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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형 독감' 이례적 동시 유행… 예방접종도 안 먹힌다
한국경제 | 2018-01-18 07:31:36
[ 이지현 기자 ]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3월 미국 시카고에서 발생한
독감(인플루엔자)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2년간 5000만 명이 사망했다. 전자현
미경 덕분에 독감 바이러스를 분석할 수 있게 돼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됐
다. 공중위생 수준이 높아지면서 독감 사망률은 크게 낮아졌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위험도 크게 줄었다. ‘스페인 독감’이 발생한 지 100년이
지났지만 독감은 여전히 정복되지 않은 질환이다. 매년 겨울철에 유행하며 인
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는 유행 바이러스와 백신 바이러스가 다른 미스
매치(불일치) 현상이 발생하면서 ‘백신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감과 백신접종 효과 등에 관한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봄철 독감 B형이 A형과 함께 유행

강추위 탓에 독감 환자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둘째주(12월3~9일) 독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19명이었으나 1월
첫째주(12월31~1월6일)에는 72.1명으로 한 달 새 3배 넘게 급증했다.

올해 독감 유행 양상은 예년과 다르다. 독감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으로 나
뉜다. 흔히 겨울에 A형 독감이, 봄에 B형이 유행한다. 올겨울에는 이례적으로
A형과 B형이 동시 유행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ld
quo;예년에는 12~1월에 A형 독감, 3~4월에 B형 독감이 유행했다”며 &ldq
uo;이번 겨울엔 독감 환자 50% 이상이 B형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
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남반구에서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를 분석해 북반구
에서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측, 발표한다. 올해는 A형/H3N2·H1N1과 B형
빅토리아가 유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필수 예방접종인 3가 백신에 이들 바이러
스를 막는 항원을 넣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B형 야마가타가 유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나와 있는 3가 독감백신으로는 야마가타 바이러스를 예방
할 수 없다”며 “백신을 맞고도 독감에 걸린 환자들이 많다”
고 했다.

백신 예방률 30%로 낮아져

건강한 사람의 독감 백신 예방률은 70% 정도다. 열 명 중 세 명은 백신을 맞아
도 독감에 걸린다. 유행 바이러스와 백신 항원이 다르면 예방률은 더욱 낮아진
다. 독감은 변이를 거듭하는 바이러스다. 올해 유행하는 H3N2는 변신을 잘해 아
형이 많은 바이러스로 꼽힌다. 백신에 H3N2 항원이 들어 있다 해도 다른 아형이
유행하면 예방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
과 교수는 “H3N2 변이 여부 등은 아직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ld
quo;미국은 올초 독감 백신 예방률이 30%로 낮다고 하는데 한국도 사정은 마찬
가지”라고 했다.

남반구인 호주에서는 지난해 9월 백신 예방률이 10%에 불과하다는 발표가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정란을 통한 백신 배양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
를 일으켜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
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접종해야 한다&
rdquo;고 했다. 임정우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
번 독감은 3~4월까지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
은 사람은 백신을 맞는 게 좋다”고 했다. 이미 3가 백신을 맞았다면 4가
백신을 추가로 맞을 필요는 없다. 백신 간섭효과로 효능이 떨어질 수 있는 데
다 B형 바이러스는 20% 정도 교차면역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백신효과 연구지원 등 절실

백신 접종 후에도 기침 예절을 지키고 손을 씻는 등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 독
감에 걸렸다면 서둘러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독감으로 합병증이 생기
는 것을 막고 추가 전파도 줄일 수 있다.

정부가 독감백신 접종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백신 효과 등에 관한 연구 지
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는 독감 백신 효과가
100~120일 정도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방기간이 짧다면 국내에서
10월부터 시행하는 백신접종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독감 백
신 효과, 독감 사망자 통계 등의 연구 지원이 국가 차원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
고 있다. 이 교수는 “매년 독감 환자가 몰리는 시기에 부족한 의료 자원
문제도 어떻게 해결할지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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