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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경제 대응책, 난민 국외 도피만 "가속화"
뉴스핌 | 2018-08-21 10:39:00

[서울=뉴스핌] 김세원 인턴기자 = 베네수엘라 초유의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내놓은 대응책이 자국민의 국외 도피를 부추기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7일 베네수엘라의 자국 통화인 볼리바르화를 96% 평가절하하고, 볼리바르화의 가치를 정부 주도로 발행한 암호화폐 '페트로'와 연동하는 방안을 발표해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목공 일을 하는 호세 나르바에스(43)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올 한해가 끝나기 전 베네수엘라를 떠나 카리브해 아루바로 이주할 계획을 세웠으나, 마두로 대통령의 개혁안이 발표된 후로는 한시라도 빨리 베네수엘라를 떠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2일 출국하는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다"며 "그 남자(마두로 대통령)의 정책에는 논리가 없기 때문에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은 제재를 통해 베네수엘라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워싱턴 주도의 "경제 전쟁"의 희생자일 뿐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가상화폐 페트로가 달러의 "독재"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경제 부흥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베네수엘라 국민은 마두로 대통령이 단행한 조치들이 자국을 무정부 상태로 몰아갈 것이라고 두려움에 떨며, 국외 도피 행렬 동참 의사를 밝혔다.

베네수엘라에서 초유의 인플레이션 사태가 발생해 16일(현지시간) 기준 미달러로 2.22달러짜리 2.4kg 닭을 한 마리 사는데 1460만볼리바르가 들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였던 베네수엘라에서는 최근 빈곤을 비롯한 경제적 위기로 수십만 명이 해외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말까지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이 100만%에 이를 수 있다는 잿빛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베네수엘라에서는 영양실조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몇 달러 밖에 안되는 월 최저 임금으로는 치킨과 같은 간단한 음식조차 구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가족과 자녀들이라도 배를 채울 수 있도록 식사를 거르는 부모의 모습은 베네수엘라에서 더이상 보기 어려운 광경이 아니다.

유엔(UN)에 따르면 현재 약 230만명의 베네수엘라인이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 중 160만명은 지난 2년 반 동안에만 베네수엘라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남미 근대 역사상 가장 큰 인구 이동으로 과거 전쟁으로 피폐했던 콜롬비아와 남유럽, 중동 국가들로부터 이민자들을 받아들였던 20세기 베네수엘라의 모습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여러 중남미 국가는 독재와 국내 갈등을 피해 베네수엘라로 떠난 난민들을 수용했던 과거 베네수엘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초기에는 베네수엘라 난민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베네수엘라에서 해외로 도피하는 인구가 급증하자 중남미에서 기술 숙련도가 낮은 일자리 경쟁률이 치열해질 뿐 아니라 범죄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의 거리 귀퉁이에서 구걸하는 베네수엘라인의 모습은 점점 흔하게 발견되고 있으며, 얼마 전 브라질 호라이마주(州) 파카라이마에서는 거주민과 난민 간의 충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에콰도르와 페루는 베네수엘라인 입국을 엄격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카를루스 마룬 브라질 정무장관도 정부가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호라이마주 파카라이마의 국경 폐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브라질이 체결한 국제 협약이 국경 폐쇄 조처를 단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호라이마주 정부는 이전에도 베네수엘라 난민 수용에 난색을 표하며 연방 정부에 국경 폐쇄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브라질 연방 정부는 인도주의적인 이유로 주 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saewkim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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