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 2025-07-05 10:30:02
[비즈니스워치] 김민지 기자 kmj@bizwatch.co.kr
보험업계가 중입자 암 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중입자 치료는 기존의 방사선 치료보다 정밀성과 치료 효과 면에서 다양한 장점을 가진 차세대 방사선 암 치료법입니다. 하지만 국내 중입자 치료 인프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입자 암 치료비 특약을 당장 준비해야 할까요?

중입자 치료가 뭐예요?
중입자 치료는 X선이나 감마선을 이용하는 기존 방사선치료와 달리 탄소 원자를 가속기에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고정형 또는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암세포를 파괴합니다.
암 조직을 파괴할 때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고 소멸되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 원리 때문이에요. 주변의 건강한 조직은 손상이 거의 없고 종양에만 강한 효과를 낼 수 있어 '꿈의 암 치료법'이라고 불린다고도 하네요. 치료 시간도 회당 20~30분 정도로 짧다고 합니다.
고정형 중입자 치료기는 전립선암 등 움직이지 않는 장기에 발생한 암 치료에 한정해 사용되고, 회전형 중입자 치료기는 췌장암이나 간암 등 움직이는 장기에 발생한 암까지 치료가 가능합니다.
단점은 치료비가 너무 비싸다는 겁니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모든 치료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실손보험이 있어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실손보험(4세대 기준)은 입원치료는 최대 5000만원을, 통원치료는 회당 20만원을 지원하는데요. 중입자치료는 통원치료라 회당 20만원만 지원됩니다. 1회 치료비가 300만~50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죠. 12회 정도 치료를 받는다면 수천만원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합니다.
해외 치료까지 보장한대요
중입자 치료를 보장하는 특약을 가장 먼저 내놓은 곳은 삼성생명입니다. 삼성생명은 올해 3월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특약을 출시하고 주요 상품에 해당 특약을 탑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한 곳은 연세암병원뿐입니다. 연세암병원은 지난 2023년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해 현재 고정형 1대, 회전형 1대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회전형 1대를 추가 가동해 총 3대를 가동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삼성생명은 해외 치료 시에도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했어요. 삼성생명이 이 특약을 내놓은 뒤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를 가리지 않고 유사 상품이 등장했습니다. 물론 '해외 치료 시에도 보장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고요.
가까운 일본은 중입자 치료 강국으로 꼽힙니다. 일본은 세계 최초로 1994년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했고 중입자 치료센터가 7곳이나 된다고 합니다. 외국인 환자도 적극적으로 수용 중이고요. 하지만 가뜩이나 비싼 중입자 치료비에 현지 체류비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터운 보장·가족력 고려하면…
연세암병원에서 지난해 말까지 중입자 치료를 받은 누적 환자수는 538명이라고 합니다. 중입자 치료기 도입 시기가 2023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1년 반 동안 500여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생각보다 적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치료기가 2대 밖에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 치료기를 가동하는 데 준비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겠죠. 국내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대기자도 많아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특약에 가입했더라도 혜택을 받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는 "암 치료를 두텁게 보장받고 싶고, 가족력이 있다면 지금 가입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직 국내에선 치료 인프라가 제한적이지만,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할 예정인 병원들도 있는 데다 고액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 소비자에게는 선제적 보장 수단으로 충분한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특히 해외 원정 치료까지 감내하는 환자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해당 특약의 잠재 수요가 많다는 의견입니다.
현재 시중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중입자 치료비 특약은 월 2000~3000원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중입자 치료가 소액암을 포함해 일부 재발 위험이 높은 암에도 효과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족력이나 건강 염려가 큰 분들은 가입을 고민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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