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종묘, 그리고 20년 재개발…속 타는 주민들
프라임경제 | 2025-12-03 15:03:59
프라임경제 | 2025-12-03 15:03:59
[프라임경제] 세운4구역을 둘러싼 개발 갈등이 도시계획의 논점을 넘어 결국 정치권의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가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고시하면서 촉발된 논란은 단순한 행정 절차 갈등을 넘어 정치권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도시정비를 둘러싼 '개발 대 보존'의 갈등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대립의 결이 다르다.
핵심은 고도 규제다. 종묘에서 약 180m 떨어진 이 구역의 높이 제한을 기존 합의선인 70m에서 최대 145m까지 풀어주는 내용을 시가 확정했고, 여기에 대법원 판결까지 더해지며 상황은 순식간에 커졌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나서 종묘 일대 경관 훼손을 우려하며 제동을 걸자, 논쟁은 행정 논의가 아니라 사실상 중앙정부와 시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졌다.
정작 더 복잡한 건, 논의가 어느 순간 도시계획의 영역을 벗어나 '정치전'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세운4구역을 새로운 전선으로 삼아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장외 공방을 이어가고, 야당 서울시장 잠룡들까지 참전하면서 '종묘 대전'은 도시정비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상징이 돼버렸다.
민주당은 "시대착오적 초고층 개발"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박홍근 의원은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려 하느냐"는 격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종로구청장은 "종묘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지키는 개발"이라며 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렇듯 구호와 비난만 격해질 뿐, 정작 문제를 풀 실질적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답답함은 결국 주민의 몫이 되고 있다.
세운4구역 주민들이 들고일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개발을 기다린 시간이 이미 20년을 넘겼다. 1968년 준공된 상가의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는 상황에서도 사업은 한 발짝도 앞으로 가지 못했고, 갈등의 장기화는 '또다시 미뤄질 수 있는 미래'만 상상하게 한다.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까지 언급한 건, 더 이상 기대만으로 버틸 수 없다는 신호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사실 복잡하지 않다. 감정적 대립을 걷어내고, 각 주장의 근거와 우려를 투명하게 꺼내놓는 과정이 먼저다. 개발의 필요성과 보존의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 설계가 뒷받침된다면, 타협의 여지는 얼마든지 생긴다. 지금처럼 정치적 프레임 속에서 서로를 몰아붙이는 방식으로는 어느 쪽에도 답을 줄 수 없다.
세운4구역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주민에게는 20년 기다림의 종지부를, 서울 시민에게는 종묘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 공간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 소음이 잦아든 뒤에야 비로소 해법이 보이기 마련이다. 이제는 본질로 돌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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