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원의 글로벌프랜차이즈] K-프랜차이즈, 해외진출과 함께 짊어질 책임과 의무
프라임경제 | 2025-11-26 11:33:32
프라임경제 | 2025-11-26 11:33:32
[프라임경제]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포화 상태에 가깝다. 인건비 상승, 고물가, 고금리 속에서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7900여개에 달하는 가맹본부 대부분은 중소·영세 기업이다. 그럼에도 K-푸드, K-디저트, K-카페 브랜드의 간판은 동남아와 미주, 중동의 거리에서 점점 더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더 버티기 어렵다"는 현실과 "지금이 K-브랜드의 골든타임"이라는 기대가 동시에 밀어붙인 결과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본부는 해외 진출을 '성장'이라고 부르지만, 많은 가맹점주에게 해외 진출 뉴스는 이렇게 들린다.
"우리가 키운 브랜드인데, 이제는 해외만 보는 건가요?"
해외 진출이 본부에겐 기회이자 선택이라면, 가맹점주에게는 거의 정보 없이 동행해야 하는 비자발적 리스크가 된다. 그래서 나는 "해외에 진출한 프랜차이즈 본부에게는 어떤 법적·제도적 책임이 부과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한 가지 제안이다.
◆법·제도적 의무 정보공개서에 ‘해외’를 올려놓아야 한다
지금 우리 제도에서 예비창업자와 가맹점주가 믿고 볼 수 있는 공식 문서는 정보공개서뿐이다. 그러나 현행 정보공개서만으로는 한 본부가 해외에서 어떤 규모와 구조로 사업을 운영하는지 사실상 알 수 없다. "해외에 진출해 있다"는 짧은 문장 뒤에 매장 수와 매출, 적자·흑자 여부, 자본 출처는 모두 가려져 있다.
프랜차이즈 정책 제언, 본인의 연구, 그리고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해외 진출 프랜차이즈라면 되도록 다음 여섯 가지는 정보공개서에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해외 진출 여부 및 진출 국가
2)해외 진출 브랜드 수 및 매장 수
3)해외 사업을 통한 연간 매출 및 손익, 투자 자본의 출처
4)해외 사업이 국내 가맹사업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연계 전략
5)해외 법규 준수·분쟁·제재 이력
6)해외 파트너·계약 구조 및 책임 범위
해외 진출 프랜차이즈의 법·제도적 의무란 결국 한 줄로 정리된다. "해외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가맹점과 예비창업자가 숫자와 문장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것."
해외 진출 자체를 막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해외 사업이 본부의 '멋진 스토리'로만 소비되고, 정작 비용과 리스크는 국내 가맹점이 함께 떠안는 구조는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략적 의무 국내를 갉아먹지 않는 해외 전략
법과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본부가 해외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할수록 국내 가맹점은 이렇게 걱정한다. "해외 출점하느라 우리 관리·마케팅 예산은 줄어드는 것 아닌가요?"
실제로 일부 브랜드는 본사 핵심 인력과 예산이 해외 TF로 이동하면서 국내 지원이 느슨해졌다는 불만을 듣기도 한다. 해외 진출이 국내 사업의 파이를 잠식하는 구조가 되는 순간, 그 브랜드의 장기적인 신뢰는 무너진다. 그래서 해외 진출 프랜차이즈에게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의무가 있다.
1)자원 배분의 원칙을 분리해 두는 것
해외사업 전담 조직과 예산을 별도로 두어, 국내 가맹점 교육·마케팅·R&D 예산이 임의로 깎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2)해외에서 얻은 성과를 다시 국내에 '역류'시키는 구조
해외에서 검증된 메뉴·운영 노하우를 국내에 도입하고, 글로벌 브랜딩으로 얻은 인지도를 국내 마케팅에 활용하는 등 해외 성과를 국내 가맹점의 매출과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한다.
3)성장 단계에 따른 자원 초점의 전환
국내 성장 단계에서는 인적자원과 고객지향성으로 브랜드의 뿌리를 세우고, 해외 확장 단계에서는 기술·시스템과 물리적 인프라로 브랜드의 복제 가능성과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런 전략적 설계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전략적 의무의 핵심은 이렇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성과가 국내 가맹점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흐르도록 설계하는 것."
해외 진출이 국내 가맹점에게 위험이 아닌 기회가 되려면, 본부는 "어떻게 나갈 것인가"만이 아니라 "나간 뒤 무엇을 어떻게 다시 나눌 것인가"까지 전략으로 준비해야 한다.
◆관계·윤리적 의무 프랜차이즈는 본질적으로 '공동사업'이다
마지막으로, 법과 전략 위에서 관통해야 할 것은 관계·윤리적 의무다. 가맹사업의 법적 정의를 떠나, 프랜차이즈는 현실에서 철저히 공동사업이다. 본부가 만든 브랜드와 시스템 위에 수많은 가맹점주의 투자·노동·위험 감수 덕분에 오늘의 K-프랜차이즈가 존재한다. 그 브랜드가 해외에서 간판을 올리는 순간, 그 성공에는 이미 국내 가맹점주의 몫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본부는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1.우리는 해외 진출의 계획과 리스크를 가맹점과 어떻게 공유하고 있는가?
2.해외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가맹점은 어디에서 누구에게 먼저 설명을 듣는가? 언론 기사나 소문이 아니라, 본부의 공식 채널을 통해 먼저 듣도록 하는 것이 최소한의 신뢰를 지키는 방식이다.
3.해외 성공의 일부를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가맹점과 나누고 있는가? 교육 프로그램, 공동 마케팅, 상생 펀드, 우수 점주 해외 연수 등 구체적인 환원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가.
"해외 성공 = 본부의 수익"이 아니라 "해외 성공 = 브랜드 전체의 자산"이라는 관점을 실천하고 있는가.
관계·윤리적 의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브랜드의 국경이 넓어질수록, 책임의 반경도 함께 넓어져야 한다." 가맹점이 해외 진출 뉴스를 보며 "저건 우리 브랜드가 함께 키운 기회"라고 느끼는 순간, 해외 진출은 갈등이 아닌 응원으로 전환된다.
법·제도적 의무를 통해 정보를 열고, 전략적 의무를 통해 자원의 흐름을 설계하며, 관계·윤리적 의무를 통해 공동사업자로서의 자세를 갖추는 것. 이 세 가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본부에게 해외 진출은 더 이상 '본부만의 성장'이 아니라, K-프랜차이즈 전체가 함께 올라서는 기회가 될 것이다.
천세원 ㈜외식인(FC다움) CDO / 한국프랜차이즈교육원 이사 /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 창업&프랜차이즈 컨설팅 전공 석사 졸업 / 중앙대 일반대학원 교육학과 교육공학 전공 석사 수료이시각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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