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 2025-07-05 13:00:03
[비즈니스워치] 김아름 기자 armijjang@bizwatch.co.kr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이건 하나의 유행
지난주 목요일의 일입니다. 국내 3대 치킨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교촌치킨이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과 손잡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치킨과 배달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니 협업을 하는 게 이상할 건 없죠. 지금은 온갖 브랜드들이 협업에 나서는 '콜라보레이션의 시대'니까요.
문제는 그 내용이었습니다. 교촌치킨과 배민이 '배민온리' 협약을 맺기로 했다는 겁니다. 이 내용은 치킨·배달업계에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배민온리는 말 그대로 '배민에서만' 주문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른 배달 플랫폼에서는 더이상 교촌치킨을 주문할 수 없고, 배민에서만 시킬 수 있다는 거죠.

이후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양 사가 협약을 맺기로 합의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조율 끝에 '배민에만' 입점하는 대신 요기요와 땡겨요 등에서도 주문을 받기로 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배민의 가장 큰 경쟁사인 '쿠팡이츠'에서만 빠지기로 한 겁니다. 이를 통해 교촌치킨이 얻는 건 수수료율 인하입니다.
배달앱과 외식업체가 손잡고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쿠폰을 제공하거나 단독 할인 행사를 하는 수준이 아닌, 아예 경쟁사에서 철수하기로 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앞서 브랜드 론칭 때나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때 먼저 입점하는 식으로 단독 판매가 이뤄진 적은 있지만, 기존에 입점해 있던 브랜드가 철수하는 건 배민-교촌 사례가 처음이었죠.
저 아닌데요
이례적인 일이었던 만큼 반발도 컸습니다. 수수료율 인하를 미끼로 경쟁사 입점을 막는 게 정당하냐는 문제 제기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배달앱이 브랜드를 독점하는 선례를 만들어 향후 배달앱 간 브랜드 유치전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양 사 역시 시장의 반응에 다소 당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서로 "우리가 하자고 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물론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협업을 맺자고 한 건 아닐테니 거짓말을 한 건 아니겠지만, 앞으로 힘을 합쳐야 할 두 기업이 시작 단계에서부터 균열이 생긴 셈입니다.

손발이 맞지 않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생깁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배민온리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가맹점주 의견을 더 청취하고 협업을 만들기 위한 추가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가맹점주의 의견을 왜 가맹 본사가 아닌 배달앱이 듣겠다고 나서냐는 또다른 비판이 나옵니다. 양 사 간 합의되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결국 지난 3일엔 양 사의 협업이 보류됐다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빠르면 이달 초 맺겠다던 '배민온리' 협약도 무기한 연기됐고요. 업계에선 보류가 아니라 사실상 '무산'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소비자 반발이 양 사의 협업에 제동을 건 겁니다.
중요한 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협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꿴 협업이었습니다. '배민온리'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어중간한 협업 내용부터 그렇습니다. 아예 배민에서만 판매하기로 했다면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단독 입점'이라는 표현으로 충분했겠죠.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마케팅이니까요.
하지만 업계 2위인 경쟁자 쿠팡이츠만을 배제하는 식이 되면서 이는 마케팅이라기보단 1위 업체의 경쟁사 죽이기 같은 모양새가 돼 버렸습니다. 높은 수수료율로 정치권의 관심을 받는 기업이, 그 수수료율을 미끼로 경쟁사 철수를 권유한 꼴이 됐죠. 그러다보니 배민에서는 자신들이 제안한 기획이라고 말할 수가 없게 됩니다.

교촌치킨 역시 허술했습니다.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번 배민온리에 대해 교촌치킨 점주들은 긍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90% 이상이 찬성했다고 합니다. 교촌치킨이 배민온리 협업을 구체화한 이유겠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비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점주의 이익은 확실하게 보장하지만, 소비자는 불편함만 생기는 게 '배민온리'였거든요.
점주 입장에서는 점유율 50%인 배민만 잡고 있어도 매출이 유지됩니다. 쿠팡이츠를 사용하던 고객들이 배민으로 넘어와 주문할 가능성도 높죠. 그렇다면 배민이 제안했다는 파격적인 수수료율은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배민온리 정책으로 얻을 게 없습니다. 수수료율이 낮아지면 결국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도 저렴하게 치킨을 구매할 수 있다? 어린아이도 믿지 않을 '천사의 논리'입니다.
결국 이번 협업 해프닝은 양 사에 모두 상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배민은 또 한 번 '독점 기업' 이미지를, 교촌치킨은 배달료 도입·선제 가격 인상 등과 맞물려 '나쁜건 교촌부터 시작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이 이미지를 바꾸는 데 또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까요. 누구의 잘못일까요. 양 사가 서로 "우리가 하자고 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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