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높아진 K뷰티, 코스피에도 반영…ODM·신흥주 재평가
프라임경제 | 2026-05-14 11:00:51
프라임경제 | 2026-05-14 11:00:51
[프라임경제]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방산, 조선 등 주도 업종을 중심으로 코스피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기업들의 시가총액 지형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증시의 관심이 반도체와 중후장대 산업에 집중됐다면, 소비재 영역에서는 화장품 업종의 재평가가 두드러진다. 과거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았던 K뷰티 기업들이 북미와 유럽, 일본, 동남아 등으로 판로를 넓히고,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글로벌 인디 브랜드 성장의 수혜를 흡수하면서 주가와 시가총액도 빠르게 재편되는 흐름이다.

특히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화장품 업종 내 희비는 더 뚜렷해졌다. 전통 대형사는 중국 부진을 털어내는 체질 개선 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고, ODM 업체는 수출 호조와 생산 효율성 개선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여기에 에이피알과 달바글로벌 등 신흥 브랜드사는 해외 매출 비중 확대를 앞세워 기존 화장품 대장주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중국 의존도 낮춘 아모레…전통 강자들 '회복 시험대'
전통 화장품 대장주였던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올해 1분기 실적을 통해 체질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연결 매출은 1조13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67억원으로 7.6% 늘었다.
실적을 이끈 것은 국내와 서구권 시장이었다. 국내 사업은 온라인과 멀티브랜드숍(MBS), 백화점 채널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특히 MBS 채널은 관광 상권 수요와 대표 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30% 이상 성장했다.
해외에서는 북미, EMEA, 기타 아시아 지역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중화권 매출은 설화수 오프라인 채널 효율화 영향으로 감소했다. 과거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했던 구조에서 벗어나 서구권과 일본, 기타 아시아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과정이 진행 중인 셈이다.
증권가도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채널 다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SK증권은 코스알엑스의 턴어라운드와 에스트라, 일리윤 등 브랜드가 세포라와 아마존 채널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18만원으로 상향했다.
다만 완전한 회복을 단정하기에는 아직 과제도 남아 있다. 라네즈 북미 매출 둔화, 해외 마케팅 비용 증가, 중화권 부진이 여전히 부담이다. 하나증권 역시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해외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LG생활건강(051900)도 지난해 4분기 적자 충격에서 벗어나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해 본격적인 성장 국면으로 보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 강자들의 주가 회복은 단순한 반등보다 중국 외 시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인 성장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린 모습이다.
◆ODM 양강, 수출 호조에 재평가…한국콜마 최대 이익
이번 화장품 업종 랠리에서 가장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여준 축은 ODM 업체다. 글로벌 인디 브랜드들이 북미와 유럽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들의 생산을 맡는 국내 ODM 기업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보고 있다.

한국콜마(161890)는 올해 1분기 연결 매출 7280억원, 영업이익 7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5%, 31.6%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며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적 호조의 중심에는 국내 법인이 있다. 한국콜마 국내 법인은 대형 고객사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향 매출 확대에 힘입어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됐다. 특히 선케어 최대 고객사의 고성장, 글로벌 럭셔리 MNC 신규 고객 매출 반영, 유럽 중심 비미국 수출 확대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유럽·비미국 시장향 선케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가동률은 78%까지 상승했다.
증권가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한화투자증권은 한국콜마의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상향했고, 하나증권은 12만5000원을 제시했다. SK증권도 한국콜마에 대해 "강한 업황, 강한 실적"이라고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올렸다.
코스맥스(192820) 역시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코스맥스의 1분기 매출은 68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30억원으로 10.9% 늘었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아쉬움도 있었다. SK증권은 코스맥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4% 하회했다고 분석했다. 고마진 색조화장품 매출 비중이 줄고,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은 하이드로겔 마스크 매출이 증가하면서 제품 믹스가 악화된 영향이다.
그럼에도 코스맥스의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기초화장품 매출이 인디 브랜드 수출 호조로 41% 성장했고, 중국과 미국 법인도 외형 성장세를 보였다. SK증권은 하반기 색조 매출 기저 부담 완화와 생산 효율화가 나타나면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며 목표주가를 25만원으로 상향했다.
