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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시장서 中 날고, 日 뛰고, 韓 걷고..'돈자랑'이 아니다
아시아경제 | 2016-02-26 09:33:37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1989년 일본의 한 대기업이 뉴욕의 록펠러 센터를 사들이자 현지 언론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시카고트리뷴은 '미국이 팔릴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록펠러 센터는 미국의 트로피 자산이다. 트로피자산은 그 지역 또는 국가의 상징적 건물을 일컫는다. 트로피자산이 경박단소(輕薄短小ㆍ가볍고 얇고 짧고 작음) 제조업을 앞세운 일본 기업에 팔렸으니 난리가 날 만 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투자는 아니었다. 당시 일본 경제는 도쿄 땅을 팔면 미국 전체 국토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거품이 심각했다.

일본 기업들은 그 자금을 기반으로 록펠러센터를 비롯해 해외자산을 대거 사들이거나 해외기업 인수합병(M&A)했지만 몇 년후에는 거품이 꺼지며 재매각에 나서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20년 전 일본처럼 최근 중국과 대만기업들의 M&A가 세계 경제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컬러 TV와 컬러 액정 디스플레이 등을 개발했던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 샤프가 대만 훙하이그룹 계열사 폭스콘으로 넘어가게 됐다. 고도성장을 견인했던 일본의 대형 전자업체가 외국에 팔리게 된 것은 처음이다. 금액은 7조원 이상이다. 우발채무로 잠시 계약이 미뤄졌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어 보인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화권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803억6000만달러로 2005년 189억7000만 달러에서 10년 만에 5.4배 늘어났다. 이 중 중국 기업은 668억6000만달러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홍콩이 322억 5000만달러, 대만은 34억4000만달러다.

중화권 M&A 행보가 세계 경제를 긴장시키는 이유는 단순히 규모 때문이 아니다. 중국을 위시한 중화권 기업의 해외M&A가 과거 일본의 실패사례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초 중국 국유기업 켐차이나(Chemchinaㆍ중국화공)는 스위스 종자 기업 신젠타를 463억달러에 인수했다. 중국기업의 해외 M&A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 보다 세계 작물보호제 시장 점유율 1위, 종자 점유율 3위 기업을 품음으로써 이 사장의 헤게모니를 쥔 것이 더 의미있다.

또 칭다오 하이얼은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을 54억달러에, 완다그룹은 고질라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에 사기로 했다.

모두 그 분야에서 손 꼽히는 기술과 시장영향력을 갖춘 기업들이다.

중국이 단순히 '돈자랑'하는 식의 트로피자산 매입보다 훨씬 기술.시장친화적인 M&A를 진행하며 차곡차곡 시장지배력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거품경제가 꺼진 이후 일본도 글로벌M&A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소비시장 축소로 일본 기업들이 해외M&A에 나서면서 지난해 해외기업 인수 금액은 처음으로 10조엔을 돌파했다.

특히 고도의 기술이나 노하우를 가진 기업들을 M&A 타깃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6월 75억달러에 미국 HCC인수어런스홀딩스를 인수하기로 발표한 도쿄해상홀딩스는 10년 전부터 상시모니터링시스템을 가동하며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극비 목록을 갖춰 인수에 활용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반면 최근 3년 사이 일본 기업이 인수를 위해 지불한 프리미엄(인수 결정 4주 전 주가에 대한 할증료)은 31%로 거품경제기의 42%보다 크게 낮아졌고 미국(32%)과 비슷해졌다는 것이 톰슨로이터의 분석이다. 그만큼 M&A에서 냉정한 딜(거래)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M&A에 거대자금을 공급하는 일도 일본 대형 시중은행이 도맡아 하고 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2년 전 주류업체 산토리가 짐빔(Jim Beam)으로 유명한 미국 빔사를 1조4000억엔에 인수할 때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인수자금을 융자해줬다.

지난해 9월 미쓰이스미토모해상보험은 영국 손해보험사 암린을 매수하기로 했는데 이때 자금을 조달한 은행도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이었다. 일본 대형은행들이 수익을 위해 옥석을 가릴 틈 없이 해외사업에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과거 거품경제의 아픔을 겪은 일본 금융사들로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편 한국 기업의 해외M&A는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다. 2011~2015년 5년간 한국의 해외 M&A 규모는 389억4000만달러로 중국이나 일본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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