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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라멘기행] 토야마의 "4색 라멘" 
프라임경제 | 2018-11-14 18:15:07

[프라임경제] 중부지방 일본해(동해)를 낀 호쿠리쿠(北陸)에 위치한 토야마(富山)현에는 '컬러 푸드(Color Food)'가 있다. 컬러 푸드는 2013년 지역을 대표하는 20가지 음식을 선정해 색상별로 나눠놓은 것이다. 청색 티(Tea)나 블랙 카레 등 식욕이 일 것 같지 않은 품목도 있지만, 음식과 색깔을 짝지어 홍보하는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그 중에 컬러 라멘 5가지가 있다.

토야마는 일찍이 블랙(일본어 '부락쿠')라멘의 고장으로 알려져 왔다. 블랙 라멘은 1955년경 토야마시의 전후 복구사업에 종사한 젊은 노동자들이 먹던 점심 메뉴에서 유래한다. 진한 쇼유 스프에 굵은 면을 사용하고, 챠슈·멘마·파 등 고명 위로 검정 깨소금이 뿌려진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땀을 많이 흘리는 이들에게 염분과 영양을 제공하기 위한 일종의 약선 요리였던 셈이다. 맛의 핵심이 되는 간장은 지역 비전의 어장(생선 간장)을 끓여 사용한다. 블랙이란 관형어는 스프의 색깔이 검고 진해 자연스럽게 붙게 됐다. 이 라멘은 타이키(大喜)라는 라멘 집이 야타이(포장마차) 시절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야마 블랙'의 원조로 불리는 타이키는 현재 토야마 시내 4곳에 직영점을 두고 있다.

블랙 라멘이 전국 지명도를 갖기 시작하는 건 2007년 후지TV에서 방영한 전국라멘 그랑프리에 소개되면서부터다. 2009년에는 이미즈(射水)시의 노포 멘야이로하(家いろは)가 '토쿄 라멘쇼'에 출전해 매출 1위를 기록한다. 이 점포는 2014년까지 6번의 대회 중 5회를 석권하며 블랙 라면의 존재를 확실히 알린다. 라멘의 지명도가 오르자 식품회사들이 연이어 컵 라멘을 출시하고, 이에 자극 받은 주변 지역에서도 향토라멘 붐이 일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2010년 북동부의 뉴젠(入善)쵸가 전통 된장으로 맛을 낸 브라운(차색) 미소라멘을 내 놓았다. 이 라멘의 포인트는 된장에 새우 엑기스를 섞은 스프에 있다. 면과 고명은 점포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난다. 최근에는 고춧가루를 탄 해양심층수로 면을 반죽한 레드 라멘을 출시했다.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임팩트 있는 맛으로 돌풍을 일으킬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다음으로 새로운 맛을 선보인 곳은 서부 내륙 메르헨(독일동화)의 거리로 유명한 오야베(小矢部)시. 이곳은 톤코츠 스프의 화이트를 고유색으로 한다. 돼지고기의 비린 맛 중화를 위해 고명 위에 생된장을 얹어주는 것이 독특하다.

화이트와 거의 같은 시기 그린(녹색)도 모습을 드러낸다. 개발자는 타카오카(高岡)그린프로덕트라는 지역 법인. 이곳에서는 톤코츠 스프에 시금치를 갈아 넣어 녹색을 구현하고 있다. 매콤하고 새콤한 챠슈와 매운 된장으로 칼칼한 맛을 내는 스프가 일품이다. 현 서쪽에 위치한 인구 17만의 타카오카는 토야마에 이은 제2의 도시다.

마지막으로 전국 대회를 통해 이름을 알린 멘야이로하의 시로에비(흰 새우)시오라멘도 현이 선정한 화이트 라멘의 하나다. 깔끔한 해물 맛 스프에 '토야마만의 보석'으로 불리는 시로에비를 고명으로 올린다.

이처럼 각 지역이 앞 다퉈 향토 라멘을 개발한 것은, 일본에서 라멘은 '마치오코시(町お越し, 지역부흥)'의 유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컬러 라멘은 임팩트 있는 색상과 맛을 무기로 컵 라면이나 선물용으로 인기를 끈다. 라멘 개발에 성공한 4개 지자체는 2014년 '토야마 컬러라멘 협의회'를 결성하고 공동으로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블랙 라멘에서 시작된 토야마현의 컬러 푸드는 지역 경제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토야마(富山)현

토야마현은 일본해에 접한 북쪽을 제외하고 삼면이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남동쪽은 일본의 북 알프스로 불리는 히다(飛)산맥, 북서쪽은 호다츠(達)구릉이 가로막고 있다. 동쪽으로 해안선을 마주한 니가타현과의 접경 또한 험하다. 오죽하면 부모자식 간에도 서로 보살필 틈이 없다는 '오야시라즈·코시라즈(親不知·子不知)'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에도시대 지역영주가 막부에 갈 때 절벽과 맞닿은 바다 쪽을 통과해야 했는데, 주민들이 인간 방파제를 만들어 길을 냈다고 한다.

에도시대부터 토야마는 '바이야쿠()'의 고장으로 이름 높다. 바이야쿠는 소비자 가정에 약품을 진열해 두고 반년마다 사용액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약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 독특한 방식은 복통약 '한곤탄(反魂丹)'의 효능이 알려지며 타 지역에서 판매요청이 들어오자 번(藩)이 도입한 행상 시스템이었다. 한곤탄은 '혼을 돌린다' 즉, 죽은 사람도 살리는 약이라는 의미다. 생산성 낮은 영지를 가진 토야마가 카가(加賀)번의 지번(支藩)으로 독립한 후 수익사업으로 육성한 것이 제약업이었다.

