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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 정지' 후폭풍…업계 "바이오 특성 무시한 결정"
한국경제 | 2018-11-15 17:48:19
[ 양병훈 기자 ] “2012년 시점에서 판단해야 할 사안을 2018년 현재 상
황에서 결론을 내렸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14일 삼
성바이오로직스에 분식회계 판정을 내린 데 대한 전문가의 반응이다. 과거의 일
을 현재의 잣대로 재단하는 사후과잉확신편향(hindsight bias)과 다름없다는 것
이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부 문건을 토대로 의도성을 갖고 분식회
계를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바이오업계는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리스크가 큰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일반적인 회계 잣대를 그대로 들이댔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음주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법정에서 다시 정부와 삼성바이오로직스 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2012년 사안을 2018년 시점서 결론

이번 사태의 발단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된 2012년 2월로 돌아간다. 바이오
의약품 개발사업 진출을 꾀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사가 설립된 2011년부터
파트너 물색에 나섰다. 10여 개 다국적제약사와 접촉해 합작 의사를 타진했다
. 하지만 의약품사업에 경험이 없는 삼성이 파트너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어렵
사리 미국 바이오젠을 끌어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과 85 대 15의 비율로 자본을 출자해 삼성바이오에
피스를 세웠다. 전체 출자액 3300억원 가운데 바이오젠이 댄 돈은 495억원이었
다. 삼성은 의약품 개발 노하우도 필요했다. 바이오젠이 ‘50%-1주&rsquo
;까지 보유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확보하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
에피스의 미래가 불투명했던 탓에 잇따른 유상증자에 바이오젠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율은 91.2%까지 높아졌다.

콜옵션이 문제가 된 것은 2015년이 돼서였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과정에
서 콜옵션 조항을 회계에 반영하느냐를 놓고 내부 검토가 시작됐다. 삼성바이오
로직스는 안진회계법인 등에 의뢰해 가치 산정 작업에 들어갔다. 삼성바이오에
피스가 첫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허가를 막 앞둔 시점이었다. 설
립 후 적자를 지속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조9049억원의 순이익을 냈
다.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이익이 4조5436억원으로 평가된 덕분이었다. 삼성바
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며 바이오 주도주로 떠올랐다
.

금감원 스모킹 건, 법정서도 통할까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5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
사로 바꿔 대규모 순이익을 낸 것은 고의적 분식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
융감독원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부 문건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바이
오젠의 콜옵션을 반영하면 부채가 1조8000억원 늘어나 자본잠식 우려가 있고,
이렇게 되면 신규 자금 조달은 물론 상장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내부 검토 문서
였다. 증선위는 이를 불순한 의도를 나타내는 증거로 봤다. 이런 내부 검토에도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해 회계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12월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를 통해 회사 가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질의에 ‘혐의 없음’이라고 회신했던
것을 2년 만에 뒤집은 판단이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가
능성과 변수를 검토한 것을 놓고 증선위가 지나치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검토
자체가 위법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15일 임직
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회계처리 적정성에 대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감
리 시작단계에서부터 국제회계기준인 IFRS에 부합한 회계처리였음을 일관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소명해왔다”며 “증선위 심의 결과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통해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는 각오도 재차 밝혔다.

남은 절차는

금융위는 오는 21일 정례회의를 열어 증선위 결정을 최종 의결한다. 형식적 절
차여서 증선위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삼성바
이오로직스는 금융위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다음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
을 제기할 예정이다.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재무제표 정정에 대한 행정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같이 낼 계획이다. 행정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재무제표를 재차 수정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 데다 경영 연속성 등을 감안
해 두 사안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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