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 속보창 보기
  • 검색 전체 종목 검색

뉴스속보

[오무철의 일본산책] 혹시 "사후이혼" 아시나요?
프라임경제 | 2018-11-17 09:28:10

[프라임경제] 한국과 일본은 서로 닮은 듯 크게 달라 오해가 깊어지기도 한다. 경제 발전, 인구통계학적 현상 등에선 우리 앞에 서서 거울이 되어 준다. 하지만 역사, 지리, 정서적 면에선 사고와 행동 큰 차이를 보이며 가끔 그늘을 드리운다. 소개하는 내용들은 NHK(일본 최대의 공영방송)가 취재한 사회 이슈들이다. 우리는 제3자의 관점에서 담담하게 느끼며 받아들이면 좋을 듯하다.

◆사후이혼이란 무엇인가?

최근 일본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슈 중 하나가 사후이혼이다. 사실 배우자가 사망하면 이혼할 수 없다. 사후이혼이란 말 그대로 배우자가 죽고 난 뒤 이혼 절차를 밟는 행위를 가리키는 조어(造語)다.

관공서에 가서 '인척관계종료신고서'를 작성 제출하면 혼인으로 맺어진 시가(처가)와의 모든 관계는 청산된다. 절차도 간단하고 상대편에 알려질 위험도 적어 (시부모)간병이나 유산 다툼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이 신청한다.

통계에 의하면 사후이혼 신청은 증가하고 있으며 상담건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10년 간 약 1.5배 증가했으며 매년 3000여건씩, 2017년에는 5000건 정도가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왜 사후이혼을 원하는가?

법률상 배우자가 죽고 나면 배우자 식구를 부양할 의무와 상속을 받을 권리는 자동적으로 없어진다. 그런데 왜 사후이혼을 원할까? 주된 이유는 (시부모)간병, 유산 분쟁, 시가와의 불화, (배우자 가족)묘지 매장 거부 등 4가지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배우자 식구와의 불화다. 그녀들은 결혼생활 동안 자신을 옥죄었던 인척관계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 해방감을 맛보고 싶어 한다. 취재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시어머니가 마음에 걸리지만,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계기가 되어 좋다"고 말한다.

시가 식구가 묻힌 가족묘지에 함께 묻히기를 거부하며 사후이혼을 신청하거나, (시부모) 간병이 두려워 30년 지속해온 관계를 단절했다는 여성도 있다. 그리고 결혼생활에 큰 불만이 없다고 하더라도 배우자 사망 후 복성(復姓, 일본 여성은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름)으로, 누구누구의 아내가 아닌 처녀 때의 자신을 되찾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유산 분쟁에 의한 사후이혼을 막으려고 시부모가 유언으로 며느리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상속권이 없는 며느리의 노고를 인정하는 제도도 생겼다. 민법을 개정해서 (시부모)간병을 한 경우, 상속자에게 특별기여료를 청구할 수 있다.

◆사후이혼이 증가하는 배경은?

전문가들은 가족제도의 변화를 배경으로 보고 있다. 가부장 중심의 대가족에서 부부 중심의 핵가족으로 바뀌면서 세대간에 가치관의 차이가 생겨났다.

70~80대 노인층은 여전히 '시집간다'는 오래된 사고에 갇혀, 가사와 간병은 당연히 며느리가 해야 할 일로 여기고, 자식들도 그렇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자식 세대는 맞벌이 등으로 여성의 역할이 변화해 예전 같은 며느리 역할을 해내기 어려워졌다.

향후 저출산고령화가 진전되면, 젊은 세대의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히 고부간의 문제가 아닌, 시대 변화 속에서 부모자식, 부부, 그리고 가족의 모습이 어떻게 정립되어야 하는지를 숙고하게 하는 사회현상이다.

◆사후이혼은 어떤 효력이 있는가?

인척관계종료신고서를 관공서에 제출하면 모든 인척관계는 법적으로 소멸된다. 본인과 배우자, 자식과의 관계는 변함없다. 또한 자녀와 시가와의 관계는 혈족이므로 그대로다. 호적상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사후이혼을 하면 본인 호적에 인척관계종료로 기재되지만, 시가 호적엔 변화가 없고 연락도 가지 않는다.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는 한 사후이혼에 대한 것을 시가 쪽이 알 방법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도 최근 명절증후군이란 단어가 등장했고, 심하게는 이혼 사태로까지 발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 또한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흐름이라 생각된다.

오무철 코치 / 코칭칼럼니스트 / (현)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 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서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오무철 칼럼니스트 om5172444@gmail.com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시각 주요뉴스
  • 한줄 의견이 없습니다.

한마디 쓰기현재 0 / 최대 1000byte (한글 500자, 영문 1000자)

등록

※ 광고, 음란성 게시물등 운영원칙에 위배되는 의견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