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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인류의 새로운 표준, 포노 사피엔스
파이낸셜뉴스 | 2018-09-17 19:23:05
2015년 영국의 유명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표지 특집기사를 내면서 새로운 인류를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라고 불렀다. 스마트폰이 탄생한 지 10년 만에 이제 인류의 표준은 '포노 사피엔스'로 바뀌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뉴욕대학의 스콧 갤로웨이 교수는 'The Four(4개의 기업)'라는 책을 통해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이 인류의 표준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설명했다. 책에 기술된 내용은 명료하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탄생시키고 인류가 이를 스스로 선택해 사용하게 만들었으며, 구글은 검색기능과 유튜브를 통해 인류의 뇌활동을 확장시켰다. 페이스북은 온라인 관계망을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아마존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제공한다는 새로운 소비문명을 창조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인류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것이 시장의 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본질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혼란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구세대와 신세대 간에 문명을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니 대립각이 깊을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가 문명의 틀을 세우고 청년세대를 키우던 지난 50년의 질서가 통째로 흔들리는 지금의 변화는 쉽게 감당하기 어렵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을 줄이고 일자리를 파괴하는 디지털 소비를 우리는 규제해야 할까, 아니면 더 키워야 할까? 기존 지상파방송을 위협하는 유튜브 개인방송의 확산은 규제의 대상일까 아니면 시대의 흐름일까? 스마트폰을 기본으로 하는 금융서비스 핀테크는 기존 금융의 파괴자일까 아니면 새로운 금융의 표준일까? 기성세대에게는 (보수이든 진보이든)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이 분명하다. 기존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모든 것은 해악이고 규제의 대상이다. 그러나 포노 사피엔스의 관점에서 보면 기성세대의 이러한 결정은 독선이고 아집일 뿐이다. 이미 새로운 인류는 엄청난 속도로 디지털 문명을 창조하고 있으며 문명의 표준은 급속히 이동 중이다.

어느 쪽도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갈등 상황에서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려면 명백한 기준이 필요하다. 디지털 문명이 과연 우리 문명의 표준이 되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데이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모바일뱅킹 이용 현황은 20대 74%, 30대 72%, 40대 61%, 50대 34% 그리고 60대 이상은 5.5%다. 전체 이용률은 46%, 아직 절반 이하다. 대한민국 문명의 기준을 정하는 입법, 사법, 행정의 수장들과 거의 모든 기업과 기관의 고위 관료들은 디지털 문명이 불편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아직 바뀌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데이터는 명백하다. 2028년, 앞으로 10년 후면 50대도 디지털 뱅킹을 80% 이상 사용하는 시대가 된다. 그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기억하자. 인류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진화에 절대 역변은 없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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