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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직업교육이 최고의 청년복지다
한국경제 | 2017-05-27 00:08:13
대선 때 온갖 선심성 공약이 쏟아졌으나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할 고등직업
교육과 관련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회양극화 문제를 풀겠다는 대선 후
보들이었지만 정작 직업교육에 대해선 시큰둥한 모습이었다. 우리 사회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진 닫힌 사회로 치닫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금수저’ ‘흙수저’의 대물
림이 이어지며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이다.

직업교육은 저소득층 자녀들이 계층이동을 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다. 직업교
육 복지가 확대되면 집안형편이 어려운 흙수저들도 직업교육을 통해 계층상승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다.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공정한 경쟁을 해온 흙
수저들에게 반듯한 운동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다.

한국의 직업교육 복지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 국공립 고등직업교육기
관 비율은 2%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영국(0%)을 제외하
곤 가장 낮다. 영국은 국공립직업전문대가 한 곳도 없지만 사립전문대학들의 정
부 재정의존도가 50%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우리나라보다 직업교육 복
지가 잘 돼 있다. 한국의 고등직업교육기관은 전문대 137개 교(48만 명)와 한국
폴리텍대학(1만6000명) 등이다. 이 중 국공립 또는 공공직업교육기관은 전문대
7곳과 폴리텍대학 1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130곳이 사립전문대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고등직업교육기관을 정부에서 운영한다. OECD 국가 중 고등
직업교육기관의 국공립대학 비율을 보면 대부분 30%를 넘고 있다. 이 중 국공립
고등직업교육기관이 100%인 나라도 4곳이나 된다. 사립전문대의 비율이 높은
나라도 대부분 정부 재정에 의존하고 있어 학비부담이 적다. 한국도 이제 직업
교육 복지에 관심을 가질 때다. 그래야 집안이 어려워도 계층상승의 희망을 가
질 수 있는 사다리가 놓여 활기차고 살맛 나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전문대교육협의회나 기획재정부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고등직업교
육에 대한 개혁안을 보면 직업교육의 질적 향상이나 저소득계층을 위한 교육복
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다. 폴리텍대학의 2년제 산업학사 과정을 없애자는
주장이 특히 그렇다. 폴리텍대학은 학비가 저렴해 사립전문대나 4년제 대학을
갈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이 많이 진학한다. 이들이 취업률이 높은 폴리텍대학
을 졸업한 뒤 강소기업 등에 취업해 계층이동에 대한 꿈을 키운다. 2015년 취업
률(대학정보공시 기준)을 보면 폴리텍대학은 83.2%를 기록한 데 비해 전문대는
69.5%에 머물렀다.

폴리텍대학이 높은 성과를 유지하는 것은 질 높은 현장맞춤형 교육과 철저한 학
생관리 덕분이다. 여기에다 취업률이 낮거나 경쟁력이 뒤처지는 캠퍼스에 대해
선 가차없이 개혁의 칼을 들이댄다. 지난 10년간 취업률이 낮아 폐지된 캠퍼스
가 4개에 달하고 학생수도 2000명이나 줄어들었다. 이런 강도 높고 지속적인 구
조개혁이 높은 경쟁력으로 이어져 청년실업 및 사회양극화 해소에 기여해왔다.


반면 전문대학들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청년실업률 증가, 산업구조 재편
, 인구절벽 등 주변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도 불구하고 백화점식 학과운
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폴리텍대학의 산업
학사 과정을 없애라는 주장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꼴’에 다름
아니다. 오히려 성과가 나쁜 사립전문대를 선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거
나 폴리텍대학에 위탁경영을 하도록 하는 게 효율적인 국가 고등직업교육 관리
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윤기설 < 한국폴리텍대 아산캠퍼스 학장 upyks@kopo.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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