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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의 전설 바이런 빈 인터뷰 "트럼프, 정말 시장 놀래킬 수 있다"
한국경제 | 2018-07-02 09:12:32
월스트리트에서 ‘레전드’ ‘족집게’로 통하는 바이런
빈 블랙스톤 부회장을 인터뷰했습니다. 1965년 애널리스트로 월스트리트에 입문
했으니, 무려 50년이 넘게 투자 업무를 해온 사람입니다.

1986년 모건스탠리 수석투자전략가(미국)을 지낼 때부터 매년 초 ‘10 서
프라이즈‘(올해 10가지 투자자들을 놀라게할 일)’ 라는 연간 투자
전망을 발표해왔는데, 매년 초 모든 월스트리트의 모든 투자자들이 반드시 읽
어야할 투자 지침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올해 초 내놓았던 33번째 ’10 서
프라이즈‘에서도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 유가 80달러 돌파 △증시
10% 조정 △달러 강세 △미 중앙은행(Fed)의 4차례 기준금리 인상‘ 등을
예상했었는데, 대부분이 다 맞아떨어졌죠.

인터뷰가 7월2일자 한국경제신문에 나갔지만, 지면 사정으로 잘린 내용이 많습
니다. 투자하는 데 읽어보면 좋을 듯해서 빈 회장이 말한 ‘하반기 투자
전망’ 전문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에 그대로 싣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에 합의했는데, 유가는 급등했습니다. 더 오를
것으로 보십니까.

“올해 초 WTI 기준 배럴당 80달러를 예상했었습니다. 근처까지 갔다가 약
간 내려왔지만 지금도 같은 견해입니다. 유가는 더 오를 겁니다. 베네수엘라 이
란 등에서 공급이 줄고 있고 미국 셰일오일은 환경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세계
공급량은 예상보다 늘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요는 예상보다 견조
합니다. 향후 2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최근 증산을 추진해 합의가 됐지 않습니까.

“사실 왜 그 나라들이 증산을 추진했는 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사우디
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상장을 추진중입니다. 유가가 80달러 이상으로 더 높아
지면 좋지요. 셰일오일 증산을 우려한 것이란 분석이 있지만, 모든 산유국은 돈
이 더 필요합니다. 재정을 유지하려면 유가가 높을수록 좋습니다.”

▶Fed가 지난 13일 올해중 금리를 추가로 두 번 더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예상
이 맞았습니다.

“지난 1월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네 번 올릴 것이라고 했을 때 많은 이
들이 미쳤다고 했었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예상했던 경로대로 가고 있습니다.
저는 극단을 예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달러 강세를 유발해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높은 금리는 달러를 끌어올리지요. 신흥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지만, 그러면 미국이 좀 더 많은 신흥국 상품을 살 수 있게 됩니다. 괜찮을
겁니다. 저는 지금도 자산의 10%를 이머징마켓에 투자합니다.

신흥국은 이렇게 보면 될 겁니다.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에서 중산층이 가장 많
이 증가하고 있습니까. 중국과 인도입니다. 어디에서 감소하죠? 미국과 유럽입
니다. 중국과 인도는 아직 기회가 많습니다. 제가 젊다면 부가 새로 형성되는
아시아로 갈 겁니다. 세계 경제는 점점 더 동조화되고 있습니다. 2021년 전에는
세계 경기 침체는 없을 것이다.”

▶미국 경기가 10년째 확장 국면입니다. 언제쯤 침체가 시작될까요.

“많은 이들이 2019년, 2020년을 얘기하지만, 저는 2021년에 시작된다고
봅니다. 우선 침체를 1~2년 전 예고하는 징후들이 아직 없습니다. 장단기 금리
가 역전되려면 2년 정도 있어야할 겁니다. Fed가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그렇게
공격적이지는 않죠. 인플레이션은 올라가고 있지만, 뛰고 있진 않습니다. 통상
침체가 오려면 실업률이 조금씩 올라가지만, 지금 계속 내려가고 있습니다. 과
잉 재고가 없구요. 이 때문에 다음 침체는 좀 더 느리게 올 것이다.

그렇게 보는 또 하나의 배경이 있는데, 금리가 지금도 여전히 낮고 미국 행정부
의 재정 적자가 막대하다는 겁니다. 통상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이 두 가지 정
책 수단이 제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책 결정자들이 어떻게든 최대한
침체를 늦출 것으로 봅니다. ”

▶달러는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나? 트럼프 대통령은 약달러를 원하는데요.

“미국이 성장하고 금리가 높아지면 당연히 강달러가 뒤따릅니다. 미국 대
통령 지지율과 달러는 매우 강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 지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오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많은 이들이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는 세금
과 규제를 낮추겠다고 했고 그 공약을 실천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미
국은 연 2%대 성장을 했는데, 이제 연 3%대로 가고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됐다면 세금과 규제를 늘렸겠지요.”

▶미국 증시는 어떻습니까. 지금도 연말께 더 오른다고 보십니까.

“뉴욕 증시는 2009년 3월 이후에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들어 1
0% 조정을 겪었고 올 여름께 추가로 10% 조정을 받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그
건 조정이지, 약세장으로 바뀌는 게 아닙니다. 여전이 연말께 S&P500 기준 300
0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믿습니다.

시장은 다음 침체가 다가오기 전까지는 계속 상승할 겁니다. 침체 신호가 나오
기 1년 전, 2020년 정도에 장세가 바뀔 것으로 봅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 증시에 뭔가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떤 위험인가요.

