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클릭 몇 번이면 공장 연결" 김기중 컨포트랩 대표
프라임경제 | 2025-11-29 18:12:11
프라임경제 | 2025-11-29 18:12:11
[프라임경제] 한국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은 오래된 숙제로 꼽힌다. 설비마다 통신 방식이 다르다. 장비별 데이터 포맷도 제각각이다. 현장 기술자가 머릿속에만 쥐고 있는 암묵지 역시 적지 않다. 데이터는 쌓여도 운영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하는 공장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컨포트랩(대표 김기중)은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산업 현장에서 데이터 연결 과정을 자동화하는 노코드(No-code) 시스템 'PORTA'를 통해 제조 AX(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를 내세운다. 공장 전체를 하나의 하드웨어로 보고 그 위에 운영체제(OS)를 까는 개념이다.
◆ "20년째 그대로인 현장"…문제 인식에서 창업까지
김기중 대표는 △티맥스소프트 △두산중공업(034020) △SAP Labs Korea에서 15년 동안 하드웨어·운영체제(OS)·데이터베이스 등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 현장을 다시 들여다보며 '시간이 멈춘 영역'을 확인했다.
대학 시절 보던 자동화 설비 연동 방식이 20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꼈다. 그 사이 개발자들은 웹·모바일 서비스로 이동했고, 산업용 시스템을 다루는 인력은 50대 전후가 주력 세대로 굳어졌다. 제조 데이터의 중요성은 커졌지만, 설비와 현장을 디지털로 연결하는 기술은 제자리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그는 제조 DX의 근본 문제를 '현장 미디지털화'에서 찾는다. 공정·설비 구성이 공장마다 달라 프로젝트마다 커스텀 개발이 필요하다. 이 구조가 △개발자 의존 △긴 프로젝트 기간 △높은 인건비로 이어진다. 산업용 시스템을 이해하는 개발자 풀이 줄어드는 상황도 부담이다. 중소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속도와 비용 모두 DX 도입의 장벽이 되는 셈이다.
◆ DX 위에 올리는 AX '공장 OS' 노리는 PORTA
컨포트랩은 자사의 방향성을 AX로 정의한다. 여기서 AX는 Autonomous가 아닌 AI Transformation 개념이다. DX가 아날로그 운영을 디지털 방식으로 옮기는 과정이라면, AX는 그 위에서 AI가 실제로 행동하는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단계를 뜻한다.
핵심 제품 PORTA는 공장 설비·센서·통신 장비를 통합해 운영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플랫폼이다. 공장을 하나의 하드웨어로 보고 그 위에 OS를 설치한다는 발상이다. 현장 담당자가 개발자 도움 없이 제조 O&M(Operation & Maintenance)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PORTA는 프로그래머블 게이트웨이 장비 'PortaCON', 데이터 플랫폼 'Neurobase', 화면 구성 도구 'Studio' 세 모듈로 구성된다. PortaCON이 설비와 센서를 연결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Neurobase는 수집 데이터를 저장·처리하고, 이 환경에서 머신러닝(ML)과 LLM을 돌린다. Studio는 공정 모니터링 화면과 대시보드를 만든다.
컨포트랩은 이 구조 위에 'PORTA 온톨로지'라는 과정을 올렸다. 공장의 설비·공정·작업 단위를 객체·관계형으로 모델링하고, 이를 실제 현장 장비와 연결한다. 모든 과정을 노코드 기반 도구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PORTA를 "공장에 설치하는 OS", PortaCON을 "설비에 대응하는 디바이스 드라이버"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 "개발자 전달 비용 줄인다" 노코드 집착하는 이유
컨포트랩이 노코드 방식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산업·제조 IT 분야 개발자 공급 감소다. 산업용 시스템 개발을 택하는 신입 인력은 줄어드는 반면, 기존 인력은 은퇴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고비용 전문 개발자를 전제로 한 DX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제조 DX에서 코드보다 도메인 지식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공정·품질·설비에 대한 이해는 현장에 있다. 이들이 개발자에게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구현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이 전체 리드타임을 늘린다. 노코드 도구가 현장 담당자에게 직접 시스템 구성 권한을 주면 이 전달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AI 시대에 필요한 '도구'의 형태도 고려했다. 앞으로 LLM은 답변을 넘어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AI가 사용하는 도구는 일관적이고 안전해야 한다. PORTA의 노코드 표현은 사람이 눈으로 검증하기 쉬운 구조를 지향하고, 동시에 AI 에이전트가 오류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컨포트랩은 PORTA 노코드 표현을 '현장사람AI'를 연결하는 공통 언어로 보고 있다. 전통적인 코드는 개발자 중심 문법에 가깝지만, 노코드 표현은 현장 담당자, 경영진, AI가 함께 이해할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 구성 언어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 수개월 → 3일…인프라 구축 시간·비용 압축
PORTA의 노코드 접근은 구축 기간과 비용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컨포트랩은 설비 10대 미만 소규모 공장을 기준으로 PORTA 온톨로지 과정을 제시한다. 이 경우 기획자 수준 인력만으로 3일이면 설치와 기본 구성이 끝난다는 설명이다.
