이었는데 형식과 문구가 아침에 본 것과는 달랐다. 스크린 도어에 부착된 고정 형태의 광고판엔 '모니모에서 젤리 모아서 강남역에 빌딩 살래요'란 문구가 써 있었다.



시선은 확 끌었지만 이건 너무 허황된 얘기 아닌가 싶었다.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모니모에 가입해봤다. 젤리란 뽑기 방식을 통해 '모니머니'라는 현금성 포인트로 바꿔주는 쿠폰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고작 하나에 20~30원, 특수 젤리는 1000원 남짓한 모니머니로 교환됐다. 그런데 '빌딩 살래요'라니. 못해도 수천억원일 강남역 빌딩을? 



그래서 다시 삼성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아침에 느낀 것과는 달랐다. 문구가 너무 선정적이고 과장됐다는 점에서다. 모니모라는 앱이 어쨌든 신용과 건전성이 생명인 금융생활을 돕는 도구인데, 게다가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일제히 참여하는 플랫폼인데 이렇게까지 오버해도 되나 싶었다. 




/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떠올려보니 모니모는 출시 초기에도 삼성답지 못한 사고를 쳐 삼성의 체면을 구겼다. 서비스 시작 나흘 만에 고객 344명의 투자 정보가 잘못 노출됐던 일이다. A의 계좌 잔액이나 카드 사용액 같은 정보가 B의 화면에 나오는 식이었다. 알아보니 금융감독원은 아직 모니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런 와중에 비현실적인 문구를 동원한 광고를 통해 사용자 끌어모으기에 골몰하고 있다니, 다시 한번 삼성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사의 광고 문구로는 신중하지 못하고, 또 적절치 않은 표현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광고심의는 어떻게 통과했나 의구심이 들었고, 서슬 퍼렇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금융감독원은 뭐하나 싶었다.



모니모는 소비생활 접점이 많은 삼성카드가 주축이라지만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이 모두 참여하는 통합 금융서비스 플랫폼이다. '삼성 금융 네트웍스(Samsung Financial Networks)'라는 공동 브랜드도 선보인 상태다.



달라진 생태계 속에 삼성의 금융도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절박함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의욕이 앞서 소비자 신뢰를 뒤로한 채 외줄타기 하듯 하는 과감함은 위태로워 보인다. 삼성, 그리고 금융이라면 무엇보다 안정감과 신뢰가 우선이어야 하지 않을까. 삼성은 금융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싶어 더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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