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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정보 사이, 애플 "거부" 카카오 "굴복"
아시아경제 | 2016-02-19 14:28:59
고객 프라이버시보호, 영장에 대처하는 韓·美 IT 기업의 차이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한진주 기자]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범죄에 사용된 아이폰의 암호를 풀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미국 법원의 영장을 거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이미 발생했다. 지난 2014년 카카오가 사법 당국의 감청 영장을 불응한 것.

두 사건은 기업이 법 집행보다는 고객의 사생활(프라이버시) 보호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출발점은 유사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경과는 사뭇 다르다. 이번 애플 사건을 계기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사생할 보호 기술 및 제도에 대한 공론의 장이 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생활보호 강조한 두 CEO =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법은 캘리포니아 주(州) 샌버너디노에서 지난해 12월 14명을 살해한 사예드 파루크 무슬림 부부가 사용하던 아이폰5c에 담긴 정보를 미연방수사국(FBI)가 활용할 수 있도록 애플이 지원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팀 쿡 애플 CEO는 "고객의 보안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전례없는 (정부의) 명령에 우리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법원의 명령을 거부한 것이다.

2014년 10월 검찰은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자를 처벌하겠다며 카카오에 감청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는 "법보다 프라이버시가 우선이라는 입장과 함께 검찰의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고 밝혔다.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이란, 다른 방법으로 범죄를 저지하거나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운 경우 제한적으로 피의자의 통신 내용을 엿들을 수 있도록 하는 영장이다.

당시 국민들 사이에서는 '사이버 검열' 논란이 일었고, 카카오톡 이용자 150만명이 텔레그램 등으로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카카오는 대화내용을 암호화 해 함부로 열어 볼 수 없도록 '비밀채팅'을 도입했다.

애플
법운 '아이폰 암호 해제 영장' 불응
팀쿡 "수천만개 활용 마스터키 될 것"
논쟁거리 등장 속 곳곳 응원 목소리


◆사법 당국의 주장과 기업의 생각 = 사법당국의 감청 및 개인정보 열람의 근거는 안보다. 테러리스트 등 국가안보를 흔들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를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같지만 미국과 한국의 사법 당국의 요구에는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다. 미국 FBI는 아이폰 시작 화면처럼 숫자로 돼 있는 암호를 풀 때는 일일이 숫자ㆍ문자 조합을 대입해 보는 이른바 '무차별 대입 공격(Brute force attack)' 방식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아이폰 운영체제(iOS)는 10번 이상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했을 경우 내부 정보를 아예 삭제한다. 이에 FBI는 아이폰에 백도어 소프트웨어(SW)를 설치해 암호를 풀 수 있도록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정부는 이 도구가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런 식의 통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한번 만들어지면 그 기술은 얼마든지 몇번이고 어떤 기기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FBI의 요청에 의해 iOS에 설치할 수 있는 백도어 SW를 개발하면 다른 범죄나 사건에도 무차별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팀 쿡 CEO는 "물리적으로 식당이나, 은행, 상점, 집까지 수천 수백만개의 장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는 마스터키가 될 수 있다"고 비유했다.

카카오는 애플 경우와 다르다. FBI가 요구한 것은 일종의 해킹이지만 한국 사법당국이 요구한 것은 감청이다.

카카오 무차별적으로 감청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법당국의 요구에 거부했다. 개인간 은밀한 대화가 그대로 사법당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는 감청 요구에 불응했다.

감청 영장 불응의 후폭풍은 꽤 컸다. 2014년 말 경찰은 이석우 전 대표를 '아동 음란물 방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지난해 6월16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판교 사옥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두고 감청영장 불응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카카오의 저항은 1년만에 무산됐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신중한 검토 끝에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제한 조치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법보다 프라이버시'라는 기존 방침을 접고 국가 안보와 사회 질서를 따르기로 한 것이다.

카카오
2014년 감청영장 불응 후폭풍
회사대표 소환 국세청 현장 조사
결국 수용...이용자 대이탈 사태로


◆국가안보 Vs 사생활 보호, 국내서도 공론화 필요 = 재작년 카카오 사건이 있었으나 국내에서는 사생활 보호냐 국가안보냐에 대한 진지한 토론의 장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번 애플 사건 이전 10여년전부터 암호화에 대한 기술적ㆍ제도적 토론이 활발히 진행됐던 것과 비교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카카오의 감청 불응 사건 당시에는 진지한 토론보다는 이념 싸움이 앞섰다"며 "국내에서도 암호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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