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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침대, "정부의 방사능 물질 관리 부실이 부른 인재(人災)"
한국경제 | 2018-05-17 17:12:29
‘방사능 침대’ 사태가 해당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방사능 물질 관리 부실이 부른 인재(人災)란 목
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rsquo
;(이하 사회적 참사 특조위)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라
돈 방사성 침대 관련 현안 점검회의’를 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소비자원 등 정부와 관련 기관 관계자, 교수
들이 참석했다. 라돈 침대가 특조위의 직접 소관 업무는 아니다. 그러나 특조위
가 안전 사회 건설과 관련된 제도 개선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이번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직 시료도 못 구했다는 원안위

대진침대 피해 소비자들도 참석한 이날 점검회의에선 울음과 분노, 절망이 터져
나왔다. 라돈 등 방사능 물질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원안위 는 무책임한 발언
으로 빈축을 샀다. 원안위 관계자는 “라돈 등은 주로 공기질로 관리해왔
고 제품에 사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 급
하게 해당 침대 제품의 커버를 구해 검사를 실시하다보니 검사결과를 번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지난 10일 1차 조사 결과, 해당 제품의 방사선 피폭선량이 법에서 정
한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15일 2차 조사 발표에선 매트리스의 구성
품인 ‘스펀지’를 추가하니 매트리스의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의
최고 9.3배에 달한다고 결과를 뒤집었다. 이 관계자는 “아직 7개 매트리
스 모델은 시료를 못 구했다”며 “1만8000개에 달하는 대상 매트리
스에 대해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고 있으며 향후 업체의 대응계획을 받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황당함과 분노를 표출했다. 네이버에서 피해자 모임 카페를 운영하
는 한 방청객은 “1200여명이 피해자 카페에 모여있다”며 “생
산연도가 다양한 여러 매트리스 제품이 다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의
간호사 출신으로 2013년 혼수품으로 대진침대의 매트리스를 구입했다는 배 모
씨는 “원안위와 환경부에 전화를 걸면 라돈과 토륨 등 방사능 물질별로
서로 소관 기관이 상대방이라고 떠넘기는 데 어디에 물어야 할지 답답하다&rd
quo;며 “6개월 된 아이와 침대에서 먹고 놀고 잤다”고 하소연했다
. 또 다른 피해자 이모씨도 “2010년 딸 혼수로 제품을 구매했는데 딸이
남편따라 미국으로 가면서 침대도 가지고 갔다”며 “해외 있는 제품
도 수거해달라”고 말했다.

대진침대 구매자들은 빠른 회수와 방사능 수치 검사를 요구했다. 침대는 부피
가 커서 따로 분리하기가 힘든데다 집 밖으로 내놓으려고 해도 관리실이나 이웃
주민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반면 대진침대의 제품 회수 일정은 기약할 수 없
는 상황이다.

◆11년 전에도 불거진 문제 ‘방치’

대진침대에 사용된 모나자이트 등 자연방사능 방출 특성이 있는 희토류 광물질
에 대한 우려는 이미 10년 전에도 있었다. 모나자이트는 2007년 시중에서 판매
된 한 회사의 이른바 ‘건강 침대’에 사용됐다. 여기서 방사능 유출
문제가 터졌다. 당시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매일 6시간 이
상 해당 제품을 사용하면 연간 방사능 피폭선량이 일반인 허용 기준치인 1밀리
시버트(mSv)보다 최대 9% 이상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같은 해
생활·소비재 제품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온열 매트, 음이온 건강
팔찌 등 일부 제품에서 방사성 토륨이 검출됐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의 방사능 검출량을 규제하는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생활방사선법)’이 2012년부터 시행됐지만 원자력안전
위원회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모나자이트 등 방사성핵종이 포함된 원
료물질이나 공정부산물의 종류, 수량, 유통 경로 등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
았다. 최근에야 “유통된 모나자이트를 원료로 쓴 다른 제품에 대해 조사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활방사성 물질 안전 관리에 구멍 난 셈이다.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각종 음이온 제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안종주 특
조위 위원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이번 라돈 침대 사태는 매우 유사하
다”며 “우리가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이지만, 큰 사태로 번졌다&r
dquo;고 말했다. 그는 “직원수 30여명을 둔 중소기업인 대진침대가 대응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정부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보상·역학조사 등 해결 과제 ‘산적’

이날 생활용품을 통해 이같은 대량 인원이 방사능에 피폭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피해자들은 방사능 물질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냈다.

집단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도 1600명을 넘어섰다. 대진침대를 사용한 후 질병
을 얻거나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소비자들이다. 한국소비자원은 해당 사안
과 관련해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16일까지 대진침대와 관련해 접수된 소비자 상담문의는 990건이다. 이
중 집단분쟁조정 신청 참여 의사를 밝힌 건수는 60건이다.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현재로서 라돈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장기적으로 폐암이 가장 유력하다”며 &ldq
uo;아직 밝혀지지 않은 질환에 대해선 범정부 차원에서 다시 논의하고 향후 장
기 추적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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