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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부모-자녀" 격리 결국 철회..들끓는 비판 여론에 무릎
뉴스핌 | 2018-06-21 05:49:05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밀입국하다 적발된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하는 정책을 철회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20일(현지시간) 서명했다. 이같은 '무관용 정책'이 가족을 생이별시키는 반인권적 행위라는 미국 안팎의 여론이 들고 여당인 공화당마저 반기를 들자 결국 백기를 든 셈이다.

부모-자녀 격리 정책을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하면서 기자들에게 "이 법안은 (밀입국자) 가족들을 함께 있게 하는 조치인 동시에, 우리의 국경을 매우 강력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밀입국자 부모와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기존 방침을 철회하고 재판절차를 마칠 때까지 이들을 함께 수용토록하는 내용을 골자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부모-자녀 격리 정책 철회를 예고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열린 공화당 의원들과의 회동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시사했고 기자들에게도 이날 오후에 행정명령에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밀입국자와 동행한 미성년 자녀를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격리 수용하는 무관용 정책은 지난달 초 시행된 지 한 달 여만에 철회됐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밀입국한 모든 성인을 기소하고 이들과 함께 온 자녀들은 부모와 격리수용하라고 지침을 내린 이후 지난 6주간 2400여명의 미성년 자녀들이 사막 텐트 캠프 또는 폐기된 월마트 매장 등에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 번복은 '전격적이고 이례적'이다. 트럼프는 전날까지만해도 '무관용 정책'을 고수했다. 그는 미국자영업연맹(NFIB) 75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나는 부모로부터 아이를 격리하고 싶지 않지만, 불법 입국하는 부모를 기소하려면 아이를 격리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야당인 민주당이 이민 개혁법안에 협조하지 않아 이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며 '남탓'으로 일관했다.

이를 두고 '부모와 자녀 격리 정책은 비인간적이고 잔인하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당초 시민단체와 이민자 관련단체들이 주도했던 집회는 워싱턴 DC와 뉴욕 등 대도시는 물론 미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해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프란치스코 교황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포퓰리즘은 세계 이민 문제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라면서 "나는 (트럼프 정책에 반대한)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와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불법 이민자 부모와 아동을 격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자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이날 "유치장에 갇혀 있는 아이들의 사진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가족들이 겪고 있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특히 여당인 공화당마저 반기를 든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고집을 꺽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부모-자녀 격리 수용 정책이 공개되고 관련 보도가 나온 뒤 하루가 다르게 여론이 악화되자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의원들도 속속 비판대열에 가담했다.

급기야 공화당 원내 사령탑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격리 정책을 무력화하는 이민법을 21일 표결한다고 밝혔다. 그는“이 법안이 실행되면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 기소될 때 가족들은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미 국토안보부(DHS)의 유치장에 함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회군을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무관용 정책을 밀고 나갈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 패배를 자초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무관용 불법 이민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이며 지지자들을 결집하면 중간선거에서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셈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인륜적 행정조치에 보수층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하자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더구나 '미국 경제 호전과 일자리 창출', '북한 비핵화 협상' 등 자신이 전면에 내세우고 싶은 다른 정책 이슈마저 부모-자녀 격리 정책 논란에 파묻힐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저녁 미네소타주에서 열리는 '미국 일자리 지키기' 등을 주제로 대규모 지지자 집회 참석에 앞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부모-자녀 격리 정책은 철회됐지만 보수층의 표심을 고려해 밀입국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은 계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난 공화당 의원들에게도 "우리는 여전히 계속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우리가 원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 범죄로 들끓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ckim1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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