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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국내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 문창기 회장 "2천개 매장 낸 비결요? 직원에게 바보스러울 정도로 잘해줬죠"
한국경제 | 2016-12-11 18:48:26
[ 강영연 기자 ] 2010년 5월 이디야커피는 중국 베이징으로 전 직원 해외워크
숍을 떠났다. 2009년 일본 도쿄에 이어 두 번째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2004년 회사를 인수하면서 5년 뒤 회사가 잘되면 매년 해외워크숍을 가겠다고
직원들과 약속했다.

베이징 워크숍 분위기는 뜨거웠다. 젊은 직원들은 회사의 새 비전이 필요하다며
회장과 임원들에게 성장을 위해 매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내자고 제안했다. 이
디야커피는 당시 매년 새 점포를 30~40개 정도 열고 있었다. 직원들의 생각과
열정을 확인한 경영진은 논의 끝에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포함한 ‘북경
선언’을 발표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점포개발팀 인원을 확충했다. 이
듬해 신규 점포 수는 151개로 증가했고, 지난해 356개 점포가 문을 열었다. 그
리고 지난 8월 국내 커피전문점 최초로 2000호점을 넘어섰다. 이디야커피 매장
이용객은 한 달에 약 1000만명. 중복 방문을 포함해 단순 수치로만 보면 국민
5명 중 1명꼴로 이디야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문 회장을 지난 2일 서울 논현동
이디야커피 본사에서 만났다.

▷불황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요즘 소비 트렌드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기 때문이죠.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데, 커피의 맛과 품질은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직원들
의 열정과 노력도 큰 동력이 됐습니다. 제가 한 일은 직원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입니다. 처음 이디야커피를 인수했을 때 뭔가 안 풀리고
터널 끝이 안 보인다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경영서를 포함해 이런저런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어요. 그러면서 내린 결론이 ‘모든 기업은 내부 고
객인 직원의 만족 없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
면 나도 같이 성장한다는 것을 알아야 직원들이 모든 노력을 다하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십니까.

“직원에게 열심히 일하면 회사가 보상해준다고 말하는 건 소용없습니다.
먼저 줘야 합니다. 임원에게도 바보스러울 정도로 직원에게 잘해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본사에 있는 게임장과 바비큐장, 강원 화천 글램핑장 등의 시설도 직
원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직원들은 경영진이 우리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갖고,
경영진은 직원들이 어디서든 열심히 할 거라고 믿는 것, 이것이 회사 성장에 가
장 중요합니다.”

▷직원들에게 독후감을 쓰게 하는 ‘독서경영’을 하신다고 들었습니
다.

“매달 책 한 권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제출하게 합니다. 임원도 예외가
없어요. 제가 260여명 직원의 독후감을 다 읽습니다. 직원들이 책을 읽으며 지
식과 교양을 쌓고 생각을 정리하는 효과뿐 아니라 내부 소통에도 도움이 됩니다
. 사내 시스템으로 독후감을 제출하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직원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생깁니다. 가끔 젊은 직원이 ‘남자친구와 헤어졌다&rsqu
o;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다’ 이런 얘기들도 해
요. 필요한 경우 학원비 지원 등 도와줄 수 있는 건 돕기도 합니다.”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꼽히는 이유가 있군요.

“얼마 전 신입사원 27명을 뽑는데 1만1000명이 지원했습니다. 경쟁률이
300 대 1이 넘습니다. 직원 복지가 좋은 게 이유라고 합니다. 지난해 뽑은 29명
중에도 그만둔 직원이 한 명도 없습니다.”

▷지원했다 떨어진 젊은이들에겐 어떤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일단 마음이 아프죠. 특히 1박2일 면접까지 보고 떨어진 지원자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지원한 회사에 입사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고, 못 왔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길
어요. 열정과 하겠다는 의욕만 있으면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옵니다. 나도 다니던
은행이 퇴출됐을 땐 막막했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당장 힘든 게
문제가 아니라 꿈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폐점률이 1%도 되지 않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프랜차이즈에선 가맹점주도 사실상 ‘내부고객’입니다. 직원
과 마찬가지로 점주가 만족해야 합니다. 점주들이 만족하는 것은 단순해요. 돈
을 벌어야 합니다. 이디야커피는 가맹점주가 본사에 내는 돈이 월 25만원으로
고정돼 있습니다. 매출이 올랐다고 더 내지 않아요. 매장 규모가 작고, 인테리
어가 간단해 초기 투자비도 적게 드는 편입니다. TV광고를 하거나 이디야 뮤직
페스타 등의 마케팅 비용은 본사가 부담합니다. 수익이 나니까 한 점주가 여러
매장을 운영하기도 하고, 형제자매나 지인에게 소개하기도 합니다.”

▷스타벅스가 있는 곳에 따라서 점포를 내는 전략을 썼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매장을 급격히 늘리다 보니 각 상권에 이미 진출해 있
는 스타벅스 매장 위치와 비슷하게 된 측면이 있습니다. 요즘은 이디야 매장이
더 많아서….”

▷국내 커피시장 경쟁이 치열합니다. 편의점도 뛰어들었고요.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요.

“커피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관세청이 발표한 지난해 원두 수
입량은 13만7795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좀 더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 다만 내년부터 경쟁력 없는 커피전문점이 도태되는 등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봅니다. 저가 커피전문점 인기가 작년보다 올해 좀 약해졌어요. 장기적으론 커
피시장 경쟁이 가격보다 맛 중심으로 바뀌게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앞으로의 성장 전략은 무엇입니까.

“유행이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신제품을 적극 출시할 생
각입니다. 콜드브루, 질소커피 등을 생각 중입니다. 연말께 블렌딩 차(茶) 신제
품을 출시하고 별도의 차 브랜드를 내는 것도 검토 중입니다. 지방 출점도 늘리
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체 매장의 34.8%가 지방에 있는데 이 비율을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이디야커피는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규모가 작아 읍·면&mid
dot;리까지 진출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
각합니다.”

▷해외진출 계획은 있습니까.

“태국 등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무작정 나가진 않을 겁니다. 200
5년 중국에 나가 실패한 경험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합작회사를 세워야만 진출
할 수 있는 곳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은 스틱커피를 수출해 브랜드를
알린 뒤 신중하게 진출하려고 합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커피와 베이커리 등을 가르치는 2년제 커피 전문 대학을 세우려고 합니
다. 인성교육도 강조해 사회를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를 키우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문창기는 누구?

국내 최대 커피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를 키운 문창기 회장은 식음료업계가 아니
라 금융업계 출신이다. 1988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동화은행 창립멤버
로 금융권에 몸담았다. 외환위기로 1998년 동화은행이 문을 닫자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투자신탁팀장으로 금융상품 영업을 담당했다.

문 회장이 이디야커피를 알게 된 것은 유레카벤처스를 설립해 기업공개(IPO) 컨
설팅 및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으면서다. 2004년 한 지인이 매각을 의뢰한 이
디야커피 가능성을 보고 문 회장이 인수했다. 인수 당시 100개 정도이던 점포
수는 12년 만에 2000개를 넘어섰다.

문창기 회장 프로필

△1962년 경북 봉화 출생
△1988년 고려대 졸업
△1988~1998년 동화은행 근무
△1999~2000년 삼성증권 투신팀장
△2000~2004년 유레카벤처스 대표이사
△2004년~ 이디야커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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