◆에이피알, 시총 15조원대 도약…신흥 대장주 부상
신흥 화장품주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곳은 에이피알(278470)이다. 에이피알은 뷰티 디바이스와 메디큐브 화장품을 앞세워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에이피알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5934억원, 영업이익은 152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3.0%, 영업이익은 173.7% 증가했다. 해외 매출은 5281억원으로 전체의 89%까지 확대됐다. 미국 매출은 2485억원으로 251% 증가했고, 신성장국가 매출도 2207억원으로 149% 늘었다.
미국 시장에서의 채널 확장도 빠르다. 에이피알은 미국 아마존 '빅 스프링 세일'에서 베스트 100위권 내 제품 11개를 진입시켰고, 울타뷰티 온라인 SKU를 40개 이상으로 확대했다. 유럽에서는 세포라 전역 약 450개 매장 입점이 진행 중이다.
오프라인 확장 기대감도 크다. 한화투자증권은 에이피알이 미국에서 울타에 이어 타깃 입점을 시작했고,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으로 채널 확대가 예정돼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6년 2~3분기 월마트 4611개 매장, 코스트코 637개 매장 등으로 확장이 본격화될 경우 미국 오프라인 매출 기여도가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성장세는 시가총액에도 반영됐다. 에이피알은 최근 리포트 기준 시가총액이 15조원대를 기록하며 기존 화장품 대형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하나증권은 에이피알 목표주가를 54만원으로 제시했고, 유진투자증권과 SK증권도 각각 51만원을 제시했다.
증권가가 에이피알을 단순한 테마주가 아니라 구조적 성장주로 평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 미국 온라인 중심 성장에서 미국 오프라인, 유럽 온·오프라인, B2B 채널까지 확장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LS증권은 "유럽 성과로 여전히 큰 성장 여력을 증명 중"이라며 에이피알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달바글로벌도 고속 성장…해외 매출 비중 70% 육박
달바글로벌(483650)도 K뷰티 신흥 강자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달바글로벌은 올해 1분기 매출 1712억원, 영업이익 4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4%, 49.9%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두드러진다. 달바글로벌의 1분기 해외 매출은 1176억원으로 전체의 68.7%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일본 368억원, 북미 243억원, 유럽 138억원, 아세안 182억원, 중화권 97억원을 기록했다. 북미와 유럽 매출은 각각 192.8%, 213.6% 급증했다.
달바글로벌은 일본과 러시아에서 쌓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북미에서는 울타와 코스트코 등 오프라인 플랫폼 점포 및 SKU 확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아마존 성장과 함께 코스트코, 부츠, DM, 로스만, 세포라 등 주요 유통 채널 입점 가능성이 거론된다.
유진투자증권은 달바글로벌의 목표주가를 기존 22만원에서 32만원으로 상향했다. 해외 온·오프라인 채널의 동반 성장과 북미·유럽 고성장을 반영한 조정이다.
◆'화장품주' 아닌 '수출 성장주'…시총 지형 바뀐다
올해 화장품 업종의 주가 상승은 과거와 결이 다르다. 예전 K뷰티 랠리가 중국 관광객과 면세 채널, 한류 소비 기대감에 의존했다면, 최근의 상승세는 북미·유럽 매출 확대와 ODM 수출, 브랜드사의 글로벌 채널 입점, 인디 브랜드 성장이라는 실적 기반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시가총액 변화도 이를 반영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전통 강자들은 여전히 업종 내 상징성이 크지만, 시장은 더 이상 과거 중국 중심 성장 공식만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지 않는다. 반면 에이피알처럼 해외 매출 비중이 90%에 육박하고, 달바글로벌처럼 북미·유럽 성장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하는 기업에는 프리미엄을 주고 있다.
ODM 업체들도 단순 하청 제조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 기획·개발·생산을 함께 맡는 파트너로 자리 잡았고, AI 기반 처방 개발과 스마트 제조, 생산 효율화 등을 통해 '뷰티 테크'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최근 화장품 업종의 상승은 단순 테마가 아니라 수출 데이터와 1분기 실적으로 확인된 펀더멘털 개선에 기반하고 있다"며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고 북미·유럽 채널이 확대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시가총액 재편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만큼 변동성에는 유의해야 한다. 고환율은 수출 기업에 우호적일 수 있지만 원자재와 물류비 부담을 키울 수 있고, 미국 관세와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도 비용 변수로 남아 있다. 여기에 화장품 업종 특성상 히트 제품 수명과 채널 재고, 마케팅비 집행에 따라 분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인영 기자 liy@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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