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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칼럼] 한국에서 잘 안되는 네 가지
한국경제 | 2017-05-26 06:56:25
한국에서 안되는 것이 네 가지 있다고 한다. 축구, 부동산, 교육, 정치다. 몰라
서가 아니다. 온 국민이 관심 수준을 넘어 전문가이자 비평가여서다. 국민의 심
리적 만족도와도 매우 밀접하다. 잘만 다루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대개는 조급
증 탓에 그르치기 일쑤다.

축구가 안되는 이유로 흔히 체격조건과 기술, 잔디구장 부족 등을 꼽는다. 그러
나 한국 청년은 이미 아시아 최장신이다. 메시가 키가 커서 축구를 잘하나. 진
짜 이유는 히딩크가 진작 일깨워줬다. 목적 없는 몰빵, 서열문화, 파벌주의다.
그러니 아무 연고나 선입견 없는 지도자가 종종 일을 낸다. 아이스하키를 톱리
그로 올린 캐나다 동포 백지선 감독이 재차 입증했다.

부동산과 교육은 민생 그 자체다. 당장 내 문제이고, 자녀의 미래 문제다. 정부
는 잘 해야 본전, 못 하면 치명적이다. 특히 주택정책은 서민 주거, 가계부채,
실물경기까지 신경 써야 하는 고차방정식이다. 귀가 얇은 정부라면 냉·
;온탕 오가다 ‘샤워실의 바보’가 되기 딱 좋다.

해법이 없는 게 아니다. 집도 분명 사고파는 재화다. 시장 수급에 답이 있다.
노태우 정부 때 투기를 잡은 것은 단속과 규제가 아닌, 200만 가구 건설이었다
. 주택을 자꾸 ‘정치재(財)’로 접근해 가래로도 못 막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집값 잡겠다고 ‘세금폭탄’을 투하했다가 역대 최고
폭등을 빚은 게 단적인 예다. 의도와 반대로 강남을 ‘가치주’로
만들었다.

새 정부도 ‘규제의 칼’을 꺼낼 태세다. 가계대출 총량제, 전&midd
ot;월세 상한제, 임대차 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이 거론된다. 대통령은
어제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1360조원의 가계부채 대책부터 강구하라고 지시
했다. 신축 아파트(30평대)가 강남 20억원, 강북 10억원을 넘어선 것도 언제 도
마에 오를지 모른다. 하지만 수급보다 규제를 앞세울 때 시장은 늘 거꾸로 반응
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자꾸 손대고 고치는 행동편향 탓에 수렁에 빠진 경우다. 정권이 바뀌니
또 바꾼다고 한다. 국·공립대 통합, 수능 절대평가, 논술 폐지, 특목고
·자사고 폐지, 중학교 일제고사 폐지 등이다. 정부 의도대로 공교육이
살고, 대학 서열이 사라질까. ‘학벌=출세’란 가치관 아래선 달라질
여지가 별로 없을 듯하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다면서 교육을 ‘평균의
함정’에 밀어넣는 건 모순이다. 불안한 학부모들은 사교육 군비경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남들 다 시킨다’는 말만큼 효과적인 공포마
케팅도 없다.

4류 소리를 듣는 정치는 어떤가. 이른바 ‘87 체제’의 30년간 대통
령 단임제는 수명을 다했으니 중임제든, 의원내각제든 권력구조부터 바꾸자고
한다. 개헌만 하면 정치가 일류가 될까. 제왕적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주
군, 가신’을 일상어로 쓴다. 통합과 소통을 내세우면서 ‘나는 선,
너는 악’이다. 법치를 말하는데 의사봉만 두드리면 법이 된다고 여긴다
. 의원직을 ‘이권 자격증’쯤으로 아는 이들도 없지 않다. 정치제도
가 아니라 정치문화가 4류다.

사실 제도만 놓고 보면 선진국 못지않다. 압축성장하듯 압축해서 베낀 결과다.
더 센 것도 많다. 그런 제도가 한국에만 오면 탱자가 된다. ‘의식과 관
행의 지체’에 원인이 있지 않나 싶다. 역사저술가 남경태는 “역사
에 지름길은 있어도 비약이나 생략은 없다”고 했다. 제도는 언제든 고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5년 안에 의식과 관행까지 다 바꾸겠다는 건 과
욕이다. 조급증은 성공의 최대 적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가 달라질 잠재력은 분명 있다. 그 가능성을 요즘 U-20(20세
이하) 월드컵 청소년 대표팀에서 발견한다. 치밀한 전략과 신바람 축구로 성적
이 좋은데 선배들과 달리 염색도, 외출도 자유롭다고 한다. 그들은 입을 모은다
. “자유는 곧 책임”이라고. 어른들 어깨를 때리는 죽비 같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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