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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공포에 떠는 유럽 은행들…"도이치뱅크, 세계서 가장 위험"
한국경제 | 2016-07-28 18:01:35
[ 박동휘/김우섭 기자 ] 유럽 은행들의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해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가(街)는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이 문제”(랄프
솔벤 코메르츠방크 리서치센터장)라고 공을 떠넘겼지만 정작 독일 1위 은행인
도이치뱅크 주가는 지난달 27일과 28일 이틀간 20% 넘게 급락하면서 사상 최저
치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으로 유럽 은행들의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심각해져가는 유럽 은행 부실

유럽 주요 은행의 지난해 실적은 양호한 편이었다. 스위스의 UBS는 순이익이 전
년 대비 77% 증가했다. 덴마크 단스케방크 역시 70%가량 늘었다. 프랑스 BNP파
리바의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416%에 달했다. 올해 실적도 지난해보다는 못하지
만 나름 선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많은
투자자가 미래 생존 가능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3위
규모 은행인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 주가는 올 들어 80%나 폭
락했다. UBS도 최근 1년간 주가가 42.25% 하락했다. BNP파리바 주가도 24% 떨어
졌다. 스페인 산탄데르은행 미국법인은 최근 미국 중앙은행의 종합자본분석검토
(CCAR) 결과 자본 확충 계획에 대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유로존이 2014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초과지급준비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
한 것이 은행업의 미래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지적이다. 유럽 은행들은
중앙은행과 금융 소비자 사이에서 꼼짝달싹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r
squo;가 돼가고 있다. 개인 예금에 대해선 ‘쥐꼬리’만큼이라도 이
자를 줘야 하지만 대출금리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및 기관투자가들의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해 페널티를 매기고 대출
금리 하락폭도 최소화하며 가까스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 상황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얀 스토루프 닐센 덴마크 노르데아방크 선임
연구원)이다. 영국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변동금리대출을 받을 때 &l
squo;유리보(EURIBO)+1.5% 포인트’ 금리를 적용받는다고 가정하면, 기준
금리인 유리보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더라도 이를 ‘제로’로 환급하겠
다는 것으로 돈을 빌리는 이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다.

◆금리 정책공조도 어려워져

은행마다 각자도생에 나서면서 유로존 19개국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공조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장기대출 프
로그램(TLTRO)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솔벤 센터
장은 “ECB가 -0.4%에 돈을 빌려주는데도 이탈리아 은행은 이 자금을 기업
대출에 쓰지 않고 자국 국채 매입에 쓰고 있다”며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
도덕성을 꼬집었다.

TLTRO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금리를 마이너스로 책정한 제도
다. 기존의 통념을 깨버린 이 대출 프로그램의 작동 방식은 이렇다. A라는 은행
이 -0.4%로 ECB에서 돈을 빌렸다면 A은행은 이 돈을 B라는 기업에 ‘제로
’ 금리에 빌려줄 수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은행들은 TLTRO를 통해 빌린 돈을 이탈리아 국채 매입이라는
투기에 활용하고 있다는 게 독일 금융인들의 불만이다. 솔벤 센터장은 “
초저금리 상태가 지속돼 채권 가격이 오르면 이득을 보겠지만 이탈리아에 재정
위기가 발생해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지적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독일 은행들 역시 유로존 금융붕괴의 진앙지가 될 것
이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헤지펀드계 거물 조지 소로스가 지난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일에 파운드화 대신 도이
치뱅크 주가 하락에 베팅할 정도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달 초 독일 금융부문 안전성 연례보고서에서 도이치뱅크를 세계에서 가장 위
험한 금융회사로 지목했다.

유로존 우등생인 독일에서조차 “언제 바닥으로 꺼져 내릴지 모르는 살얼
음판을 걷는 듯한 느낌”(독일의 한 금융인)이 만연해 있다는 게 유럽 은
행의 현주소다.

런던·취리히=박동휘/프랑크푸르트·코펜하겐=김우섭 기자 donghu
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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