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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단] 트럼프의 반다자주의 시각은 바뀌었나
한국경제 | 2017-02-21 17:44:24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반드시 다자주의를 지지해야 하는 자리라고 여
기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기간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한물갔다며 논
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 이는 다른 다자주의 기관과 동맹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좋지 않은 징조였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의 태도에서 한발 물러났다. 그는 미국 플로리
다주 탬파에 있는 미 중부사령부(중동지역 파견병력 관할 본부)를 찾아 &ldquo
;우리는 NATO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자신이 동맹국과 풀어야
할 문제는 회원국 간 적정한 재정 분담의 문제이지, 근본적인 안보 문제가 아니
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은 안보에 관한 브리핑을 받았든, 집무실에
서 정신이 번쩍 드는 사실을 알게 됐든 그가 다자주의 기구에 대해 달리 평가하
게 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대통령조차
도 여러 나라가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틀이 나쁜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NATO에 대한 그의 관점 변화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세계무역
기구(WTO), 바젤 금융감독위원회 등에도 같이 적용되느냐 아니냐다. 선거 유세
내용이나 트위터 기록을 보면 썩 고무적이진 못하다. 2012년 그는 세계은행이
“가난과 ‘기후변화’를 연계시키는 것”에 대해 트위터
에 비판적인 글을 적고 “우리는 왜 국제기구가 비효율적인지 궁금하다&r
dquo;고 불만을 토했다. 같은 식으로 지난해 7월 그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능
력이 제한된다는 이유로 WTO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
는 대선 유세에서 반복적으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가 NATO에 관한 태도를 바꿨다면, 세계경제도 (안보와 마찬가지로) 위험한
판이라는 것을 깨달아서 다른 기구의 장점도 볼 가능성이 있다. 파리기후협약이
나 바젤위원회는 미국 기업의 부담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기업에도
동일한 규칙을 요구하는 기구다.

트럼프는 그 자신의 정책으로 인해 베네수엘라나 멕시코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
우 IMF를 통해 수습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1995년 미국
재무부는 환율 안정기금을 통해 멕시코에 금융 지원을 확대했고, 2008년 미국
중앙은행(Fed)은 브라질에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해 줬다.
만약 이런 비용을 미국 정부가 납세자의 돈으로 직접 지급할 때 트럼프 지지자
들이 보여줄 분노나, 사태를 유발한 트럼프 행정부에 다시 지원을 요청해야 하
는 멕시코 관료들의 분노를 상상해 보라. 양쪽 모두 IMF를 통해 일하기를 바랄
것이다.

트럼프는 오바마 전 대통령 때 급하게 재지명된 김용 세계은행 총재에게 만족할
수 없겠지만, “반미 국가는 돕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그
가 개발원조의 혜택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는 그가 (다자주의 기
관 대신) 양국 간 직접 협력을 선호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동시에 미국과
세계은행의 역할을 최소화함으로써 발생하는 빈 공간은 트럼프가 그렇게도 혐오
하는 중국이 차지할 전망이다.

WTO는 다자주의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시험대다. 법인세&
middot;개인소득세를 개혁한다거나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오바마케어 폐
지 동의 등은 결코 의회를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인내심을 요구하
는 일이고 트럼프의 강점도 아니다. 이로 인해 그는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일
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WTO 규칙을 어기고 수입품에 일방
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일은 그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그가 WTO 규칙
을 지킬 것인지는 곧 알게 될 일이다.

배리 아이켄그린 < UC버클리 교수 >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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