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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썰쩐] 2500만원→450만원 폭락에도 비트코인으로 '수익률 55%' 낸 비결
한국경제 | 2019-01-09 09:00:07
돈 벌기 힘든 세상이다. 국내외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직
장인들의 월급 봉투도 얇아질 위기다. 자영업자들은 경기 둔화,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산시장도 녹록치 않다. 잘 나가던 부동산
시장은 꺾였고, 주식시장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에게도
샐러리맨에게도 똘똘한 재테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경닷컴'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어떻게 돈(쩐)을 벌었는지 들어본
다. [편집자주]

(5) "알고리즘 투자…가상화폐 변동성에 건다" 함정수 코봇랩
스 대표


작년 이맘때다. 가상화폐(암호화폐) 열풍은 무척 거셌다. 비트코인 가격이 250
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게 꼭지였다. 1년이 흐른 지금 시장은 싸늘하게 식었다
. 비트코인은 하락세를 거듭한 끝에 9일 기준 450만원까지 내려빠졌다. 무려 5
분의 1토막이 났다. 무리하게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전재산을 날렸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폭락장에도 비트코인 투자로 돈을 번 이들은 있었다. 코봇랩스 함정수
대표(24·사진)는 “암호화폐 거래소 간, 선물·현물시장 간
시세차익 거래를 하는 알고리즘봇으로 고객들이 지난해 수익률 55%를 냈다&rd
quo;고 말했다. 채 40명이 안 되는 소수정예 고객들의 암호화폐 시장 투자금을
운용한 코봇랩스의 트레이딩 알고리즘봇은 약 300억원(2018년 1월 기준)을 굴
렸다.

◆ 봇으로 변동성 생기는 '찰나의 차익' 공략

원리 자체는 간단하다. 암호화폐 변동성에 초점을 맞춰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알
고리즘을 짰다. 비트코인 시세는 전세계에서 완벽히 동시에 움직이진 않는다.
가령 해외 A거래소에서 가격이 오를 경우 국내 B거래소에선 약간의 시간차를 두
고 따라 움직인다. 그러면 알고리즘봇은 아직 오르기 전인 B거래소에서 비트코
인을 산 뒤 A거래소에서 판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봇이기에 가능하다. 이러
한 초단타의 반복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글로벌 시장과 특정 국가간 암호화폐 시세차익은 항상 존재해요. 순간적
으로 타이밍 차이가 나니까요. 먼저 움직인 거래소의 가격을 후발 거래소가 따
라간다고 가정하고 봇의 매매 알고리즘을 거기에 맞춰 설정합니다.”

봇 운영에는 “모두가 추종 거래할 수 있는 차익은 노리지 않는다”
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이를테면 누구나 시세차익 거래를 생각하는 ‘
김치 프리미엄(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현상)’
은 관심사가 아니란 뜻이다. 금방 파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코봇랩스 봇은 한
번 거래할 때 얻는 수익은 작은 대신 사람이 따라올 수 없는 거래 체결속도로
횟수를 늘려 수익률을 높인다. 24시간 365일 트레이딩을 통해 일종의 ‘
박리다매’를 노리는 것이다.

함 대표는 이를 ‘통계적 시세차익 거래’로 풀이했다. 봇은 인공지
능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다듬어진다. 알고리즘 방정식이 정확할수록, 축
적된 빅데이터의 양과 질이 좋을수록 봇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통계적&
rsquo;이란 수식어를 붙인 이유다.

나아가 ‘변동성 거래’라고 불렀다. 그는 “알고리즘봇은 사람
과 달리 수수료 제하고 차익이 난다 해서 곧바로 매매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토
대로 종전의 유사한 상황을 참조하고 여러 변수와의 상관성을 종합 판단해 거래
한다”며 “봇은 매우 기억력 좋고 빠른 트레이더다. 단순 시세차익
거래를 넘어 변동성이 클 때 거래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과 별개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lsquo
;변동성의 폭’이 관건이란 얘기다. 상승장이건 하락장이건 시세차익을 내
는 반면 횡보장일 땐 수익률이 제로(0)에 가깝다. 봇의 매수·매도 구간
값을 설정하고 변동성이 구간 밖 아래위로 튀어나올 때 차익을 내는 알고리즘
때문이다.

◆ 리스크 최소화하고도 年수익률 40~120%

기존 증권사들 알고리즘 트레이딩봇과의 차별화 요소는 데이터다. 5년간 쌓은
암호화폐 시장 데이터 학습으로 알고리즘을 맞춤형으로 정교화했다. 주식시장
데이터와는 차이가 커 봇의 작동 메커니즘도 완전히 다르다. 일례로 암호화폐
시장엔 ‘서킷브레이커(주가지수 상하 변동폭이 10%를 넘는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매매 거래를 중단시키는 제도)’가 없다. 따라서 주식시장 데
이터엔 원천적으로 나올 수 없는 변동폭이 암호화폐 시장 데이터에는 수시로 기
록됐다.

사람이 따라하기도 어렵다. 봇처럼 하려면 화면창을 8개씩 켜놓고 동시에 확인
하면서 매우 빠르게 차익 거래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읽어내
는 변수 자체가 다르다. 훈련된 봇은 비트코인만 보는 게 아니라 과거 데이터에
서 이더리움 가격변동과의 상관성까지 체크한다.

사실 함 대표는 트레이딩 알고리즘봇을 이용하던 고객 중 한 사람이었다. 출발
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공동창업주였던 왕건일 대표가 2014년 설립한 코봇컴
퍼니. 자동거래봇 서비스를 써본 함 대표는 코봇컴퍼니의 기술력에 확신을 가졌
다. 비트코인 개수 증가를 봇 트레이딩의 핵심 미션으로 설정할 수 있는데, 함
대표가 투자한 비트코인 5.8개는 1년새 8.5개로 불어났다.

