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 속보창 보기
  • 검색 전체 종목 검색

뉴스속보

[기자수첩] "빛 좋은 개살구"에 표류하는 과잉공급 구조조정
프라임경제 | 2016-12-09 14:18:12

[프라임경제]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일련의 사건들이 결국 탄핵 정국으로 치달으면서 국가의 경제정책들이 컨트롤타워를 잃고 표류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사즉생의 각오로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계획에 매진해왔다"고 강조했던 공급과잉업종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분야 구조조정 방안은 마구잡이식 밀어붙이기에 신음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지난달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신임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상태다. 그러나 정국 혼란이 장기화되면서 유일호 부총리가 계속해 현안을 챙기고 있다. 한 지붕 아래 두 가장이 군림하는 어색한 동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탄핵과 상관없이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만약 탄핵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에서도 탄핵사유가 인정된다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정책 추진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제 믿을 곳은 구조조정밖에 없다는 듯 각 기업의 영업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더욱 강력하게 정부 방침에 동참할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후판과 강관이 공급과잉품목이라고 지정된 철강산업에 대한 압박이 거셌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철강을 넘어 석유화학산업에 정부의 압박이 집중되고 있다. 연내 석유화학업종 기업을 대상으로 한 차례 더 원샷법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기존에 지정했던 과잉공급 대상 품목 중에서도 TPA(테레프탈산) 감축과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부의 압박에 대해 각 업계마다 나오는 말이 "이미 충분히 줄였다"는 것. 지난해 해당 산업들이 과잉공급으로 지정된 데다 그 전부터 징조를 보였기 때문에 경영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해당 품목들에 대한 자율적 감축을 충분히 반영했고, 또 지금까지 진행해왔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의 자율적 구조조정의 성과는 무시한 채 단순히 지금보다 더 몸집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 정부의 구조조정 안건은 결국 정부가 제정한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통한 가시적인 성과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각각 단조와 후판 부분에서 생산 감축을 통한 사업재편을 위해 원샷법을 신청한 것 역시 이런 정부의 직간접적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풀이다. 동국제강의 후판 공장은 이미 폐쇄한 지 오래인 공장이고, 현대제철의 단조사업 역시 비주력사업으로 사업재편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정부가 처음 원샷법을 지정할 때의 기본 목적과도 상충되지 않는 '빛 좋은 개살구'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업계의 비판이다. 처음 원샷법을 통과시킬 때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실시 효과는 물론이고, 원샷법 자체를 이용하는 기업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정부가 억지로 실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기업을 찍어 누르고 있다는 것.

결국 이번 구조조정은 국가와 산업계를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이번 정부의 경제 실적을 높이기 위한 도구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관련 업계는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정부의 확고한 의지대로 끌려가는 모양새다.

전혜인 기자 jhi@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시각 주요뉴스
  • 한줄 의견이 없습니다.

한마디 쓰기현재 0 / 최대 1000byte (한글 500자, 영문 1000자)

등록

※ 광고, 음란성 게시물등 운영원칙에 위배되는 의견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