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사옥 로비 바꾼 정의선…공간에 담은 현대차그룹 조직문화
프라임경제 | 2026-05-14 14: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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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 로비가 1년11개월의 리뉴얼을 거쳐 다시 문을 열었다. 겉으로는 사옥 저층부 공간 개선이지만, 그 안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소통과 협업 중심의 조직문화가 담겼다.
정의선 회장은 14일 양재사옥 로비 중앙에 조성된 계단형 라운지 아고라(Agora)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에서 로비 리노베이션의 배경과 방향성을 임직원에게 직접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양재사옥을 어떻게 가장 일하기 편하게 바꿀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많은 건물들을 보며 느낀 것은 사람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리뉴얼은 현대차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양재사옥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2000년부터 그룹 성장의 중심에 있었던 양재사옥 로비는 품질평가실과 품질상황실, 신차 전시 공간 등을 통해 그룹의 주요 가치를 보여주는 장소로 기능해왔다. 이번 변화의 초점은 전시와 상징을 넘어 임직원이 자유롭게 머물고 만나며 생각을 나누는 열린 공간을 만드는 데 맞춰졌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5월 리노베이션에 착수해 올해 3월 초 공사를 마쳤다. 대상 공간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5개 공용층으로, 실내와 옥외를 포함해 3만6000㎡ 규모다. 축구장 5개를 합친 면적에 가까운 공간을 소통과 협업, 휴식, 성장의 기능이 결합된 업무환경으로 재구성한 셈이다.
◆리뉴얼에 담긴 정의선식 조직문화
이번 리뉴얼의 핵심은 로비를 단순한 출입 공간이나 브랜드 전시 공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의선 회장은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 더 편하게 소통이 잘 되는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다"라며 "여러분이 소통하는 것을 회사가 하드웨어적으로 어떻게 더 잘 도와줄 수 있느냐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공간을 조직문화의 기반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서와 직무, 지역을 넘나드는 협업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전동화,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 사업 영역이 확장될수록 조직 안에서 아이디어가 오가고 연결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정의선 회장이 타운홀에서 "어디서든 미팅하고 의견을 나누고 다양한 공감을 이루는 것이 결국 우리 제품에 도움이 되고 고객을 위해 연결된다"고 말한 대목도 이와 맞닿아 있다. 임직원이 편하게 일하고 자연스럽게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국 제품 경쟁력과 고객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건축·인테리어 디자인 기업 스튜디오스 아키텍처(Studios Architecture)의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Alexandra Villegas Sanne) 디자인 디렉터도 현대차그룹이 처음부터 강조한 것은 전시가 아니라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사람들이 실제로 모이고, 마주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살아있는 광장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전시형 로비에서 '일하는 광장'으로
리뉴얼된 로비의 상징은 1층 중앙에 조성된 계단형 라운지 아고라다. 고대 그리스 광장을 모티브로 한 이 공간은 임직원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고라를 중심으로 미팅과 휴식이 가능한 커넥트 라운지, 전시와 행사를 위한 오픈 스테이지, 카페, 옥외 정원 등이 이어진다.

공간 구성의 방향은 명확하다. 임직원이 의도적으로 회의실을 예약하지 않더라도, 이동 중에 동료를 만나고 짧은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확장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1층에서 3층까지 수직으로 개방된 아트리움과 곳곳에 배치된 식물, 나무도 같은 맥락이다. 사옥 로비가 위압적인 공간이 아니라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일상 공간이 되도록 한 것이다.
2층에는 17개의 미팅룸과 포커스룸을 배치해 협업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했다. 일부 공간에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토일렛페이퍼와 협업한 시각 요소를 적용해 임직원이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 행사 중심으로 쓰이던 그랜드홀도 대형 스크린과 음향·조명 설비, 가변형 무대와 좌석을 갖춘 다목적 공간으로 바꿨다.

이는 죽은 공간을 줄이고, 사옥 안에서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도록 하려는 시도다. 특정 행사 때만 사용되는 공간이 아니라, 평소에도 전시와 포럼, 타운홀, 문화 행사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열린 교류 공간으로 성격을 바꿨다.
◆일하는 공간에서 머무는 공간으로
현대차그룹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임직원이 일상 속에서 그룹의 미래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했다. 1층 로봇 스테이션에는 조경 관리용 관수 로봇 '달이 가드너(DAL-e Gardener)', 배송 로봇 '달이 딜리버리(DAL-e Delivery)', 의전 및 보안용 로봇 '스팟(SPOT)' 등이 배치됐다. 달이 딜리버리와 스팟은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하며 음료와 디저트를 배송하거나 사옥을 순찰한다.

로비에 로보틱스 기술을 적용한 것은 편의성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이 인간 중심의 피지컬 AI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방향을 임직원의 일상 공간 안에 구현한 것이다. 로봇이 별도의 전시물이 아니라 실제 사옥 운영의 일부로 기능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임직원의 성장과 휴식을 위한 공간도 함께 강화됐다. 기존 사내 라이브러리는 일본 츠타야 서점의 운영 주체인 CCC(Culture Convenience Club)와 협업해 주제별 큐레이션 도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리뉴얼됐다.

정의선 회장은 "책을 읽는 것도 일의 연장이고, 그런 순간에 좋은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사내 라이브러리 활용을 권했다.
3층에는 교육과 강연, 원데이 클래스 등을 운영할 수 있는 도심형 연수원 '러닝랩'이 들어섰고, 외국어학습센터도 확장됐다. 자연광 속에서 동료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휴식 공간 '오아시스'도 마련됐다. 4층 야외 정원에는 트랙과 운동 설비, 계단식 좌석이 배치돼 산책과 사색이 가능한 리프레시 공간으로 꾸며졌다.

지하 1층은 식사와 운동, 여가, 편의 기능을 결합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식당은 한식, 일식, 이탈리안,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와 오픈 키친 형태의 라이브 그릴을 갖췄다. 식사 시간 외에는 업무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기존 수영장과 피트니스 시설도 재정비했고, 레이싱 시뮬레이터와 스포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도 조성했다.
◆조직문화 변화가 제품 경쟁력으로
현대차그룹은 리노베이션 과정에서도 임직원 의견을 반영했다. 착수에 앞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채널 '새로비' 웹페이지를 열고, 새로운 로비 방향성에 대한 제언과 공사 기간 중 생활 안내, 공정률 등을 공유했다. 이용 빈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설은 임직원이 직접 사용해보는 방식으로 사전 점검도 거쳤다.

대표적으로 식문화에 관심이 높은 임직원을 체험단으로 선정해 식당 메뉴와 식기류 품평에 참여하도록 했다. 사용자의 경험을 공간 설계와 운영에 반영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비 오픈 이후에도 임직원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고 공간 개선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로비 리뉴얼은 단순히 업무 공간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정의선 회장이 강조한 것처럼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경험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 화면을 통해 연결되는 업무가 일상화된 시대일수록, 우연한 만남과 대면 소통이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의 가치는 커질 수밖에 없다.

정의선 회장은 타운홀 말미에 "사람과 사람의 페이스 투 페이스,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며 "사람과 사람 간 만남은 아무리 세상이 발전해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로비 리뉴얼의 방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발언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양재사옥 로비를 바꾼 이유는 공간 그 자체보다 그 안에서 일하는 방식에 있다. 임직원이 편하게 만나고, 의견을 나누고, 휴식과 영감을 얻는 환경은 조직 안의 협업 방식을 바꾼다.
그 변화가 제품 개발과 고객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새 로비는 현대차그룹의 조직문화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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