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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 '수주 절벽'] 조선 빅3 '피마르는 6개월'…도크 한 곳 비면 직원 10% '실직'
한국경제 | 2016-03-05 01:43:45
[ 도병욱 기자 ] 지난해 한국 조선업계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해양
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
양 등 ‘빅3’는 나란히 조(兆) 단위 영업손실을 냈다. 이런 와중에
수주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소위 ‘수주절벽’이라는 새로운 위기가
더해졌다. 해양플랜트 사업 부실에서 시작된 대형 적자가 일시적인 위기였다면
, 수주절벽은 보다 장기적인 위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절벽 현상
은 정부나 금융권이 나서서 해결해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조선회사들이 노력해
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며 “수주절벽 현상이 6
개월만 더 계속돼도 빅3의 도크가 비는 초유의 현상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유가·경쟁국 도전 등 ‘3중고’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잔량은 2008년 8월 7140만CGT(표준환산톤수: 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선박 무게)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달 말 수주잔
량은 2844만CGT로 11년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동안 업체들의 생산설비 규모가 커진 것을 고려하면 국내 조선업체들이 세계
적 업체로 성장한 1990년대 중반 이후 일감이 가장 적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감이 줄어든 것은 국제 유가 하락과 세계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발주량과 수
주량이 모두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발주는 작년 하반기 이후
사라지다시피 했다. 컨테이너선 발주도 잇달아 취소됐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
조선업계의 월평균 수주량은 111만CGT였지만, 하반기에는 63만CGT로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월평균 4만CGT밖에 수주하지 못했다.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이
한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의 수주를 늘린 것도
원인이다. 세계 수주잔량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월 말 27.4%인데,
이는 1999년 11월 이후 가장 낮다.

대규모 인력구조조정 우려

대형 조선사들은 “일감이 1년6개월치 이상 남아 있어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보유 일감이 1년치 미만으로 떨
어지면 초대형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
선회사들은 1년치 도크 운영 계획을 마련해놓고 선박 건조 일정을 짜기 때문에
보유 일감이 1년치 아래로 떨어지면 건조 계획 등을 미리 세울 수 없다&rdquo
;며 “이 경우 빈 도크(선박건조시설)가 생겨나게 된다”고 말했다.
빅3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1990년대 중반 이후 도크가 비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금까지 최소 2년치, 평균 3~4년치 일감을 쌓
아놓고 일을 해왔다.

일감이 1년치 미만으로 줄면 수주량을 늘린다고 해도 당장 빈 도크를 채울 수도
없다. 조선사는 선박 건조계약을 따낸 뒤 설계와 블록 제작 등의 사전 작업을
거쳐 도크에서 조립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대형 선박은 이 사전 작업 과정이
1년 정도 걸린다.

도크가 비면 도크에서 일하는 현장 인력은 할 일이 없어진다. 사전 작업을 하는
인력도 영향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빈 도크가 하나 생기면 당장 협력업체 직원
10%는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규직 직원은 일단 특근과 잔업을 중
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받는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중소협력업체
와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도크
가 비면 협력업체 직원들부터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미 일부
업체는 협력업체 직원 감축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조선업계에서는 당분간 수주량이 회복될 가능성이 낮아 이런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란발 특수를 기대하고 있지만 조선사들
은 당장 대규모 발주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
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17년 말은 돼야 선박 발주량이 예
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조선사들이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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