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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그래픽을 통해 본 한국사회] <1>못 살겠는데, 어떻게 애를 낳아요?
파이낸셜뉴스 | 2016-10-23 16:41:06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는 통계·그래프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 경제·사회를 이해하는 연재시리즈를 마련했다.


#혼자 삼겹살
"앞으로 두 달 후면 벌써 서른"이라는 서미영 씨(가명)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보여 주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끼니를 혼자 해결했는지 자랑하기 시작했다. "19살 겨울, 대학 입학을 위해 첫 상경했을 때에는 길거리 떡볶이조차 혼자 먹지 못했다"는 서 씨는 이제 혼자서 고깃집도 드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삼겹살 뿐 아니라 김밥, 짜장면, 짬뽕, 육개장 칼국수, 초밥, 파스타, 치킨과 맥주 등 수 많은 맛집의 음식 사진이 '해시태그(#) 혼자'와 함께 올라와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바로 '혼밥족'이다. "약속을 잡는 것부터 메뉴를 선택하는 것도 오롯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가 설명하는 '혼밥' 혹은 '혼술'의 가장 큰 장점이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10년 가량을 혼자 살았다"는 서 씨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면서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서씨처럼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총 520만3000가구로 집계돼 전체(1911만1000가구)의 27.2%를 차지했다. 1990년 102만1000가구였던 1인 가구는 25년 사이 5배로 늘었다.

#결혼은 무슨
이영훈 씨(가명)는 "석 달 전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서른인 그는 동갑내기 전 '여친'로부터 "결혼할 생각이 없다면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다"며 "그래도 그 친구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 나고 자란 이 씨는 미국 텍사스의 한 대학에서 해양과학을 전공했다. 아버지가 재직 중이던 D증권사가 한 순간 무너지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는 "5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만난 전 여친은 '롱디(장거리연애)'를 하면서도 잘 참아줬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취업이 된다면 결혼해 미국에서 살자며 약속까지 했지만, 결국 작년 말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현재 그는 국내 한 연구원의 '인턴'이다. 그런 그에게 전 여자친구는 "없으면 없는 대로 결혼을 하자"고 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내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도 전국 출산력 조사'를 보면, 미혼남성의 10.9%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소득이 적어서'라고 답했다. 결혼과 관련, 가장 필요한 결혼정책으로는 '청년고용 안정화'가 32.6%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NO BABY
결혼 3년 차인 선수경 씨(가명)는 양가 부모님께 아직 말 못한 비밀이 있다. 결혼과 동시에 피임시술을 받고 이른바 '딩크족'이 된 것. 망설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선 씨는 "사실 나는 아기를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기라면 질색을 한다. 남편은 대학 과동기로 10년 넘도록 연애를 하는 동안 결혼을 해도 절대로 아기를 갖지 않겠다고 지겹도록 말했다"고 했다. 결국 "자신의 인생을 아이를 키우는데 소모하고 싶지 않다는 남편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것이 선 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선 씨가 결심을 굳히게 된 결정적 요인은 다름 아닌 '경제적인 여유로움'이다. 현재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들 부부는 서른 넷 어린 나이임에도 벌써 '내 집'을 '스스로' 마련했다. "맞벌이가 아니었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그녀는 "회사 선배 중에 정말 멋진 '워킹맘'이 있었는데, 어느 날 아이가 발달장애가 있다는 이야기에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선씨 같은 사례는 드물지 않다. 실제 기혼여성 가운데 '결혼은 했지만 자녀계획은 없다'고 응답한 이들의 50.8%가 경제적인 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노인>유소년
경북 의성군 신평면의 11개리를 모두 합치면 서울 여의도 면적(2.9㎢)보다 약 18배 넓다. 그런데 이 광활한 지역에 산부인과, 어린이집, 유치원이 한 군데도 없다. 경로당은 15곳이나 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신평면을 전국에서 '30년 뒤 사라질 위험'이 가장 높은 곳으로 보고 있다. 65살 이상 노인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기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는데, 신평면은 주민 811명(올해 7월 주민등록 기준) 중 노인이 444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신평면과 같은 곳이 늘어나다보니, 현재 대한민국 전체 인구를 나이순으로 줄세웠을 때 한복판에 있는 '중위연령'은 1980년 21.8살에서 지난해 41.2살로 높아졌다.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노인 비중이 14%에 이르는 '고령사회'로 들어설 전망이다. 또 내년부터 노인이 유소년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고,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14세 이하의 어린이 수를 앞지르는 것이다. 총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은 2030년 이후이지만, 3가지 지표가 겹치는 2017년은 본격적인 인구구조 지각변동의 원년인 셈이다.

#헛발질 정부
이대로 가다간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15~64살) 100명당 부양인구(노인 및 어린이)가 101명으로 늘어나, 부양자보다 피부양자가 더 많아지는 시대가 온다. 실제 1970년생은 출생 당시 100만7000명이었지만, 2015년생은 43만800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출산율(1.21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1.68명)를 한참 밑돌다보니, 한국에 대한 국제기구의 보고서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저성장 위기에 직면해있다"는 평가가 빠지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당장 지난 7월 출생아 수는 작년 7월 3만6000명보다 7.4% 감소한 3만3900명으로 집계됐다.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저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내놓은 난임부부 지원, 남성육아휴직 수당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저출산 극복 종합대책'은 적절한 처방이 아니란 비판이 나온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처럼 결혼만 하면 자녀를 출산할 것이라고 보는 정책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혼인건수가 급감한 이유와 왜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너무나 뚜렷한 이유에 대해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해남의 비결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는 것은 전남 해남군이다. 해남군은 4년 연속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해남의 합계출산율은 2.46명으로 전국 평균(1.24명)의 두 배에 달한다. 최하위인 서울 종로구(0.81명)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전체 인구 7만명의 땅끝마을 해남군의 지난해 출생아는 839명으로 하루 평균 2명 이상의 아기가 태어났다. 해남군의 합계출산율은 2005년 1.4명에 머물렀지만 전폭적인 출산지원 정책으로 2012년 2.4명을 기록한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은 '경제적인 지원'에 있다. 해남군은 신생아의 양육비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첫째아는 300만원, 둘째아는 350만원, 셋째아는 600만원, 넷째아는 72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밖에 미역과 쇠고기, 아기내의 등 출산 선물을 주고, 아기이름도 무료로 지어주는 등 소소한 감동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해남의 사례를 경제적 지원의 효과로 보고 있지만, 국가 전체로 이를 확대하려면 장기적으론 '무상교육'을 포함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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