메이지시대 들어서는 타테야마(立山)연봉의 풍부한 수자원으로 생산된 값싼 전기를 배경으로 호쿠리쿠(北陸) 공업지대의 중심지가 된다. 세계적 지퍼 메이커 YKK나 알루미늄 섀시로 유명한 산쿄타테야마(三協立山) 등이 이곳에서 성장했다. 토야마현은 공업과 함께 금융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지방은행 랭킹 2위인 호쿠리쿠 은행이 이곳에 본부를 두고 인근 이시카와(石川)·후쿠이(福井)현을 비롯해 홋카이도까지 금융을 지원한다. 홋카이도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메이지시대 많은 이주민이 건너가 정착하는 등 상호 유대감이 강하다.

토야마현은 높은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외딴 지역이다. 그러나 주민의 생활상은 의외로 윤택하다. 주택소유 비율이 전국 최고이고 가구당 소득도 높다. 그만큼 맞벌이 가정이 많다는 반증인데, 이곳에서는 조부모가 자녀 양육을 맡아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라고 한다. 그 때문인지 다른 지역에 비해 코롯케(크로켓) 소비가 많다는 점이 흥미롭다.

인구 41만7000명의 토야마시는 현의 중심이자 호쿠리쿠 지방의 거점도시다. 시가지 대부분이 2차 대전 당시 대공습으로 소실됐으나, 1950년 새로운 도시계획에 따라 말끔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 중심부에 신칸센 토야마역이 있고, 7㎞ 남쪽에는 국제공항이 있다. 에키벤(弁)전문 미나모토(源)가 만드는 마스노스시(司, 송어초밥)가 유명하다.

◆ 명소 소개

△ 타테야마 쿠로베(立山部) 알펜루트
1971년 전 구간 개통된 토야마현 타테야마와 나가노(長野)현 오우기자와(扇) 37.2㎞를 연결하는 세계적 산악관광 루트. 구간 대부분이 중부산악 국립공원 내에 있는 히다산맥과 타테야마 연봉을 지나감. 시작점인 해발 474m의 타테야마역과 2450m 최고점 무로도(室堂)역 사이 고저차 1975m. 표준코스는 토야마(富山)에서 전철로 타테야마(立山), 케이블카로 비죠다이라(美女平), 버스로 무로도(室堂), 트롤리버스로 다이칸보(大峰), 로프웨이로 쿠로베다이라(部平), 케이블카로 쿠로베호(部湖), 도보로 쿠로베 댐(部Dam), 트롤리버스로 오우기자와(扇), 버스로 나가노현 시나노오마치(信濃大町). 구간별 6가지 교통수단의 탑승시간 합계 약 2시간이나 경유지마다 간단한 관광과 산책 포함하면 6시간가량 소요. 쿠로베 댐에서 타테야마로 귀환하는 코스는 8~9시간 소요. 눈 많이 쌓이는 겨울철 제외한 4월 중순~11월 운행.

△ 카이오마루(海王丸) 파크
1992년 이미즈(射水)시 토야마신항 내 조성된 해양공원으로 일명 '연인의 성지'로 불림. 해양연습선 카이오마루 전시를 중심으로 이벤트광장·휴게회랑(Pergola)·피크닉광장이 조성되고 공원 끝자락에 새 공원도 있음. 카이오마루가 월 1회 돛을 활짝 펼치는 소한텐판(帆展帆)과 출항 열병식이 장관. 흰 새우튀김 등 지역 수산물을 파는 신미나토 킷토키토(きっときと, 신선)시장이 주변에 있음. 공원 입장료는 무료이나 카이오마루 내부 전시실 관람 ¥400. (교통편) 제3섹터 만요(万葉)선 카이오마루역 도보 5분.

△ 우오즈 매몰림 박물관
현 동부 우오즈(魚津)시 소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2000년~1500년 전 매몰된 삼나무 원시림을 보존전시. 발굴 현장을 풀로 조성해 수중상태로 관람이 가능하고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건조 전시도 있음. 토야마만에 나타난다는 신기루 사진자료와 하이비전 영상도 볼거리. 옥외에 신기루 관찰하는 전망대가 있음. 입장료 ¥520. (교통편) 토야마철도 오오즈역 또는 토야마지방철도 신우오즈역 도보 20분, 시민버스 히가시마와리(동쪽루트) 우오즈항 도보 3분.

△ 즈이류(瑞)사
현 북서부 타카오카(高岡)시에 위치한 조동종(曹洞宗)사찰. 근세 선종양식의 대표적 건축물. 카가(加賀藩)한 2대 영주 마에다 토시츠네(前田利常)가 초대 영주 토시나가(利長)의 보리사(菩提寺)로 1614년 창건, 그 후 50년에 걸쳐 현재 규모로 조성. 메이지시대 폐허가 된 것을 1985년부터 10년간 대대적 수리. 1997년 불전·법당·산문 3점이 국보로 지정. 입장료 ¥500. (교통편) JR호쿠리쿠(北陸)신칸센 신타카오카역 도보 15분, JR죠하나(城端)선 등 타카오카역 도보 10분.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bsjang56@hanmail.net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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