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 속보창 보기
  • 검색 전체 종목 검색

뉴스속보

[한경에세이] 작지만 강한, 디테일의 힘
한국경제 | 2017-05-26 06:48:20
“신은 디테일에 있다.” 근대건축의 거장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
에가 성공비결에 대해 남긴 말로 유명하다. 특별함과 평범함을 가르는 힘은 사
소함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이 사소함의 힘이 2008년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던 일본 낫토 시장에 커다란 이변
을 불러일으켰다. 시장 후발주자로 뒤늦게 출시된 한 낫토 제품이 6개월 만에
일본 전 인구가 1.5개씩 먹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것이다. 해당 제
품을 내놓은 회사는 단숨에 시장 점유율 1위로 등극했다. 바로 미즈칸의 &lsqu
o;아랏벤리 포장 낫토’다.

일반적인 낫토 제품은 발효콩과 간장, 소스 등이 별도로 포장돼 있다. 번거로울
뿐 아니라 소스 비닐 포장을 뜯을 때 손에 묻고 옷에 튀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돼 어느 식품업체도 개선하려 하지 않았다. 미즈칸은
2년 연구 끝에 별도 포장이 필요 없는 젤리 형태의 소스를 선보였다. 포장을 뜯
어 소스를 비비고 먹을 준비를 마치는 데 10초면 충분하다고 알려지며 ‘
낫토는 먹기 불편하다’는 선입견을 뒤집었다. 사소한 것에 대한 통찰과
발상의 전환이 성공의 열쇠가 된 것이다.

디테일의 힘은 인간관계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사소한 위로 한마디가 인생을
바꾸고, 어떤 말 한마디가 절망의 계기가 된다. 필자는 각종 모임에서 건배사
를 제의받을 때가 많다. 처음엔 별다른 고민 없이 흔한 건배사를 외치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건배사는 단순히 술자리 흥을 돋우는 구호가 아니었다. 모
임에 참석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소통 수단이었다. 짧지만 의미 있는 건배
사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격려가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 자리에서
는 호감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는 모임이 있을 때마다 그 모임의 목적과 특성, 참석자 성향 등에
맞는 건배사를 준비한다. 필자의 사소한 노력으로 외쳐지는 건배사 한마디가 사
람들에게 작은 즐거움과 의미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라
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켈란젤로는 “완벽함은 결국 사소한 부분에서 나온다. 그러나 완벽함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혁신은 거창하거나 대단하지 않
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이런 디테일은 고객의 작은 소리에도 집중
하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5월은 새로운 대한민국이 시작된 달이다. 작지만 강한
디테일의 힘으로 활짝 열릴 무한한 가능성의 미래를 희망해본다.

임정배 < 대상 대표 limjungbae@daesang.com >


ⓒ 한국경제 & hankyung.
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시각 주요뉴스
  • 한줄 의견이 없습니다.

한마디 쓰기현재 0 / 최대 1000byte (한글 500자, 영문 1000자)

등록

※ 광고, 음란성 게시물등 운영원칙에 위배되는 의견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