“지난 1월 초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정장이
올 거라고 예상했지요. 모두가 긍정적이라면 문제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난
2월4일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인플레이션 우려가 갑자기 불거졌고 10% 조정이
뒤따랐습니다.

이번 위험은 지정학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봅니다. 미국은 중국과 유럽, 캐나다
등과 무역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극한까지 몰아붙였다
가 조금 물러서왔습니다. 시장은 지금도 그럴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그래서 계
속 상승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을 정말 놀라게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통상전쟁이 심화되면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지정학적 요인은 세계 경기뿐 아니라 미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
니다. 갈등이 고조돼 세계 경기가 영향을 받는다면 미국 경기도 예상보다 빨리
침체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S&P500 기업 매출의 40%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합
니다.“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기술주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거품이라고 보시는지요
.

“사실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알파벳 넷플릭스 등
10개 주식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수익
증가율을 보십시오. 일반 기업이 시장 예상을 상회할 때는 주당순이익(EPS)가
통상 1~2센트 더 나오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기술주들은 한계가 없는 것 같습니
다.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 능력이 있으며, 매분기마다 시장을 놀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 기술에서도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예언하셨는데요.

“중국은 정말 좋은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고 그들이 창의적일 수 있다는
걸 역사적으로 증명해왔습니다. 기술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것도 당연합니다.
미국보다 네 배가 많은 13억명 인구가 있구요. 교육 시스템이 좋은데다 인재들
이 미국과 유럽에서 배운 뒤 돌아갑니다.

중국 정부는 기술 발전을 지원하지만, 미국은 점점 더 줄이고 있죠. 내년이면
연구개발(R&D) 투자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서게 됩니다. 지금의 경로로 보면 추
월하는 건 분명합니다.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자급자족
등 목표를 이뤄낼 것이구요. 건국 100주년인 2049년 경제 군사 정치 기술 등에
서 모두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봅니다. ”

▶중국이 막대한 부채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중국이 뛰어난 점은 장기적으로 본다는 겁니다. 중국은 연 6% 정도 성장
하고 있습니다. 사실 7% 성장할 수 있겠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이 속도를 줄이면
서 누적된 부실채권 문제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2년 전 모두가 중국 경제의 하드랜딩을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
런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내부에서 정치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중국에서 정치적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도 낮습니다. 매년 네 차례 중국
을 가서, 많은 중국인 리더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투표권이 무슨 문제냐
. 미국인들은 투표권을 줘도 반 밖에 하지 않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중국인들이 원하는 건 ‘더 잘 사는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크게
발전해왔고, 발전하는 한 중국인들이 현 체제를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부모 세
대보다 다음 세대가 더 잘 살 수 있다는 데 아직 많은 중국인이 동의합니다. 오
히려 미국 등 선진국은 그렇지 않지요.”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좋은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별 게 없었죠. 올 초 트럼프 대통
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리틀로켓맨’이라고 불렀고, 김정
은은 트럼프를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받아쳤습니다. 하지만 지난
회담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을 여러 번 칭찬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전쟁 가능성은
낮아진 것 아니겠습니까.

월스트리트 컨센서스는 ‘싱가포르에서 최소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에 대해선 계속 지켜보자’는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한국 증시는 재평가될 수 있을까요.

“한국은 제조업에 뛰어나고 최고의 전자회사를 갖고 있습니다. 신흥국의
모범사례지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한국은 정말 큰 수혜자가 될 것이
라고 봅니다. 노령화, 인구 감소가 문제라지만, 저는 한국도 그렇고 일본 경제
에 대해서도 긍정적입니다.

한국은 매우 실행력이 좋은 나라입니다. 세계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있고, 한국
의 위치는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역사를 보면 미국인들은 자신의 경제 사정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경제적 능력을 증명했습니다. 3%대 성장하고 있고, 실업률은 40년래
최저 수준입니다.”

▶인공지능(AI)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솔직히 걱정됩니다. 기술이 이제 화이트칼러 계층에 침범하고 있습니다
. AI가 금융사와 로펌 병원 등 어떤 직업도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정말 많은
이들이 실업 상태에 놓여도 놀랄 일이 아니지요. 과거 로봇에 의해 직업을 잃었
던 제조업 근로자들은 새로운 잡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
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젊은 이들은 어떻게 대비해야할까요?

“전 언제나 창의성을 키우는 게 기술(스킬)을 익히는 것 더 중요하다고
믿어왔습니다. 기술은 자동화될 수 있습니다.

처음 월스트리트에 왔을 때 저보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나는 애널
리스트로서 기존의 관행(루틴)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10 서프라이즈
’를 만든 것도 그래섭니다. 이 자리까지 온 것도 좀 더 창의적이었기 때
문이고 생각합니다.”

▶매년 ‘10 서프라이즈’를 만드는 게 보통 일이 아닐텐데요. 어떻
게 판단을 내리십니까.

“보통 그 전 해 10월쯤 준비를 시작합니다. 직관에 의한 추정을 세우고
그 가설이 맞을 지 증명하기위해 계속 연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험을
감수해야지요. 저도 항상 4분의 1 이상 틀립니다. 4분의 3이 맞다면 정말 잘하
는 것이고, 3분의 2가 맞다면 괜찮은 겁니다. 3분의 2~4분의 3 사이가 맞다면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는 건 예언이 아닙니다. 투자자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겁니다. 나는
그런 걸 잘 한다고 생각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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