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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채권형 펀드 '시소 공식' 깨졌다
한국경제 | 2017-01-17 18:49:35
[ 송형석 기자 ] “지금 팔아주세요.” 요즘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
를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환매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채권형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우려로, 주식형은 코스피지수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이유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910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사라진 시소게임

17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공모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조5249억원이다. 코스피지수가 2050선을 넘으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적으로 몰린 결과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도 같은 기간 7696억원
이 순유출됐다. 국내 주식과 채권에 함께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1622억원)까지 합하면 순유출 규모가 2조4567억원에 이른다. 이 자금은 단
기자금 보관소로 불리는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성 자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초 이후 MMF로 순유입된 자금은 16조7501억원에 달한다.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는 기대수익률과 변동성 측면에서 상호 보완적인 성격의
상품으로 동시에 자금이 빠져나가는 일이 드물다.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직
전 한 달간을 기준으로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에서 동시에 5000억원 이상 빠져나
간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시소가 오르내리는 것처럼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에
번갈아가면서 자금이 몰린다는 ‘시소 공식’이란 용어가 생긴 배경
이기도 하다.

이 공식이 유명무실해진 것은 미국이 금리 인상을 발표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다. 금리 인상 여파로 채권가격이 급락하면서 채권형 펀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
가기 시작했다. 이 기간에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서 ‘박스권 플
레이(1900선에서 사고 2000선에서 파는 행위)’를 즐기는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 매물을 대거 쏟아냈다.

◆한국 펀드만 고전

주식형 펀드가 고전하고 있는 곳은 한국 등 일부 국가뿐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는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 현상
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펀드평가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1월 둘째주에 글로벌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80억4700만달러다.
특히 선진국 주식형 펀드는 같은 기간 75억7100만달러가 순유입돼 최근 1년 주
간 순유입 기록을 다시 썼다.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주식 연계
상품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선진국 주식에 투자하는 ETF에 같은 기간 순
유입된 자금은 101억7100만달러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공모형 펀드 시장이 당분간 침체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
권 펀드에 대해선 기대 자체가 없다. 미국이 향후 3년간 매년 세 차례 금리를
올린다고 예고한 만큼 자금을 끌어모으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주식형 펀드 시장과 관련해서는 투자자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
난해 펀드매니저를 둔 국내 주식형 펀드 대부분은 ‘마이너스’ 수익
률에 머물렀다. 코스피지수를 이긴 상품의 비중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온
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장은 “투자자의 불신을 넘어서는 게 쉽지 않
다”며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뚫을 만큼 급등하거나 1900선으로
조정을 받지 않는 한 시장 분위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
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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