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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인력경영] 삼성은 왜 직원들을 다시 공부시키기 시작했는가
프라임경제 | 2026-06-16 09:15:19
지난 1957년 삼성은 국내 최초로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하며 한국 기업의 인재 선발 방식을 바꿨다. 당시 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었다.

이후 1993년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른바 '신경영 선언'을 통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품질 중심의 경영 혁신을 추진했다.

그 선언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출발점이 됐다. 그리고 올해, 삼성은 다시 한 번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번에는 제품이나 조직이 아니라 사람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삼성은 전 관계사를 대상으로 AI 전환(AX)을 본격화하고,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AI 혁신을 주도하며, 임원 2300명을 포함한 전 직원 대상 AI 교육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생성형 AI 활용을 업무 전반에 확산하고 조직 운영 방식까지 재설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 기술 도입이 아니라 기업 운영의 패러다임 전환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은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을 기술 그 자체에서 찾는다. 새로운 AI 도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얼마나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삼성의 발표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조금 다르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AI를 사용할 줄 아는 직원이 아니라 AI와 함께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직원이다.

실제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AI 관련 역량을 요구하는 채용공고는 최근 1년 사이 70% 이상 증가했으며, 기업 경영진의 상당수는 직원들이 단기간 내 AI 역량을 확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충분한 교육과 지원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직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술 변화의 속도와 개인의 학습 속도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결국 AI 경쟁력의 핵심은 기술 보유 여부가 아니라 학습 능력과 변화 적응력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기업들은 AI 전문가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며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전공과 직무 경험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기업은 필요한 지식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고 장기간 육성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습득하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관련 기술을 요구하는 일자리가 더 높은 임금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으며,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역시 AI 기술 자체보다 이를 학습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재 확보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은 AI 도입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기술 부족보다 인재의 역량 격차를 꼽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AI 관련 역량 부족으로 인해 향후 세계 경제가 수조 달러 규모의 생산성 손실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기술은 구매할 수 있지만 학습 문화와 변화 수용 능력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의 미래 경쟁력은 기술 보유량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의 학습 역량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이번 삼성의 AI 전환 선언은 기술 혁신보다 인재 혁신에 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공채 제도가 사람을 뽑는 방식을 바꿨다면, 신경영 선언은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

그리고 AI 전환은 배우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 기업이 묻게 될 질문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 얼마나 빠르게 배우고 변화할 수 있는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대학 교육과 직업훈련, 기업 인재개발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제 조직은 단순히 직무 지식을 가진 인재보다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며, 변화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특정 기술을 보유한 사람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끊임없이 학습하고 스스로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삼성의 이번 선언이 중요한 이유는 AI를 도입했기 때문이 아니라, 기업이 다시 '학습'을 경영 전략의 중심에 놓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어쩌면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AI 활용능력 그 자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배움을 멈추지 않는 자기관리능력인지도 모른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이윤선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onestar4u@gmail.com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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