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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빚 18경원…'돈의 향연' 끝나고 '빚의 복수' 시작된다
한국경제 | 2016-12-04 19:03:57
‘돈의 향연이 끝나고 반란이 시작된다’. 《머니 볼》의 저자인 마
이클 루이스는 ‘빚의 복수(revenge of debt)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7년을 한 달도 채 못 남기고 각종 예측기관의 전망이 쏟아져 나
오는 가운데 세계나 우리 국민에게 가장 가슴 깊게 파고드는, 간담을 서늘케 하
는 경고다.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금융위기 극복’과 ‘경기 회
복’이라는 명분 아래 돈이 풀리고 사용하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합리화됐
다. 중앙은행은 ‘양적완화’, 경제주체는 ‘저리의 빚’
이라는 수단을 거리낌 없이 사용해 왔다. 기간도 8년 이상 길어져 빚의 무서움
도 잊혀져갔다.

세계 빚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등
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빚은 우리 돈으로 18경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
났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225%로 임계치로 여겨지는 200%를 훨씬 넘어
선 수준이다. 세계 인구 72억명을 기준으로 1인당 빚을 계산한다면 2500만원에
달한다.

단순히 빚이 많다고 무서운 것은 아니다. 돈값인 금리가 낮고 빚 상환 능력, 즉
소득이 받쳐준다면 빚을 잘 활용하는 것이 한 나라의 경기나 개인의 재테크 차
원에서 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부채 경감 신드롬’을 통한 경기
부양책인 금융완화가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저성장 국면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세계경제의 현실이다.

경기가 받쳐주지 못하는 여건에서 임계수준을 넘어선 빚을 더 늘려 경기부양을
모색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오히려 빚 부담(최소한 국민의 이자만이라도
)을 줄여야 한다. 이때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제 막 돋기 시작한 ‘경기회복
의 새싹(green shoot)’이 ‘시든 잡초(yellow weeds)’로 전락
할 가능성이다.

빚 부담을 줄이더라도 ‘연착륙’시켜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
지만 이 과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달 13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
(Fed) 회의에서 0.25%포인트 추가 금리인상이 확실시된다. 더 우려되는 것은 내
년 1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다.

트럼프노믹스(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의 기조는 ‘미국의 재건’이
다. 대외적으로 보호주의 정책과 함께 내부적으로 도로, 철도, 항만 등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을 복구하는 1930년대식 ‘트럼프판 뉴딜 정책’
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수입 면에서는 대폭적인 감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1980년대 초 ‘레이거노믹스’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재정지출과 감세를 동시에 추진한다면 ‘재정적자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 하는 점에 의문이 든다. 경기가 살아나기까지 늘어날 재정적자를 국채
로 메운다면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국채금리가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금리체계
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채금리가 상승할 경우 정책금리도 인상해야 하기 때문
이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간 자금흐름은 캐리 트레이드 성격이 짙다. 이론적 근거는
환율을 감안한 어빙 피셔의 국제간 ‘자금이동설(m=rd-(re+e), m: 자금유
입규모, rd: 투자대상국 수익률, re: 차입국 금리, e: 환율변동분)’이다
. 이 이론에 따르면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다른 국가는 경기여건과 관계없이 금리
를 올려야 금융시장과 경기를 안정시킬 수 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 관계다. 트럼프 당선 이후 국채금리가 단기간에 급
등함에 따라 채권가격은 투자자가 대응할 시간도 없이 ‘순간 폭락(FC&mi
ddot;flash crash)’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국채금리가 더 상승하면
‘국채시장→주거용 부동산 시장→신흥국 증시’ 순으로 F
C의 전염효과가 우려된다.

IMF를 비롯한 예측기관들이 빚 부담을 연착시키지 못할 경우 세계 경제에 복합
불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준금리 등 정책수단이 제
자리에 복귀하지 않은 여건에서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경제주체의 빚 상환능력
과 가처분소득이 더 떨어지고 정책대응마저 쉽지 않아 1990년대 일본 경제의 전
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민간채무가 많은 나라다. BIS가 민간채무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
신용 갭(GDP대비 민간채무비율이 ‘호드릭-프레스코트’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선에서 벗어난 정도)이 3.1%포인트다. 주의(2%포인트 미만 ‘보
통’, 2~10%포인트 ‘주의’, 10%포인트 ‘경고’)
단계다. 내년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상승에 따른 빚
부담을 연착륙시키지 못할 경우 1%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부터 우리
국민의 가처분소득을 관리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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