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 속보창 보기
  • 검색 전체 종목 검색

뉴스속보

체르노빌 원전 덮은 강철돔…"100년간 방사능 위협 차단"
한국경제 | 2016-12-04 19:56:05
[ 박근태 기자 ] 1986년 4월26일 새벽 체르노빌 발전소 소속 소방관 바실리 이
그나텐코와 블라디미르 프라빅은 원전이 폭발했다는 믿기 힘든 소식을 접했다.
두 사람을 포함한 소방관들이 폭발 현장에 달려갔을 때 원자로는 뜨거운 화염
과 가스로 아수라장이 된 뒤였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방사능 누출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두 사람은 사고 초기 투입된 29명의 동료
들과 함께 2주 만에 급성방사선증후군(ARS)으로 숨을 거뒀다. 훗날 우크라이나
정부는 초동 대처에 나선 이들의 희생정신을 기려 영웅 훈장을 수여했다. 그
후로도 61만명의 군인과 소방관, 노동자들이 사고 복구에 나섰지만 지금도 원전
4호기에선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로 스며들거나 공기 중으로 나오고 있다. 비공
식 집계로만 4000~9000명이 체르노빌 사고의 영향으로 숨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
다.

최악의 원전사고가 난 지 30년이 지나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4호기를 덮는 거
대한 강철 방호벽이 지난달 29일 완공됐다. 발전소 측은 사고 직후 계속되는 방
사능 유출을 막기 위해 원자로를 거대한 시멘트 석관으로 덮는 공사를 시작했다
.

우크라이나 정부는 시멘트가 노후화하면서 방사성 물질 유출이 우려되자 2001년
부터 100년 이상 버틸 수 있는 추가 방호벽 제작에 나섰다. 한국과 이스라엘,
일본 등 세계 40개국이 21억달러를 지원했다.

이날 완공된 새 방호벽은 폭 257.5m, 길이 150m, 높이 105m로 흡사 거대한 항공
기 격납고를 연상시킨다.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충분히 덮고도 남는 크
기다. 여기엔 프랑스 파리 에펠탑보다 많은 3만6000t에 이르는 강철이 사용됐다
. 지난달 14일 원자로에서 372m 떨어진 곳에서 조립을 끝낸 방호벽은 40시간에
걸쳐 레일을 따라 천천히 옮겨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방호벽 안에서 사고가
난 4호기를 완전 해체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현재 사고가 난 원전 4호기 원자로에는 80% 핵연료가 남아 있고 암을 유발하는
요오드 131, 세슘 137이 공기 중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 격납시설은 내부와 바
깥 사이 공기를 완벽히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체르노빌 원전 주변 오염 지역은 2600㎢에 이른다. 룩셈부르크에 해당하는 넓이
다. 영국 포츠머스대 연구진은 체르노빌 사고 전보다 야생동물 숫자가 웃도는
등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지역에서
사람이 살려면 3000년은 넘게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
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시각 주요뉴스
  • 한줄 의견이 없습니다.

한마디 쓰기현재 0 / 최대 1000byte (한글 500자, 영문 1000자)

등록

※ 광고, 음란성 게시물등 운영원칙에 위배되는 의견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