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건춘 건은 대표 "제대군인 사회 진출, 사명이자 기업 존재 이유"
프라임경제 | 2025-06-20 15:40:19
프라임경제 | 2025-06-20 15:40:19
[프라임경제] 호국보훈의 달 6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노고를 기리는 시기에, 제복을 벗은 후에도 사회에서 이들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앞장서 온 인물이 있다. 제대군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 정착을 27년 넘게 실천해 온 권건춘 건은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제대군인들이 사회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돕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믿었다."
1999년, 대한민국은 IMF 외환위기로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률이 치솟았다. 당시 산업은행에서 산업안전부장으로 근무하던 권건춘 대표는 군을 나와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제대군인들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권 대표는 "당시 제대군인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다"며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 경험도 없이 '근면·성실·봉사'라는 사훈을 내걸고, 제대군인 채용을 중심으로 한 경비·시설 관리 기업 '건은'을 설립했다. 창업 초기 30명 규모의 조직에서 시작해 오늘날 약 1000명의 직원을 둔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권 대표는 "어떤 사업을 해야 할지보다, 누구를 위해서 할 것인가가 더 중요했다"며 "나는 제대군인을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 전국 주요 시설·국제 행사까지…보안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
건은의 전환점은 지난 2009년 인천국제공항 항공 경비·보안 검색 업무를 수주하면서다. 권 대표는 "공항은 보안의 최전선"이라며 "이 경험이 전국의 공항, 항만, 공공시설 관리로 이어지는 초석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해 △청주 △제주 △무안 등 전국 국제 공항을 비롯한 방송국, 은행, 대형마트,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다수의 대기업·공공기관이 건은의 파트너가 됐다. 특히 2012년 여수엑스포·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국제행사에서도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보안 업무를 완수하며 '신뢰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권 대표는 "보안도 기술이다. 단순히 서 있는 시대는 지났고, 장비를 이해하고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은은 자체 보안 설명서를 제작해 직원 교육을 강화했다. 이어 기술 기반 보안 서비스로의 고도화에 성공했다.
건은의 독특한 기업 문화는 자율과 책임이다. 직원 모두에게 법인카드를 지급하고, 현장 상황에 맞는 판단을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한다.
권 대표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건 본사가 아닌 현장 근무자"라며 "본사는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 기반 인센티브 제도 또한 도입했다. 단순한 시급 보상이 아닌, 성과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구조는 직원들의 동기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다. 성과를 각자가 만들어야 진짜 의미가 있고, 이런 구조 속에서 자긍심도 자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건은은 창업 이후 27년간 단 한 번도 임금 체납이 없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2009년 국세청장 표창, 국가보훈부 제대군인 고용 우수기업 선정 등 여러 정부 포상을 받았다.
권 대표는 "기업은 이윤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직원의 권리"라며 "그 철학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서울 제대군인지원센터와 MOU…채용·교육, 모두 체계화
건은은 서울 제대군인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통해 제대군인을 매년 15명 이상을 채용하고 있다.
권 대표는 "제대군인은 책임감, 체계적 사고, 근면성 등을 갖춘 인재들"이라며 "언제든지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완성형 인재"라고 말했다.
건은은 제대군인 고용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10년 넘게 재인증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지금도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제대군인 출신이며, 이들 대부분이 장기 근속자로 남아 있다.
최근 공공기관 자회사 전환 등으로 민간 경비업계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건은은 '복지 서비스'로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권 대표는 "복지도 전문성과 기술이 필요하다. 청소도 시스템이 없으면 비효율적"이라며 "우리는 장비 운용과 위생 관리 기준 등을 강화해 과학화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권 대표는 80세가 넘는 나이에도 직접 현장을 찾는다. 현장이 없으면 본사도 없고,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직접 보고 들어야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그는 "건은은 내 사명이다. 제대군인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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