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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경제적 자유 유린하는 트럼프노믹스
한국경제 | 2017-02-21 17:47:22
새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동
안 미국이 체결해 온 자유무역협정(FTA)을 일방적으로 뒤엎으며 재협상을 요구
하고 있다. 수출은 지원하고 수입에 대해선 고율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하고 있
으며 반(反)이민 행정명령 발동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또 멕시코 중국 등 대미
(對美) 수출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훔쳐갔다며 보호주의를 선언했다. 이민자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점령하고 노동 조건도 악화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정정책, 보호주의, 이민정책은 ‘잃어버린 일자리’를 되찾기 위한
트럼프노믹스의 세 가지 핵심 아젠다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트럼프의 진단과
처방은 틀렸다. 우선 법인세와 연방소득세를 줄이면서 공공사업을 위해 수조(
兆)달러의 정부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을 보면 적자예산은 불 보듯 뻔하다. 재
정정책은 미국 경제의 침체 원인이 유효수요 부족에서 야기된 것이라는 케인스
주의적인 잘못된 진단에서 나왔다. 근본 원인은 방만한 정부 지출, 반시장 규제
, 중앙은행(Fed)의 통화 팽창 때문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 지출
을 늘려 경제를 견인하는 건 기대할 수 없다. 트럼프는 정부가 쓸 돈을 민간이
쓰게 하는 게 고용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걸 모른다. 적자예산으로 부채가
급증하면 경제적 자유는 위축되고 불경기만 심화될 뿐이라는 것도 망각했다.

중국 멕시코 등 경쟁국들이 수출을 통해 훔쳐간 일자리를 되찾으려면 보호주의
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수입이 늘어난 탓에 미국 제조업 부문에 대량
실업이 생겨났다는 인식부터 틀렸다. 미국 전체 고용 대비 제조업 부문의 고용
(1970년 30%)이 줄어든 것처럼(2015년 8.6%), 수십년 전부터 일자리가 감소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의 대미 수출 때문이라는 건 역사의 왜곡이다. 노벨경
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 버클리대의 브래드 들롱 등이 보여주고 있듯이 제
조업 부문의 일자리 감소는 기술 발전과 제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의 변
동으로 야기된 필연적 현상이다. 수입이 일자리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
미하다. 오히려 값싼 수입품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두툼해졌고 다른 국
내 상품의 수요 증가로 이어져 생산·고용을 늘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도 제조업 부문의 실업을 전부 흡수하지는 못했다. 이는 1960년대 이후 주기적
으로 등장한 반시장 이념 때문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신산업 개척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가 정신이 심각하게 위축된 탓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수입은 고율관세로 제재하고 수출 기업은 지원하겠다고 한다
. 일자리 보호를 위해 애쓴다는 인상을 지지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대중매체의
관심을 끌 기업들을 선정해 채찍을 휘두르고 당근도 준다. 예를 들면 포드나
캐리어 등 다국적 기업은 협박하고, 구글 같은 수출 기업은 지원한다고 한다.
미국인을 고용하고 국산품을 구입하라고 강요한다. 기업 경영에 대한 트럼프의
간섭은 거침없다. 보호주의야말로 1930년대 독일 이탈리아 미국에서 경험한 &
lsquo;정경 협력’을 연상케 한다. 이런 식으로는 미국 경제를 흔들고 있
는 경제침체와 시민들의 박탈감으로 인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뿐이다.

이민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 조건을 악화시켰다는 인식도 틀렸다. 인
도적 이민(망명)은 잠정적으로 허용하는 게 인륜에 맞다. 양질 노동의 경제적
이민은 미국 노동시장을 긴장시키지 않았고 일자리 창출과 번영에 기여했다는
게 역사의 진실이다. 단순 노동의 이민도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지 않았다. 백인
이 싫어하는 단순 노동 일자리를 채운 게 이민자였다.

요컨대 미국 경제에 필요한 건 기업가 정신을 활성화하는 경제적 자유의 확대다
. 그럼에도 현실에 대한 근거 없는 왜곡을 일삼는 트럼프의 간섭주의적 포퓰리
즘이 지배하고 있다. 다가오는 한국의 대통령선거에서도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사회주의적 포퓰리스트가 등장할까 두렵다.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
다.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경제학 kwumin@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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