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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원의 글로벌프랜차이즈] "미제라면 양잿물이라도..."에서 "K라면 뭐든 믿는다"까지
프라임경제 | 2025-11-18 17:12:42
[프라임경제] "미제라면 양잿물이라도 마신다"는 표현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그 속에는 한 시대를 통과하며 차곡차곡 쌓인 미국 제품에 대한 신뢰의 역사가 담겨 있다. 전후 복구와 산업화 과정에서 미국 제품은 실제로 더 좋은 품질과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주었고, 이는 수많은 사용 경험과 입소문을 통해 "미국산이면 일단 믿고 사도 된다"는 인식으로 굳어졌다. 다시 말해, 이 문장은 근거 없는 맹신이라기보다, 축적된 품질과 신뢰가 어느 순간 '맹목적인 믿음'으로 전환된 상태를 상징한다.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서 'K'가 바로 그 지점에 다가가고 있다. K팝과 K드라마로 시작된 한류는 K컬처 전반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만들었고, 그 위에 K뷰티, K푸드, K간식, K인삼(K-insam), K프랜차이즈(K-Franchise), K라이프스타일이 차례로 올라서며 K라는 두 글자가 곧 신뢰와 기대를 상징하는 브랜드의 접두사가 되고 있다. 이제 세계 소비자는 한국에서 나왔다면, K가 붙어 있다면, 한 번쯤 믿고 경험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과거 한국이 미국 제품에 느끼던 감정이, 이제는 세계가 한국을 향해 느끼는 감정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 지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먼저 K컬처가 길을 열었다. BTS, 블랙핑크, 다양한 K팝 아티스트들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허물었고, K드라마와 K무비는 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같은 작품은 한국 콘텐츠의 창의성과 완성도를 직접 증명하면서 "한국에서 만드는 것은 수준이 다르다"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이 누적된 경험이 "한국에서 온 것이라면 일단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기본 신뢰로 이어졌다.

그 다음 무대는 K푸드와 K간식이었다. 드라마와 예능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던 떡볶이, 라면, 김치, 치킨, 분식, 길거리 간식들은 결국 현실의 시장으로 넘어왔다. 실제로 맛본 해외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훨씬 맛있다", "영상에서 보던 그대로다"라는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갔고, 이는 다시 SNS와 유튜브, 틱톡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했다. 한국 디저트 카페, 한국식 카페 브랜드, 치킨·분식 프랜차이즈는 감각적인 공간과 메뉴 구성으로 '한국식 라이프스타일 체험 공간'을 전 세계 도시에 구현하며, K푸드와 K간식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K프랜차이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프랜차이즈는 개별 매장의 성공을 넘어 같은 경험을 여러 도시, 여러 나라로 복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표준화된 메뉴, 운영 매뉴얼, 서비스 기준을 통해 어느 매장에서나 비슷한 수준의 품질과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어디에서 만나도 믿고 들어갈 수 있는 K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 한 브랜드의 성공은 또 다른 K푸드, K간식, K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며, K 전체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만든다.

K인삼(K-insam) 역시 이 흐름 속에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고려인삼이라는 이름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신뢰 자산이다. 여기에 금산인삼과 같은 지역 브랜드들이 현대적인 스토리텔링과 디자인, 상품 기획을 추가하며 전통과 현재가 결합된 K인삼을 만들어가고 있다. 인삼과 홍삼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검증된 원료라는 인식 위에, 스낵·음료·주류·디저트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되며 K푸드와 K라이프스타일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이는 K인삼이 단순한 건강소재를 넘어, K헬스·K웰니스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과거 "미제라면 양잿물이라도 마신다"는 말이 그 자체로 미국 브랜드에 대한 강력한 신뢰와 프리미엄을 의미했듯, 오늘날 "K라면 뭐든 믿는다"는 태도는 한국 브랜드에게 막강한 기회이자 동시에 무거운 책임을 안겨준다. K라는 글자가 붙는 순간,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 완성도, 경험을 기대하게 된다. 이 기대를 충족시키면 K는 오래가는 신뢰 자산이 되지만, 반복된 실망을 준다면 K는 과장된 마케팅 수사에 불과한 라벨로 전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우선 K브랜드는 K라는 접두사를 '국적 표기'가 아니라 '신뢰의 약속'으로 인식해야 한다.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한국 특유의 섬세한 품질 기준, 치밀한 운영, 세심한 서비스, 정(情)을 느낄 수 있는 환대 문화가 실제 제품과 매장, 서비스 전 과정에서 구현돼야 한다. 말로만 한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매장에서 경험하는 작은 디테일을 통해 "역시 K브랜드답다"는 확신을 얻도록 해야 한다.

둘째, K프랜차이즈는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 속도보다 일관성을 우선해야 한다. 단기간에 많은 국가와 도시에 진출하는 것보다, 어느 나라, 어느 매장에 가도 기본 이상의 품질과 경험을 보장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프랜차이즈 본부는 로컬 파트너와의 협업 구조, 교육 시스템, 품질 관리 체계를 철저히 설계해 "K라는 이름을 다는 지점마다 신뢰를 복제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는 한 매장의 매출을 넘어, K브랜드 전체의 장기적인 가치와 직결되는 문제다.

셋째, K인삼과 같은 전통 자산은 스토리와 실질을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역사와 전통성만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과학과 디자인,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문법과 결합해 현재의 소비자에게도 설득력 있는 가치 제안을 제시해야 한다. 전통은 포장지가 아니라, 지금의 소비자에게도 유효한 신뢰의 근거가 돼야 한다.

현재 K는 분명, 과거 미국 제품이 그랬던 것처럼 "축적된 좋은 경험이 맹목적인 신뢰로 전환되려는 문턱"에 서 있다. 이 시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K는 앞으로 수십 년간 유효한 글로벌 신뢰 자산이 될 수도 있고, 몇 년짜리 유행어로 끝날 수도 있다. 미제에 대한 신뢰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 K에 대한 신뢰 또한 수십 년간 쌓여온 품질, 문화, 경험의 결과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제품과 브랜드 앞에 감히 'K'를 붙일 만큼의 준비와 책임을 갖추고 있는가?" 세계는 이미 K를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는 우리가 그 선택에 걸맞은 품질, 일관성, 문화적 깊이로 응답해야 한다. 그럴 때 "K라면 뭐든 믿는다"는 말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한국 브랜드가 세계와 오랫동안 공유할 수 있는 신뢰의 또 다른 이름이 될 것이다.


천세원 ㈜외식인(FC다움) CDO / 한국프랜차이즈교육원 이사 /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 창업&프랜차이즈 컨설팅 전공 석사 졸업 / 중앙대 일반대학원 교육학과 교육공학 전공 석사 수료
천세원 외식인 COO press@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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