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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빅3 CEO의 요즘 업무는 '트럼프 탐구'
한국경제 | 2017-01-24 19:33:45
[ 임근호 기자 ] “‘거래의 기술’을 다시 읽었다.”

마크 필즈 미국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 만찬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거래의 기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
87년 펴낸 책이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식으로 거래하는지 적혀 있다
. 가령 “나는 거래에서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 거래는 내게 하나의 예술
이다.” “나는 크게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작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식이다.

필즈 CEO는 “1980년대에 이 책을 처음 읽었지만 트럼프를 이해하기 위해
다시 읽었다”고 말했다.

요즘 자동차업계 CEO 사이에선 ‘트럼프 탐구’가 업무 1순위로 떠올
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말 연초에 신제품 출시와 매출 증진 방
안을 놓고 시간을 보내야 할 자동차 회사 CEO들이 트럼프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응 위해 동분서주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크라이슬러 CEO는 이달 초 기자들에게 “트위터
로 국정 방향을 전달하는 대통령은 처음”이라며 “이는 새로운 소통
방법이고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우리는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 자동차업계 CEO들에게는 트위터 자체가 낯설다고 WSJ는 전했다. 마르키온네
CEO는 트위터를 전혀 하지 않는다. 필즈 CEO는 트위터 계정은 갖고 있지만 거의
쓰지 않는다. 메리 베라 제너럴모터스(GM) CEO는 매우 가끔 글을 올린다. 지난
47개월 동안 318개 글을 올렸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올리는 트위터 글
을 모니터링하는 태스크포스팀이 회사 내에 생겼다.

언제 날라올지 모르는 트럼프의 트위터 공격에 자동차 CEO들은 긴장을 유지한
채 기만하게 움직여야 했다. 연말 연휴를 보내고 업무에 복귀한 베라 CEO는 지
난 3일 이른 아침 트럼프의 기습 공격을 받았다.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ldq
uo;미국 1위 자동차 회사인 GM이 ‘셰보레’와 ‘크루즈&rsquo
;를 멕시코에서 만들어 들여온다”고 비판한 것이다. GM은 이미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베라는 즉각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알렸다. 약 2주 뒤 GM은 미국 내 공장에서 일자리 1000개를 창출하거나 유지하
는 데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WSJ는 “GM이 트럼프에 투자 계획을 미리 알린 것은 전략의 일환”이
라고 전했다. 이 덕분에 트럼프는 GM이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포드
와 피아트크라이슬러에 이어 더 많은 자동차 기업이 미국 내 투자를 늘릴 것으
로 기대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WSJ는 “노동조합 위원장들은 공장 일자리 재배치를 위해 본사로 불려오고
, 이사회 이사들은 트럼프 정부에 인맥이 없는지 알아보는 등 자동차업계가 대
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했다.

◆규제 완화 등 기회도 엿봐

자동차 회사 CEO들이 공격을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
남을 통해 기회를 엿보기도 한다. 베라, 필즈, 마르키온네 등 미국 빅3 자동차
회사 CEO는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침을 함께 먹었다. 일자리 창
출을 논의하기 위해서였지만 규제 완화, 세금 경감 등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
으로 알려졌다.

WSJ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가 요구해온 엄격
한 연비 기준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트럼프가 차기 환경
보호청(EPA) 청장으로 내정한 스콧 프루이트는 “오바마 정부의 연비 기준
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자동차업계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된
다.

베라 CEO는 20여명의 기업인으로 구성된 트럼프 정부 경제자문위원회에 참여했
다. 한 소식통은 “베라 CEO가 경제자문위원회 참여 요청을 받았을 때 이
사회에 조언을 구했다”며 “그때 이사들은 트럼프 정부와 얼굴을 맞
대는 시간이 늘어나면 무역과 다른 이슈에 대해 업계 의견을 반영시키는 데 도
움이 될 거라며 수락을 권유했다”고 전했다.

포드 창업자 헨리 포드의 증손자이자 포드 이사회 의장인 빌 포드도 작년 여름
부터 트럼프와 여러 차례 만나며 의견을 조율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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