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 속보창 보기
  • 검색 전체 종목 검색

뉴스속보

정부 '곳간' 넉넉지 않고 인프라 부족… 인재 못 키우는 베트남의 고민
한국경제 | 2017-12-13 17:19:27
[ 박동휘 기자 ] 지난달 하노이에 문을 연 V-KIST(베트남-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의 금동화 원장은 베트남 과학계에서 세 번째로 월급을 많이 받는 과학자다.
한 달에 900달러(약 98만원)로 장관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베트남 정부로선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것이지만 ‘글로벌 물가’와 비교하면 턱없
이 낮다. 하노이 코참이 제공하는 현지 물가표에 따르면 외국인이 주로 거주하
는 142㎡ 면적의 아파트 월 임차료가 380만원에 달한다.

금 원장의 사례는 베트남 정부가 안고 있는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4차 산
업혁명 시대에 베트남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만 해도 풍부한 ‘곳간’을 무기
로 해외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지만 재원이 부족한 베트남은 엄두
도 못 내고 있다. 대학 등 고등교육의 질(質)이 글로벌 수준에 못 미친다는 점
도 고민거리다. 글로벌 1000위권 안에 포함된 베트남 대학이 한 곳도 없을 정도
다.


◆곳간 넉넉하지 않은 정부

베트남 정부는 2015년 월드뱅크와 공동으로 ‘베트남 2035 비전’을
발표했다. 1986년 ‘도이모이’로 불리는 경제개혁을 단행해 시장경
제에 합류한 지 30년을 맞아 새로운 30년을 준비하겠다는 선언문이었다. 당시
베트남 정부는 자국의 미래를 ‘현대화된 산업국가’로 그렸다. 6대
선결과제 중 국가 주도의 경제를 민간 주도로 바꾸는 것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

두 번째 핵심 조건은 ‘인재’에 관한 것이었다. 기술혁명과 혁신을
가져올 인적자원을 어떻게 양성하느냐가 베트남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란 의미
다.

2년이 지난 요즘, 베트남 정부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고급 인재를 키
워낼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가장 큰 난관은 ‘돈&
rsquo;이다. 하노이 시내 주요 대학을 ‘호락 하이테크 파크’라는
산학 협력단지로 이주시키겠다고 발표했지만 수년째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V-KIST만 해도 막상 출범하긴 했지만 ‘인재 풀(pool)’이 너무 작다
는 난관에 처했다.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대졸 초임 근로자의 월급이 820만동
(약 40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선 인재를 모으기 힘들기 때문이다. 송하중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재육성의 힘으로 산업화에 성공한 아시아 국가는 한
국과 중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열악한 고등교육 인프라

국내의 ‘고급 두뇌’들이 제조업을 기피한다는 점도 베트남이 겪고
있는 딜레마 중 하나다. 이영기 베트남 국민경제대 교수는 “베트남 청년
들 사이에선 좋은 대학을 나와 부동산 기업에 가거나 고급 카페를 차리는 이들
이 선망의 대상”이라며 “양질의 일자리가 드물다 보니 발생하는 현
상”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주요 그룹은 대부분 국영 기업이거나 부동산 관련 업체들이다. 베트남
부동산 컨설팅업체의 대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건 베트남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 외국인 투자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산
업 고도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시장만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다
보니 인재들이 억대 연봉까지도 제시하는 부동산 쪽으로만 몰리는 건 당연한 일
”이라고 지적했다. 하노이의 대표적인 한인타운으로 꼽히는 쭝화 지역만
해도 땅값이 10년 새 100배가량 올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정도다.

베트남 대학들이 글로벌 수준에 맞는 교육 인프라를 못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인
재육성에 걸림돌이다. 서울대 격인 베트남국가대(VNU)의 세계 랭킹(CSIC 기준)
은 1507위다.

베트남 1위 대학으로 분류된 하노이과학기술대(1101위)조차 1000등 안에도 못
들어간다. 태국, 인도네시아만 해도 1000위권 대학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베트
남 정부도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준비 중이지만 대학에 제대로 된 교재조차 없는
터라 대부분 탁상공론에 그치고 있다. 교육분야 공적개발원조(ODA) 프로젝트
전문가인 김봉철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한국과 베트남 간 관계가 더욱 발
전하려면 국내 기업과 대학이 인재양성 쪽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노이=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
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시각 주요뉴스
  • 한줄 의견이 없습니다.

한마디 쓰기현재 0 / 최대 1000byte (한글 500자, 영문 1000자)

등록

※ 광고, 음란성 게시물등 운영원칙에 위배되는 의견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