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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몽마르트르
한국경제 | 2017-05-26 06:57:35
‘예술가의 고향’으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Montmartr
e) 언덕. 이곳에 오르면 파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몽마르트르는
1860년 파리에 편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포도밭으로 유명한 전원 지역이었다. 높
은 물가와 비싼 임대료 탓에 도심에서 밀려난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몰려
들면서 ‘예술의 성지(聖地)’로 탈바꿈했다.

몽마르트르의 중심은 ‘예술가의 광장’이란 별칭을 갖고 있는 &lsq
uo;테르트르 광장’. 사시사철 화가들로 북적인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판
매하고, 관광객들에게 초상화도 그려준다. 광장 주변엔 술집과 카페, 댄스 홀
등이 즐비하다.

인상파 화가인 르누아르, 툴루즈 로트렉, 빈센트 반 고흐와 입체파의 거장 피카
소 등도 이곳의 술집을 전전하며 예술을 논했다. 1889년 10월 몽마르트르 한가
운데에 문을 연 물랭 루주(Moulin Rouge)는 예술가의 아지트로 유명했다. 물랭
루주는 ‘붉은 풍차’란 뜻으로 1889년 파리 세계박람회가 열렸을
때 댄스 홀로 문을 열었다. 매혹적인 프렌치 캉캉 춤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19
14년 화재로 전부 타버렸다. 1918년 뮤직 홀로 개축됐다.

몽마르트르는 프랑스어에서 산을 뜻하는 ‘몽(Mont)’과 순교자를 뜻
하는 ‘마르트르(Martre)’의 합성어다. 해발 130m 정도에 불과해
‘순교자의 언덕’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어원이 나타내듯
초기 기독교 신도들을 처형하던 곳이었다. 주변엔 유서 깊은 성당이 두 곳 있다
.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조금 떨어진 곳엔 ‘생드니 성당’이 있다.
기독교가 공인되기 60여 년 전인 로마 지배 시절에 로마군에 의해 참수된 생 드
니 신부가 자신의 목을 들고 이곳까지 걸어와서 숨을 거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 또 한 곳은 몽마르트르 언덕에 자리잡은 ‘사크레퀘르 성당’. 생
드니 신부가 목을 들고 있는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비잔틴 양식의 거대한 돔
으로 유명한 이 성당은 프랑스인에겐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패배한 프랑스인들이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성금을 모아 건
축했다.

서울시가 25일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공중 공원으로 탈바꿈한 ‘서울로701
7’ 주변 중림동을 ‘한국의 몽마르트르’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조선 후기 천주교 순교 역사를 간직한 서소문공원과 한국 최초의 서양
식 성당인 약현성당 등을 묶어 ‘중림동 역사문화탐방로(1.5㎞)’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유서 깊은 이곳이 파리 몽마르트르처럼 세계인이 찾는 관
광지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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