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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얇고, 작게… 車 전장화에 불붙은 반도체 패키징 '경박단소' 경쟁
한국경제 | 2018-08-10 17:47:56
[ 고재연 기자 ]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화두는 ‘경박단소(輕薄短小)&rs
quo;다. 스마트폰의 고사양화로 내부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양은 늘어나는 데 비
해 스마트폰 크기는 점차 작아지고 있어서다. 공정 미세화 등 전(前)공정에서
반도체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에 부딪힌 반도체업계는 후(後)공정으로 눈을 돌
리기 시작했다. 전공정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보호하는 물질을 씌우고 입출력 단
자를 연결하는 패키징 과정에서 제품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최근에
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장(電場)용 반도체 수가 늘어나면서 관련 수요가 급속
도로 늘고 있다.

○‘팬아웃 기술’로 기회 잡아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패키징 업체 네패스는 글로벌 최대 전장용
반도체 회사 N사의 고주파 레이더 센서를 패키징하고 있다. 네패스가 패키징한
제품은 최종적으로 벤츠, BMW 등 독일 자동차 회사에 납품될 예정이다. 레이더
센서는 운전자 대신 앞에 지나가는 사물을 인식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되
도록 하는 등 자율주행을 위해 필수적인 부품이다.


네패스가 글로벌 전장 부품을 도맡아 패키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이 회사
가 주력으로 하는 팬아웃(fan out) WLP(웨이퍼레벨패키지), 팬아웃 PLP(패널레
벨패키지) 기술 덕분이다. 팬아웃 기술은 입출력 단자 배선만 옆으로 빼 입출력
단자 수를 늘리는 기술이다. 제품 전체 크기를 늘리지 않고도 입출력 단자를
촘촘히 배치할 수 있어 고성능 칩의 크기와 두께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 패
키징 기술과 비교하면 두께를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 애플도 파운드리(반
도체 수탁 제조) 세계 1위 기업인 대만 TSMC의 팬아웃 기술 덕분에 아이폰 두께
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패키징업계의 90%는 팬아웃 방식이 아니라 전통적 패
키징 방식을 고수했다. 팬아웃 방식의 기술적 장벽이 높아서다. 그러던 중 네패
스에 기회가 왔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주력하면서 77기가
헤르츠급(㎓) 고주파 레이더 센서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250m 멀리 떨어진 물체도 식별할 수 있는 77㎓ 고주파 레이더 센서를 패키징하
려면 팬아웃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더 멀리 있는
물체에 대한 윤곽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만큼 신호량도 많아져
더 많은 신호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팬아웃 방식은 더 많은 입출력
단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성능이 좋고, 입출력 단자와 반도체를 연결하는 구리
선 거리가 짧아 동작 속도도 빠르다. 네패스가 고객사의 77㎓ 고주파 레이더 센
서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패키징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네패스 관계자는 “고사양 레이더 센서가 점차 대중화하면서 네패스가 내
년도에 요구받은 패키징 물량은 올해와 비교해 2배가량 늘어났다”며 &ld
quo;내년도 레이더 센서 패키징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로 도약할 전망&rd
quo;이라고 말했다.

○“‘미투’ 사업은 하지 마라”

국내 중소기업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배경에는 이병구
네패스 회장의 경영 철학이 큰 영향을 미쳤다. 금성전자(LG전자 전신) 반도체
사업부 출신으로 1991년 회사를 창업한 이 회장이 신사업을 시작할 때 늘 하는
질문이 있다. “이 사업이 현재 우리나라에 없는 기술이냐”는 것이
다. 국내에서 이미 잘하는 기술에 대한 ‘미투(me too)’ 전략은 펴
지 말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대신 ‘국산화’가 필요한 사업은 가리지 않고 도전했다. 올해 미국
반도체 설계 회사 제너럴비전(GV)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뉴로모픽 칩(NM500)’을 개발했다. 뉴로모픽 칩은 AI를 하드웨어
로 구현한 제품이다. CPU, GPU,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필요한 기존의 AI 기능과
달리 오프라인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어 안전하고 해킹당할 위험이 낮다. 네트
워크가 끊겼을 때도 상황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 국방 등 다양한 분야
에서 활용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와 함께 배터리 단자 기술을 국산화
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김태훈 네패스 사장은 “팬아웃 WLP, PLP 기술을 도입하고,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는 소재 및 기술 내재화로 국가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회사의 철
학이 바탕이 됐다”며 “이런 시도들이 스마트폰 소형화, 자동차 전
장화 등의 시대 흐름과 맞물려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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