이 기간 안에 공장 데이터 모델링, 설비·센서 연동, 표준 데이터 파이프라인, 시각화 대시보드, 설비·품질·에너지 관리 애플리케이션 초도 구성이 가능하다. 기존에 수개월을 잡던 프로젝트 범위를 며칠 단위로 줄인 셈이다. 구축 비용은 수천만원 수준을 목표로 한다.
김 대표는 공장마다 설비와 통신 규격이 달라 프로젝트 기간과 비용이 커지는 기존 구조를 문제로 본다. PORTA는 설비와 프로토콜을 추상화해 표준화된 구조로 처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동 대응과 확장성 측면에서 이 방식이 장점을 만든다는 입장이다. 현재 PORTA는 대기업 3곳, 중소기업 17곳 등 총 20개 기업에 도입돼 있다.
◆ 설비·에너지 관리 수요 선명…"생산·에너지 통합 분석"
국내 중소 공장에서는 설비 관리와 에너지 관리 기능 반응이 특히 뚜렷하다. 설비 관리 영역에서는 데이터 기반 부품 교체 주기 관리, 잔여 수명 추정, 가동률 모니터링 수요가 높다. 에너지 관리 영역에서는 전력·가스 요금 상승과 ESG, 제로에너지빌딩 정책이 맞물리며 세부 에너지 사용량, 탄소 배출량, 피크 수요 관리 요구가 늘고 있다.
컨포트랩은 에너지 데이터를 설비 상태를 간접 추론하는 보완 지표로 본다. 생산 데이터와 에너지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함께 분석하는 구성을 통해 설비 이상 징후 탐지와 운영 최적화를 동시에 노린다. 회사 측은 이 점을 PORTA의 핵심 차별점으로 제시한다.
◆ 일본 PoC에서 '3일 완성' 증명…투트랙 시장 전략
해외에서도 첫 도입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한 전자부품 대기업은 전시회에서 PORTA를 처음 접한 뒤 현장 경쟁 PoC를 제안했다. 조건은 3일 안에 설비 연동부터 데이터 수집, 시각화까지 구현하는 것이었다. 동일 조건을 받은 업체는 5곳이었다.
컨포트랩은 주어진 기간 안에 설비 연동과 데이터 시각화를 모두 마쳤고, 이 경험이 전사 적용 논의로 이어졌다. 대·중견기업은 내부 DX 인력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PORTA 노코드 도구를 활용해 외주 의존 없이 자체 구축·유지보수 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매력으로 본다.
컨포트랩은 고객 규모를 '확장 타깃'이 아니라 '별도 시장'으로 구분한다. 국내에는 약 20만개 제조 공장이 등록돼 있고, 이 가운데 10만개는 공방 수준이다. 나머지 10만개를 중소·중견·대기업 공장으로 보고, 중소 제조공장과 대·중견 제조공장을 각각 하나의 시장 세그먼트로 설정해 전략을 짠다.
김 대표는 한국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도 중소 제조업에서 나온다고 본다. 전국 중소 제조기업이 AX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대기업 경쟁력도 장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 '한국의 팔란티어' 지향…"중소 제조용 AX로 한 번 더 혁신"
컨포트랩은 자신들을 '한국의 팔란티어'라고 소개한다. 팔란티어는 대중에게 테러 대응·국방 분야 이미지가 강하지만, 제조·산업 영역에서는 '파운드리'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 체계를 다시 짜는 회사라는 점에서다.
컨포트랩은 팔란티어가 제시한 운영 체계, 데이터 운용 방식, 고객 문제 해결 구조가 자사의 방향성과 닮아 있다고 본다.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가 겪은 시행착오 사례를 참고하면서 성장 경로를 설계하지만, 문화와 제품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는 전 세계 제조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 제조기업까지 포괄하는 AX 플랫폼을 목표로 내건다.
제조업 경쟁력 논쟁에 대한 시각도 이와 맞닿아 있다. 김 대표는 제조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의 기준이 바뀌는 과정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저렴한 인건비가 핵심 자산이었다면, 앞으로는 자동화·디지털화·AI·로보틱스 비용이 인건비보다 낮아지는 시점이 온다고 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람 수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생산 현장에서 떼어내 고부가가치 활동에 투입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컨포트랩은 2025년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프리(Pre)-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또 IBK 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 구로 14기에 선정된 바 있다. CES에서도 2년 연속 혁신상을 받았다. 해외 진출 1차 목표는 일본이다. 이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제조 기반 국가로 확장을 준비한다. 일본 반도체 부품 기업과의 협력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제조 데이터화를 선택이 아닌 '생존 과제'로 본다. 컨포트랩은 "누구나 클릭 몇 번이면 공장을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을 비전으로 내세운다. 이 비전이 한국 제조업의 다음 경쟁력 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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