5년간 고객들의 평균 수익률 역시 연 40~120% 수준을 유지했다. 리스크를 줄인
시세차익 거래 알고리즘의 효과였다. 물론 수익성을 보다 중시하는 알고리즘
채택도 가능하다. 단 원화 가치 환산은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비트코인 개수
를 늘리는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리스크도 높다. 비트코인 시세가 폭등한 2017년
에는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시세가 폭락한 2018년엔 비트코인 개
수는 늘었으나 원화로 환산하면 도리어 마이너스가 되는 식이다.

안정적 수익률을 체감한 데다 수치로 검증된 기술력까지 확인한 함 대표는 사업
확장을 검토하던 왕 대표(현재 홍콩법인 대표)와 의기투합해 작년 코봇랩스 법
인을 설립했다. 기존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블록체인의 스마트계약 기능을 활용
해 수수료를 자동 지급하고 거래내역도 암호화된 방식으로 저장했다.

“이건 되겠다 싶더군요. 비트코인 가격은 10% 정도 오르내리는 건 쳐주지
도 않잖아요. 기존 시장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변동성인데 말이죠. 자, 그러면
변동성이 이렇게 큰데 주식시장처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나요? 아니거든요.
결국 정부가 개입하고 산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적어도 향후 5~10년 동안 변동
성 거래가 답이란 결론이 나옵니다.”


◆ "개미들 알고리즘트레이딩 대중화가 목표"

그는 우수 기술력의 트레이딩 알고리즘봇이 대중화되면 개인투자자들이 암호화
폐 시장을 주무르는 고래(거물)들에 맞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고래가 거
래량을 부풀리기 위한 자전거래를 할 경우, 봇이 속도에서 앞질러 먼저 거래를
체결해 밀어내는 식이다.

그 얘길 하는 눈빛이 20대 청년답게 반짝였다. 함 대표는 “이런 식으로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이라 말문을 뗀 뒤 사업을 벌인 동기를 “
고래들 장난질 방해하는 재미 때문”이라 귀띔했다. “그래, 피라미
드 맨 꼭대기에선 자본력이 이길 수밖에 없겠지만 개미들 무조건 얕잡아보진 마
라, 기술력으로 개미들도 붙어볼 수 있게 해보자, 그런 마음이 컸다”고
부연했다.

청심국제고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그는 현재 휴학생 신
분이다. 미 중앙은행(Fed)에서 비트코인의 화폐시스템 편입을 연구한 마크 윌리
엄스 교수가 지도교수였다. 윌리엄스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여러 신기술에 관
심 많은 제자에게 암호화폐 공부를 권했다. 수업 과제가 비트코인 채굴이었을
정도다. 보스턴대와 인근 MIT(매사추세츠공대)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회인 핀테
크클럽에 가입한 것도 지도교수 권유에 따라서였다. 보스턴대생 함정수가 자연
스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확 꽂힌 계기가 됐다.

“학부생 조교를 하면 월 800달러(약 90만원) 정도 줬어요. 그 돈으로 암
호화폐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투자를 잘하는구나’ 착각을 했
어요. 2016년경이었으니 사실 사두면 전부 오르던 시기였는데 말이죠(웃음). 그
때부터 저는 비트코인 투자로 수익이 나면 무조건 일정 비율을 현금화하는 습관
이 있었습니다.”

투자를 하면서 몇몇 고래가 시장을 갖고 노는 걸 목격한 그는 방학 때 한국에
들어와 암호화폐 컨설팅회사를 창업했다. 고교 동문인 같은 회사의 송준 이사와
함께 암호화폐 99%가 사라진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 〈라스트 코인〉을 쓰기도
했다. 함 대표에겐 트레이딩 알고리즘봇 대중화 노력 역시 같은 맥락이다. 변
동성과 리스크가 크며 고래들이 갖고 놀기 십상인 암호화폐 시장에서 개미들의
세련되고 합리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시도란 점에서 그렇다.

그는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이 애플 한 기업의 시총에도 못 미친다. 그
만큼 소수 고래들이 좌지우지하는 장인데 기존 주식시장 마인드 그대로 짜인 판
에 들어오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서 “투자심리부터 바꿔야 한
다. 자본력이 아닌 기술력 위주로 태도를 전환하자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 “모두가 잃을 때 돈 버는 사람은 그런 케이스”라고도 했다.


◆ 암호화폐 프로젝트 투자? '인적 조사'부터

암호화폐 프로젝트 투자는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투자자들이 기본부터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 대표 스스로 블록체인·암호화폐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인적
조사’를 가장 중시한다. 우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주로 링크드인
을 본다. 프로젝트 팀원들이 어떤 사업이나 학업을 했는지 확인하는 용도다. 그
다음에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비즈니스모델과 사업계획이 담긴 백서를 읽는다.
그러면 백서 기재 내용의 실현성 여부를 어느정도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해당 프로젝트에 투자했는지를 판단 기준 삼아선 안 된다는 경고도 곁들였
다. 그는 “의외의 변수가 많다. 실은 인맥이나 반대급부 때문에 투자했을
수도 있는데 투자 사실만 보고 사업성과 연결 짓는 건 곤란하다”고 짚었
다.

그것보다는 프로젝트와의 직접 커뮤니케이션 시도가 더 효율적이라며 추천했다
. 그는 “답변을 복사해 붙여넣기 하는지 확인해보려고 다른 이름으로 이
메일 3개를 보내본 적까지 있다. 프로젝트의 답변 내용 등 소통방식만 봐도 웬
만큼 판단이 선다”면서 “이정도 검증도 해보지 않고 돈 벌려 한다
면 투자가 아니라 운에 맡기자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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